어린 장미에게

나와 같구나

by 오은영

눈에 닿아도 좋을
어린 장미에게

이미 눈이 달이 되었으니
작은 장미에게

두 발 가지런히 모으고 나서
장미에게

너는 마치

내 몸과도 같구나



이 시는 어린 장미라는 작고 소중한 대상을 바라보다가 그 존재를 자신과 겹쳐 보는 순간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눈에 닿아도 좋을 어린 장미에게”

달의 마음이 향하는 장미는 어리고 순수합니다. 눈에 닿아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여린 존재라고 생각하지요.

“이미 눈이 달이 되었으니 작은 장미에게”

눈은 시선, 그리고 달인 자기 자신입니다. 은 자신의 눈 마저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장미를 여기고 있습니다.

“두 발 가지런히 모으고 나서 장미에게”

어리지만 대상에 대한 경건한 마음가짐도보입니다. 예의를 갖추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지요.

“너는 마치 내 몸과도 같구나”

달은 어린 장미처럼 어린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달은 그래서 저 어린 장미에 마음이 생겼던 것이지요. 장미는 그저 바라보는 대상을 넘어 자신의 일부가 됩니다.

달이 어린 장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점점 달의 내면으로 들어옵니다. 시선은 달처럼 밝고 은은하게 차오르고,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장미는 외부의 존재가 아닌 화자 자신과 같아집니다. 그렇게 달은 장미를 향해 강렬한 감정을 느끼지 않고 존재의 겹침, 혹은 자신을 투영하며 시는 마무리가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깃발을 꽂아서 시작하는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