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지향점
이상하게 여자 옷엔 어딘가 트이거나 구멍이 뚫린 것이 많다는 걸 깨달은 건 몇일전 출근길이다.
어떤 분이 검정 슬랙스에 검정 니트를 입고 있었는데, 검정 니트 허리쪽이 뚫리고 리본을 묶게끔 되어있었다.
그러고보니 내 원피스 중 하나는 갈비뼈 밑이 삼각형으로 뚫려있고, 인터넷에서는 흔하게 쇄골 사이나 어깨 등 다양한 곳이 뚫린 옷을 ‘포인트’가 된다고 판매한다.
이럴 땐 남자 옷을 둘러본다. 구멍 같은 건 거의 없다.
'왜 여자옷에만 어딘가 몸의 일부를 드러내는게 포인트가 되는 걸까?'
'왜 평범하게 노출하기 힘든 부위를 구멍을 뚫어 보여주는 걸까?'
'와, 정말 세상은 넓고, 성차별은 정말 많다.'
사실 페미니즘을 공부하다보면 현재의 패션 업계와는 꽤나 많이 동떨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때는 마치 페미니스트라면서 패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그 자체로 잘못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위 명품 브랜드로 불리는 하이 패션은 여성을 주 소비층으로여성의 자유를 얘기한다고 해도, 여성의 몸을 옥죄는 기형적인 구조로 이뤄져있다. 모델들은 영양 상태 문제로 죽어나가거나, 거식증으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더 '완벽한' 몸을 위해 캣워크를 걷는게 신기할 지경인 높은 힐을 신고 걷는다. 여성 모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몸을 많이 드러내고, 굳이 이래야할까 싶은 정도로 짧은 하의를 입고 있는 경우도 다수다.
패션쇼는 '쇼'이며, 모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패션쇼의 일부, 예술이라는 변명은 패션쇼에서 보여주는 게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입는 '옷'이며, 예술은 사람을 학대하는데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힘을 잃는다. 매 시즌 열리는 하이 브랜드의 패션쇼가 트렌드를 만든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래도 내 믿음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옷을 입고 패션에 대해 말하려 노력한다. 아마 자주 틀린 말을 할 것이고, 어떤 때는 의식하지 못한 채 누군가를 평가할 것이다. 그래도 그 노력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