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콩호텔>
사람과 짐승의 내장을 먹고 산다는 태국의 귀신인 ‘폽(Pob)’ 전설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영화 <메콩호텔>은 장르 구분의 의미 자체를 상실하는 실험극이다. 아피찻퐁은 허무맹랑하게만 들리는(우리나라라면 ‘홍콩 할머니’나 ‘망태 할아버지’쯤이나 될까 하는) 소재를 자신만의 화법을 통해 (기어코) 영화로 만들어냈다. 또한 그는 전작인 <엉클 분미>나 <열대병>에서 선보인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의 영화적 기반이 되는 초자연적 현상이나 영혼의 이야기를 통하여 꾸준히 자신의 절대적 세계를 확고히 하는 작업을 다시금 이뤄냈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크게 다섯 명이지만, 영화의 시작과 중간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클래식 기타 연주자와 감독을 제외하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실질적 인물은 단 세 명이다. 이렇게 소소한 저예산의 향기가 물씬 피어오르는 <메콩호텔>은 차분한 대화 플롯과 와이드 한 앵글의 풍경을 중심으로 극을 진행한다. 메콩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메콩호텔에 깃든 귀신 ‘폽’과 그녀의 정체를 모른 채 지내온 딸. 그리고 그 딸과 사랑에 빠진 어느 남자의 캐릭터로써 감독은 그저 가벼운 얘깃거리에 지나지 않는 ‘폽’ 전설에 풍부한 이야기적 상상력을 덧붙인다. 대화의 방향은 일방적, 상호적을 넘나들며, 우리는 인물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관계에 대한 정보와 태국의 과거 상황(70년대 군사훈련)등에 대해 엿듣는다. 그렇게 그들이 내뱉은 고백과 토로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서서히 이야기의 실마리를 잡아가고, 결국 영화는 말미쯤에 다다라서야 극 전체 스토리의 가늠이 가능해짐을 확인한다. 겹겹이 쌓인 대화의 축들이 한데 빛을 발하는 것이다.
역시 주목할 점은 영화에 전체적인 부분에 삽입되는 기타의 선율이다. 항아리 속을 빠져나온 ‘폽’의 영혼이 먹어대는 내장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깔리는 감미로운 음악은 이것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묘한 감상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이것은 곧 하나의 영화적 '체험'으로 이어진다. 정적인 화면이 주를 이루는 영상으로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존재로 그 역할이 확고한 <메콩호텔>은 음악 없이는 절대 성립되지 않는 반쪽짜리 영화일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아피찻퐁의 실험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형식을 받아들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