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아프리카 수업
몇년 전 모로코에 간 적이 있다. 마라케시 공항 밖으로 사막이 보였다. 그것은 노랗다기보단 붉은 색이었다.
마라케시는 모래로 만든 도시 같았다. 모래가 어딜가나 많았고, 메말랐고, 덥고, 에어컨이 별로 없었다. 붉은 건물들과 아라베스크로 뒤 덮인 건물들. 다들 머리에 모래를 막기 위한 터번을 둘렀고, 일교차가 아주 컸다. 마라케시는 내가 가본 다른 어느 도시들처럼 혼란했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사하라 사막으로 갔다. 사막으로 가는 투어는 종류가 아주 많았는데, 우리는 마라케시에서 출발하여 2박 동안 사막을 구경하고 페즈로 가는 여정이었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사막 근처에 도착해 허름한 호텔에서 잠을 자고, 이틑날은 낙타와 지프를 타고 사하라를 지났다. 940만 제곱미터의 사막은 넓고 넓어 하루를 꼬박 달리는 동안 모래밖에 못봤다. 그게 아름다운 거였지만.
베르베르족의 전통 숙소에서 두번째 밤. 몽골에서 지냈던 게르처럼 천막으로 된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웠다. 저녁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한 낮동안 따뜻하게 데워진 모래의 부드러운 감촉과 하늘과 나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해방감을 느꼈지만 그것도 잠시. 10시가 넘어가자 얼마나 추웠던지, 마라케시의 일교차는 비교도 안됐다. 가진 옷을 죄다 껴입고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마지막날 다시 고대 도시를 구경하고 페즈. 염색 공장들과 이슬람 문화로 가득찬 도시. 낙타 고기를 먹고 과거 유적을 걸었다.
가끔 전세계 지도를 본다. 내가 다녀온 나라들을 찾는데, 모로코를 아프리카 대륙에서 찾을 때마다 놀란다. 내 상상 속의 아프리카는 항상 케냐의 사파리이거나 기아로 고통받는 아이의 얼굴이다. 사자와 치타, 기린이 있다는 케냐.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나올 것 같은 초원 풍경. 혹은 언제나 내전이 일어나 있다는 어딘지 모를 아프리카 나라의 굶어서 배가 부른 아이의 얼굴. 그 모든 상상속의 이미지들은 내가 실제로 모로코에서 본 풍경과는 너무나 달랐기에 여전히 낯설다.
아프리카에는 54개국이 있다. 200개가 넘는 언어가 있고, 열대기후, 사막기후, 지중해성 기후 등 우리나라의 사계절보다 더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각 나라는 각자 비슷하지만 다른 고민들을 가지고 있고,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검은 아프리카니, 컬러풀 아프리카니, 아프리카를 통틀어 부르는 호칭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 일본과 함께 노란 아시아라고 불리고 싶지 않고, 불리고 싶지 않은 만큼이나 아프리카는 아프리카라 뭉뚱그려 부를만큼 같지 않다. 미국과 중국, 인도,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를 합친 것과 같은 크기. 우리는 미국을 미국이라, 이탈리아를 이탈리아라 부르면서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마치 하나인 것처럼 여긴다.
앞으로는 그 각각을 구분해서 알아가보려고 한다. 15세기 유럽인들이 미국을 발견해놓고, 신대륙이라고 불렀던 것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혹은 미국인들이 이정재에게 ‘유명해지니 기분이 어때?’ 라고 묻는 것 같은 예의 없는 짓을 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