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인간성의 승리

니클의 소년들

by 여온



내가 가보지 않은,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잠깐이나마 내가 살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하는 소설을, 나는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남의 상황을 쉽사리 상상하지 못한다. 나는 그래서 소설을 읽는다. 나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니클의 소년들’은 독자를 단숨에 그 현장에 주의깊은 관찰자로, 따뜻한 참여자로 데려다 놓는다.


인종 분리 법이 시행되던 1960년대 미국, 흑인 소년 엘우드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우연히 휘말린 아주 작은 트러블로 인해 소년 감화소인 니클에 가게 된다. 니클은 아이들을 훈육해서 교화시키는 곳으로,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지나친 훈육과 노예 취급으로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곳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 엘우드는 잭 터너와 우정을 나누고 결국 살아남아 2010년 당당하게 피해를 고발하고,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 나라는 아주 크고, 편견과 약탈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없이 많았다. 그러니 크든 작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당한 일에 그들이 어떻게 보조를 맞출 수 있을까.’ ‘법을 바꿀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바꿀 수 없다. 니클의 인종차별은 지독했다.’

하지만 엘우드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훌륭한 도덕적 책임감, 인간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그 훌륭한 생각, 세상이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다는 생각’은 터너를 변화시키고 그들은 니클을 파괴하기 위해 발을 내딛는다.


이 책을 읽고 몇달이 되지 않았을 때, 캐나다의 옛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어린이 시체 1천구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가톨릭 교회들이 원주민 아이들을 훈육을 핑계로 기숙학교로 보내고 학대를 하다 못해 죽여 시체들을 묻어 버렸다는 잔혹한 이야기를 보고, 니클을 떠올렸다. 니클의 소년들은 2019년에 출간되었고, 그 뉴스는 2021년 여름에 나왔으며, 니클의 소년들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니클을 실존했던 장소, 그 소년들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차별은 대상을 바꿔 계속 되고 있다. 희생된 사람들이 캐나다 원주민에서 흑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들은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일 수도 있고, 농촌의 다문화 가정 혼혈 아이일 수도 있다.


니클의 소년들은 차별 받고 있는 누구로 바꿔도 이상하지 않을 이야기이며, 그 차별 속에서 승리하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온 우주가 온 힘을 다해 자신을 학대하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지켜낸 엘우드들을 생각한다. 우리는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그들에게 빚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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