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랍스터 THE LOBSTER

사랑하는 연인이 닮은(혹은 닮는) 이유

by 클레어


오래 기다려서 이 영화를 봤다.


벤 휘쇼를 큰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1차적인 이유와 누가 봐도 기발한 ‘짝을 찾지 못한 자는 동물이 된다'는 상황 설정이 그 이유였다.



영화 속에는 극단의 두 가지 공간이 존재한다. 짝을 지어야만 살 수 있는 호텔, 짝을 짓지 않아야만 살 수 있는 숲. 두 개의 공간은 추구하는 ‘정신'이 다를 뿐 똑 닮아있다. 규칙이 있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 받는다. 두 사회는 규칙을 준수하는 대다수의 사람에 의해 유지되고, 강화하기 위해 처벌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

감독은 이 이야기는 현재로도 미래로도 보일 수 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짝을 만나지 못하면 어떤 동물이 되겠냐고 묻는’ 이 사회가 현실의 사회와 돌아가는 방식이 동일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2015년 서울에 나를 차에 태워 데려가서 가둘 호텔은 없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사회가 말하는 규칙을 준수하고 그 규칙을 남들보다 더 완벽하고, 아름답게 달성하기를 강요받는다. 45일 뒤 동물이 될 거라고 협박하는 것은 목표치를 향해 가도록 채찍질하는 가운데 매체로부터 받는 ‘사회적 죽음'에 대한 암시로 대치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숲으로 도망칠 수 있을까 아니면 머리를 찧어가며 코피를 흘리는 사람이 될까?


다른 흥미로웠던 지점은 서로 닮은 점이 있어야 짝이 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다. 보통은 신체적 특징 - 근시, 코피를 자주 흘림, 다리를 절거나 - 되기도 하고, 전공일 때도 있고, 성격일 때도 있다. 사람들은 치열하게 서로의 닮은 점을 찾는다.


그런데 이걸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동시에 서로의 닮은 점을 꾸며내는 것은 너무 허술하기도 하고, 좀 허무하다. 감정이 없는 척, 코피가 나는 척,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속일 때 남에게 나를 맞추는 것이라고 우아하게 둘러치기엔 좀 미흡한 거짓말로.. 보인다.


어찌 생각하면 이것도 사람 차이다. 코피를 계속 내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결국은 근시인 여자를 찾아야만 하는 사람도 있는 거겠지.

내가 어떤지를 알아야 하는 거구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을 것 같다.



#뻘소리


1. 휘쇼는 영화에서 규칙 안에서 맹렬하게 완벽과 승리를 추구하는 존을 연기했다. 하지만 현실에선 동물 되는거 죠아요 ㅎㅎ 팬서 같은 큰 고양이과? 해해 이러고 있음….. #귀여워 http://youtu.be/2utlT_pSfco

2. 어떤 동물이 될지 못 고르는 - 짝도 못 고르고 동물도 못 고르는 - 사람들을 위해 몇 번 클릭하면 어떤 동물이 되라고 말해주는 사이트 http://www.lobsterfilmquiz.co.uk 가 있다. (아마도 the lobster uk의 프로모션 사이트) 나의 결과는 고슴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