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는 방법

그 봄날의 와이드팬츠

by 여온


그 날은 날이 참 좋았다. 햇살은 반짝였고, 바람은 살랑였다.

나는 몇일 전에 산 와이드팬츠를 어떻게 입어볼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와이드팬츠. 어느 날부터인지 유행이되어 인터넷의 길거리 패션을 점령했지만, 어쩐지 모델같은 느낌을 풍기는 패셔니스타만 입을 수 있는 옷처럼 느껴지는 옷.

사실 나는 그 전에도 와이드팬츠를 입었다. 허리를 꽉 조이는 와이드팬츠를 입고 10센티쯤 되는 힐을 신었다. 하지만 이번에 산 와이드팬츠는 허리 살짝 밑, 골반 살짝 위에 넉넉히 걸치는 힐이 어울리지 않는 아주 편한 옷이다. 나는 이 옷을 한눈에 반해 사놓고도 어찌 입을지를 몰라 한참을 망설였다.

나는 이런 옷이 내게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오랬동안 운동화를 거의 신지 않았으며, 허리를 조이지 않는 옷을 거의 입지 않았다. 입지 않은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라는 것이었다. 옷을 좋아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제법 많이 시도하며 살아왔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에 대한 공포는 호기심보다 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이미 이 바지를 사버렸으니까. 그리고 나에게는 천하무적 트렌치코트가 있으니까.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옷을 입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나에게, 그리고 날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함께 매치하면 된다.

햇살 속에서 나는 그 누구보다 편했다. 나는 그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새로운 스타일을 하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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