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유혹하는 안티히어로

마이클 코넬리, 마크 힐러 시리즈

by 여온



나는 어릴때부터 범죄·수사물을 좋아했다. 범죄물고 좋고 수사물도 좋다. 초등학교 때는 뤼팽을 읽었다. 집 근처에 제법 큰 도서관이 있는데 그 도서관 서가에 앉아서 뤼팽을 읽던 날들이 기억난다. 그 때 뤼팽은 나의 히어로였다. 이상하게도 셜록 홈즈보다는 뤼팽이 좋았다. 이론적으로 가능하기 보다는 매력으로 사람을 홀리는 트릭을 부리고, 자신만의 정의를 찾아가는 안티히어로. 그 매력적인 도둑은 나를 범죄물, 수사물의 세계로 이끌었다. 덕분에 중학생 무렵부터는 CSI를 봤고, 대학생때는 NCIS, Justice, Criminal minds, Bones 등 미국발 각종 범죄· 수사물을 탐닉했다. 추리 소설도 꽤 읽었는데 당시 유명하던 책은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일본 소설들이었다. 일본 소설은 취향에 맞지 않아 곧 그만 읽게 되었고, 주로 미드를 봤다.


다시 범죄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엘러리 퀸의 X의 비극 덕분이다. 셰익스피어에 매료된 탐정이 경찰을 도와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이 시리즈는 Y의 비극, Z의 비극이 나올만큼 인기를 끌었다. 다만 너무 오래된 책이라 과학 수사에 발을 깊게 담근 나에게는 약간 아쉬움이 남았다.


최근에는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시리즈에 빠졌다. 200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변호사 얘기다. 미국에서 변호사는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표상이라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보다는 수사하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의롭길 원하고 히어로를 사랑하니까. 그런 점에서 미키 할러는 사랑받기 좋은 캐릭터이다. 자본주의적이지만 정의로우려고 하니까. 돈과 명성을 위해 사건을 맡지만, 본인의 신념을 굽히지도 않는다. 그의 가장 유명한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이다. 미키 할러 시리즈의 첫 시작으로, 링컨 3대를 사서 사무실 대신으로 쓰는 변호사 미키가 부동산 재벌의 폭행 및 강간 미수 혐의 케이스를 담당하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두번째 책도, 세번째 책도 비슷한 플롯이지만 비슷하게 재밌다. 어릴적 뤼팽을 봤을 때의 기분이랄까. 역시 소설은 읽는 재미다. 읽는 맛. 최고다.


범죄물을 보며 나는 정의에 대해 생각한다. 정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서 인과응보와 명쾌한 사건 해결을 찾는다. 그리고 정의에 대해 고민한다. 우리가 정의라고 믿는 근간인 법이 부당하다면, 법의 회색 영역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도 빠져나갈 길이 있다면,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올바르지 않다면, 치졸하다면.


나는 가정법의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진다. 정의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