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눈앞에 있어도

입을 달래 줄

by 오은영


죽음이 눈앞에 있어도

더 가까운 곳에


입을 달래 줄

스프 한 수저가 더 귀하고


그 모든 것을

누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 시는 큰 위기나 죽음의 문턱에서 당장의 작은 욕구에 더 마음을 두는 인간의 모습을 오마주한 작품입니다. (빅터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이 눈앞에 있어도 더 가까운 곳에”


시작부터 너무나 강렬한 고통이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큰 위기가 바로 앞에 있지요. 하지만 화자는 그보다 더 가까운 무언가에 이성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입을 달래 줄 스프 한 수저가 더 귀하고”


배고픔이나 욕구를 잠시 달래 줄 스프 한 숟가락이 죽음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잠시 뒤의 죽음보다, 당장의 욕구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누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 상황은 모든 것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화자는, 그리고 다른 누구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흔한 모습입니다.


이 시는 죽음이라는 거대한 위협이 눈앞에 있어도 당장의 작은 욕구에 더 마음을 두는 극한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입을 달래 줄 스프 한 숟가락이 더 귀하게 느껴지는 본능, 그리고 그런 행동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현실적인 욕구와 생존 본능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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