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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온 Oct 04. 2022

새로운 동네 적응하기


 이번 이사를 하고 나서 동네에 적응하는데 세달이 걸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동네에 적응했다는 곧 '도서관과 수영장에 지도를 보지 않고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라는 말과 같다. 그래서 전에 살던 동네는 일주일만에 적응했고, 이 동네는 석달이 걸렸다.


 전에 살던 동네는 언덕위에 있었는데, 주변이 다 언덕이라 비교적 인기가 적은 동네였다. 그래서 그런지 동네에 복지시설이나 작은 커뮤니티 시설이 꽤 많았다. 복지시설에서 운영하던 수영장은 내가 사는 언덕 꼭대기보다 한 두 길쯤 낮은, 나는 바길, 거긴 다길. 새벽 다섯시 사십분에 일어나 양치하고 면티 위에 맨투맨을 걸쳐입고 수영장에 도착하면 사십오분이었다. 도서관은 또 어찌나 가까웠던지. 우리집 골목을 나서 나온만큼 앞으로 가면 도서관이었다. 주말에 게으름을 피우다가, 회사에 출근하는 길에, 아무때고 들려서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었다. 

둘다 해가 뜨기 전 새벽부터 깜깜한 늦은 밤에 나가도 무섭지 않은, 그런 거리였다.


 새로운 집을 구할 땐 고려해야할 사항이 너무 많아서 도세권과 수세권은 우선순위의 한참 뒤로 밀렸다. 고백하자면 이사 하고 나서야 둘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걸 알고 안심했다. 집에는 어찌나 중요한게 많은지. 출퇴근하기에 적당한지, 사람 둘과 고양이 둘이 살기에 적당한 크기와 구조인지, 햇볕이 충분히 드는지. 주차장이 있는지, 튼튼하게 지어졌는지. 대출이 나와야하고 너무 비싸도 너무 싸도 안됐다. 끝도 없는 리스트 속에서 도서관이나 수영장은 아예 떠오를 틈을 잡지 못했다. 가졌던 기준을 대충 10점 만점에 7점 이상 만족하는 집을 구하고 보니 수영장도 도서관도 도보 15분 거리였다. 이 것도 대충 10점 만점에 7점.


 이사 온 동네는 서울에서 범죄율이 높은 지역 중에 하나다. 나는 안전하고 안락한 집을 벗어나 십오분을 걸어 아침이고 밤이고 도서관과 수영장에 선뜻 갈 수 없었다. 물론 서울 최대 상업 지구 중 하나인 강남역에서도, 본인이 일하던 공공기관의 신당역에서도, 그 외에 수많은 지역에서도 안전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지도를 뒤지며 크게 우회해서 이십분이 넘게 걸어봤다가, 그래도 이건 너무 멀지 하며 요리 저리 걸어보며 삼개월을 보내고 나서야 쾌적 경로를 찾았다. 


 이제야 내가 새로운 동네에 또 발을 내렸구나, 실감한다.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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