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가 되어서

나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by 오은영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야

천천히 녹으면
다른 내가 되어서

다 녹고 나면
다시 나를 얼려줄래?

다시 굳어지면
나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이 시는 자신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그 변화를 다시 멈추고 나면, 이 변화하는 순간이 지나고 나면 돌아올 원래의 상태에 대한 동경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야”

화자의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이 의도하였든, 그리하지 않았든, 때로는 작게, 때로는 크게 변화를

하는 순간이 있는데 화자는 지금 바로 그러한 상태입니다.

“천천히 녹으면 다른 내가 되어서”

화자는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천천히, 이전의 자신과 완전히 다른 모습의 자신이 될 것임을 알고 있는지 다른 내가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 녹고 나면 다시 나를 얼려줄래?”

변화가 끝나고 나면 멈추고 싶습니다. 정해지지 않고 끊임없이 바뀌어지고 적응하는 과정은 너무나 많은 피로가 따릅니다. 그래서 화자는 부탁을 하지요. 나를 얼려달라고, 즉, 새로운 상태에서 더 이상 변화하고 싶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다시 굳어지면 나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변화를 겪었지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평온한 상태를 원합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도 나를 얼려준다고 해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시는 마무리가 됩니다.

이 시는 자신이 변화하는 과정을 ‘녹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녹는 동안, 변화하고 성장하고 적응하는 그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이 만들어지지만, 그 과정이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녹지 않도록, 변화하지 않도록 하고 싶지요. 그렇게 굳어지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화자가 원하는 것은 영원한 안주. 변화와 그 이후의 변화를 지우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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