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와 비키니
고백한다. 나는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의 바다에서 '비키니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사진 수백장을 찍었다.
여행 중에 새로운 비키니를 샀고, 그 김에 인생샷을 하나 남기고 싶었다. 여행하며 살도 좀 빠졌으니까, 사진 잘 나오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다. 나는 평소에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은 아닌데다가 웬만히 웃기게 나온 개그컷에도 만족을 잘하는 편이라 금방 찍고 놀아야지 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 사진은 허리가 너무 길고, 저 사진은 다리가 너무 두껍고... 사진을 찍다가 동행이랑 싸웠다.
복잡한 마음을 안고 물에 둥둥 떴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싶었다. 나는 대체 내 몸이 어떻기를 기대한 것인가.
그리고 나는 여기까지 와서 이 아름다운 바다에서 뭘 하는건가.
나는 마른 편이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인바디를 해도 그렇다. 나는 표준체중이었던 적도 거의 없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운동도 꾸준히 했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근데도 나는 '의외로' '생각보다' 내 몸에 컴플렉스가 많다. 나는 팔다리가 짧다. (이 얘기는 다음편에 자세히) 어깨는 휘었고, 팔뚝은 유전으로 두껍다. 걷는 것도 좋아해서 다리에 알도 많다. 나는 내 몸에 대한 불평 불만으로 이 글을 꽉 채울 수도 있다.
모두에게 완벽한 몸은 없다는 걸 알아도, 나는 내 외모를 진열대에 올려놓고 부위별로 조각조각 평가하며 어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어디가 아름답지 않은지 매의 눈으로 찾는다. 왜냐면 나는 이미 완벽한 비키니 몸매를 너무나 많이 봤다. 인*그램에서, TV에서, 모든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는지? 그 사진들이 수백장 찍은 사진 중 최고의 한장이고, 그 마저도 보정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서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이미지와 나를 비교했다.
물 위에 둥둥 떠서, 쏟아지는 햇살과 귓가에서 일렁이는 바닷물을 느끼면서 다짐했다.
아름다운 몸은 건강한 몸이다. 나는 내 몸을 진열대에 올리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 이 순간을 즐길 것이다.
이번 여름 휴가에는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