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홈파티'의 시즌이 다가왔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by 여온




최근에 내가 종종 받는 택배 상자에는 크게 ‘가장 쉽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은 식탁이다.’ 라고 써있다. 나는 주변에 꽤 식욕이 없고 게으른 사람으로, 식사란 끼니를 때우면 그만인 사람으로 유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명제에 선뜻 반기를 들 생각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요리를 잘 하거나 즐기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나는 요리를 잘 하지도, 그렇다고 요리의 과정을 즐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먹고사는 건 역시 만만치 않아서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검색하고 요리책을 뒤적인다. 대충 먹고 살아도 괜찮은거 같지만 실제로는 냉동 식품만 매일 먹다가는 내 위장이 썩어난다는걸 나는 이미 경험으로 배웠다. 또 가끔은 인터넷의 다른 사람들처럼 집에서 내 손으로 그럴듯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대단한 일을 해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음, 비슷하긴한데’와 ‘뭔가 아쉽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사이의 결과물을 만들고, 가끔은 ‘대체 내가 뭘 만든거지?’, ‘레시피가 뭐가 이래?’ 하며 이 요리가 망한 것이 내 탓인지 레시피 탓인지 고민하는 상황에 처한다.


‘부모님께 물어보기엔 좀 늦은 나이’인 30대에 요리를 시작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에게도 요리란 골치아프지만 즐겁기도 하고 괴롭기도 한 일이다. (물론 나는 30대가 된 이후에도 부모님께 자주 전화해서 물어봤었다. 엄마가 설탕을 ‘적당히’, ‘대충’ 넣으면 된다고 말해서 갈수록 그 횟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요리 앞에 현학자가 되는 그는 요리책의 ‘적당히’, ‘한 컵 분량의’ 라는 요리책 저자의 계량에 분노하기도 하고, ‘조작하지 않은’ 요리책의 요리 사진이 오히려 요리알못들의 좌절을 불러일으킨다고 투덜대며 독자들을 웃게 만든다.


그는 다양한 요리책의 수집가이기도 해서 본인이 읽어보거나 시도해본 요리책에 대해 장단점을 알려주거나, 요리책을 고르는 요령에 대해 한바탕 늘어놓는다. 그 조언은 너무나 구체적이고 세심해서 한참 웃게 한다. 작가에 따르면 특히 주의해야할 것은 그럴듯한 사진인데, 요리책에 나온 사진을 본인이 만들 결과물로 기대하면 참담한 결말을 맞기 십상 이기 때문이다. 그의 요리책에 대한 평은 제법 신랄해서, 한참을 낄낄대며 레시피 북을 뒤적이다 망한 내 요리들과 책장만 넘기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잠들거나, 결국 배달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운 나의 끼니들이 생각나 잠깐 눈물이 날 뻔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려받은 볼품없는 헌옷 같은 지식으로 무장하고 장을 보러 간다.’ 이 문장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이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하게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요리책을 뒤지며 인터넷 몰에 접속해 장바구니에 새로운 식재료들을 잔뜩 담지만 결국 결제하지 않고 창을 닫았다. 또 다가온 ‘홈파티’의 시즌에 벌써 지긋지긋해 하면서.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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