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레어 Aug 03. 2021

2020년 5월. 아직 아닙니다

#월간안전가옥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 한 달을 돌아보는 글을 써서 공개했다. 여기에 다시 포스팅하면서 눈에 거슬리는 표현들은 조금 수정했다.



올 초부터 방구석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유튜브 세상을 헤매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문명특급은 예전부터 구독/좋아요한 채널이긴 했지만 올해 들어 더 열심히 보고 있어요. 작년에 숨듣명을 빵-터뜨려 씨앗을 뿌려놨다면, 올해 초는 거기서 새싹이 돋고 있는 시기 같았달까요. nct 127을 시작으로 김세정, 에이핑크, 오마이걸, 에이프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몬스타엑스 같은 아이돌들이 줄지어 출연하면서 조회 수가 쭉쭉 올랐거든요.


제일 즐겁게 봤던, 그래서 틈만나면 다시 봐서 프레임 단위로 외울 지경인 콘텐츠는 nct 127 멤버들이 출연했던 편입니다. 진행자 재재의 팬사인회에 nct 127의 멤버들이 팬으로 온다는 설정의 다큐이자 꽁트이자.. 먼저 보셔야 해요.



처음 봤을 때 제일 흥미로웠던 건 아이돌들이 팬사인회 자리에서 평소와 반대의 위치, 팬의 위치에 앉는다는 설정 때문이었습니다. 잠시 라떼..를 떠올려보자면,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스케줄 중에 사인회는 참 예측이 불가능한 행사였어요. 어느 날은 수업 빼먹고 힘들게 서울 반대쪽까지 갔는데 당일 공지로 멤버 중에 2명한테만 사인을 받을 수 있고 그마저도 어느 2명인지 선택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아서 가슴이 무너지는가하면.. 어느 날은 ‘후기’로 기억할 만한 최애의 작은 반응을 얻어내서 그 장면을 머리 속으로 재생 또 재생하면서 집에 오기도 했으니까요.


저의 라떼로부터 지금은 10년이 넘었기에, nct 멤버들이 재재님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서 요즘 팬들은 팬사인회에서 어떻게 하는지 대략 알 수 있었어요. 아마도 그들이 하는 행동은 그들의 팬들이 하는 행동 중에 제일 기억에 남은 것들이었겠죠. 그래서 참 여전하구나, 하는 마음과 요새는 좋구만 하는 마음이 공존했습니다. ‘하트 좀 더 크게 해주시면 안돼요?’ 같은 건 저 때도 하던 수작(?)이었고 ‘ps 뭐 써드릴까요'하는 질문에 ‘재재로 이행시 해주세요!’ 같은 건 저 때는 선넘은 요청이었습니다. 인생에 뭐가 그리 열 받을 일이 많으신지 항상 열 받은 표정이던 매니저가 ‘이동하세요' 할 만한 그런 거였죠.


암튼 이 영상을 보고, 또 보고 > nct가 나오는 다른 문명특급 콘텐츠를 보고 >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다른 nct 영상을 보고 > 정우는 몇 살인지 언제 어떻게 sm에 들어왔는지 찾아보고, (아 토요 공개 오디션 출신이구나, 역시,) > 도영이는, 마크는, 쟈니는, 유타는.. 그렇게 좀 더 유튜브 세상을 돌아다니다 다시 이 영상으로 돌아오면서 그렇게 도돌이표를 그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절반 이상의 nct 멤버를 알게 되었네요.


다시 시작으로 돌아와, 문명특급 콘텐츠의 무엇이 저를 다음 nct 영상으로 이끌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입덕'의 순간은 호기심이 드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음색을 내는 사람 누굴까, 이런 춤을 추는 사람 누굴까, 이런 말을 하는 사람 누굴까, 같은 것이요. 팬싸 영상에서는 이 멤버들이 팬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바로 보여주다보니, 한 번이라도 팬의 입장에 있어본 사람에게는 이 영상만 보고도 이들은 팬들에게 긍정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겠더라고요. 그러니 내 아이돌이 아니어도 호기심이 안 들 수 없겠고요. 이런 것까지 계산하고 찍은거겠지, 재재와 밍키 당신들..


언제나처럼 나도 그런 계산과 기획을 할 수 있을까로 돌아왔습니다. 안전가옥의 책에 호기심이 들게, 누군가에겐 안전가옥 이야기를 웹툰으로,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호기심을 들게 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2020년 4월. 커뮤니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