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에서 왔다는 토실토실하고 큼직한 타원형의 올리브가 있었다. 스윗 올리브라고 불리는 그 올리브는 그 올리브는 시장에만 팔았다. 한웅큼에 1유로에 팔기도 하고 1.5유로에 팔기도 했다. 따로 저울이나 계량이 있는건 아니고 항상 같은 주걱으로 담어서 한 주걱에 1유로, 1.5유로 그랬다. 어차피 몇그램인지가 중요한건 아니라 그런가보다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콩 됫박으로 파는거랑 같은거려니 하며.
나는 주로 한 3-5유로 어치를 샀다. 시장에서 사온 올리브는 3일정도가 지나면 처음의 초록을 잃고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온 날 앉은 자리에서 3유로 어치를 다 먹기도 했고, 주변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스윗 올리브는 마트에도 많이 팔았지만, 어디서도 그 시장 올리브 같은 올리브는 찾을 수 없었다. 베어물면 입안으로 퍼지는 올리브향, 폭신하면서도 단단한 식감, 손에 남는 유분. 나는 우연히 간 시장에서 그 올리브를 맛본 뒤, 매주 그 시장에 갔다.
그 시장은 매주 목요일 오후가 되면 열었다. 그래서 나는 매주 목요일 수업이 끝나면 그 시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서울에 사는 10년동안 시장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주에는 설마 안오시진 않았겠지, 갑자기 올리브 철이 아니라서 안 파는건 아니겠지. 올리브의 제철도 모르면서 (참고로 구글에 지금 찾아보니 11월~12월이라고 한다) 제철 걱정을 하고, 마트처럼 구획이 나뉘지도 않은 그 가게를 기억을 더듬어가며 찾아갔다. 서툰 이탈리아어로 대략 3-5유로 정도의 올리브를 사기 위해 한시간 거리를 가고 왔다.
그래도 그게 그렇게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