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읽는 시간, 고양이 언어학
우울한 날에는 그림을 그린다. 예전에는 사람을 그렸었는데, 요즘은 고양이를 그리는데 빠져있다. 둥근 얼굴, 둥근 귀, 둥근 발, 둥근 몸, 품품한 털을 둥근 선을 이용해 그리고 있자면 우울이 날카롭게 만들었던 신경줄이 누그러진다.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는 잿빛 털을 가진 치즈라 색을 신중하게 고른다. 망태기같지 않으면서도 달콤하면서도 살짝 빛아 바래야해서 색상 피커를 리조리 옮겨본다.
번잡했던 마음에는 어느새 고양이가 가득찬다.
어느 날 도서관 검색창에 고양이를 검색했다. 스님이 쓴 고양이를 읽는 시간이라는 책이 가장 먼저 나왔다. 고양이와 스님이 그려진 표지가 사랑스러워서 빌렸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스님의 행복한 일상 유튜브 같은 글인줄 알았더니, 실은 산 중에 사는 스님이 길 고양이와 같이 지내고 있고, 그 스님이 이런 저런 생각을 나누는 책이었다. 낚였다 싶다가도, 고양이 덕분의 스님의 좋은 글을 읽는구나 했다.
고양이의 울음을 분석한 언어학자의 책도 읽었다. 제목부터 고양이 언어학이다. 언어의 음성기호를 연구하는 작가는 고양이 네마리와 함께 살면서 그들이 내는 소리를 자신의 연구와 접목시켰다. 고양이가 우는 소리를 이해할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읽었다. 하지만 고양이의 말은 학자에게도 아직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냥 고양이 집사인 작가의 그 넘치는 사랑하는 마음과 고양이 집사라서 행복하다는 자랑을 한참 들은 기분이었다.
온갖 이유로 책이 나오니까, 고양이를 핑계로 책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의외로 없더라고. 고양이는 이렇게 ‘고양이’하고 쓰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사랑스러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