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낙태 여행
“개인의 결정을 존중하는 건 사회의 기본이고, 낙태도 다르지 않아요.”
Women on Waves 라는 단체가 있다. 나는 2018년에 이 단체에 대해 처음 알게 되면서, 2001년에 생긴 단체를 이제야 알게되다니!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다시 찾아보니 1999년에 생긴 단체다. 네덜란드인 의사인 레베카 박사가 시작한 캠페인으로, 낙태가 합법화되지 않은 곳에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안전한 낙태약을 건내주는 캠페인이다. 블라디보스톡을 여행하던 네명의 작가이자 출판사 봄알람 운영자들은 시칠리아로의 여름 휴가를 얘기하다가 유럽에 가는 김에 Women on Waves의 레베카 박사를 만나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네덜란드 가는 김에 낙태권을 쟁취한 프랑스의 여성단체 얘기도 들어보고, 그런 김에 낙태권을 위해 가장 최근에 투쟁한 아일랜드와 폴란드 얘기도 알아보기로 했다. 하는 김에 하기엔 굉장한 기획이었고, 굉장한 기획에 반해 대책없이 허술한 여행이 그렇게 시작된다. ‘유럽 낙태 여행’은 그 기록이다.
여행기는 허술하다. 비행기 값을 아끼겠다고 새벽 표를 끊었다가 결국 놓쳐서 두배를 내고, 유심을 사지 않아서 인터뷰 연락을 놓칠 뻔하고.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 문 앞에서 돌아오기도 하는 등, 계획 없이 여행하는 것치고도 심하다.
그래도 그들의 진지한 태도는 모두에게 전해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는 전 유럽에서 계속된다. 그래서 참 부러웠다. 술 먹으며 한 얘기를 진짜로 만드는 실행력도, 그걸 같이 할 친구가 네명이나 된다는 것도.
낙태를 생각하면 항상 ‘전국 가임기 여성 지도’가 같이 생각난다. 저출산을 얘기하는 곳에서 여성은 재생산을 위한 자원으로 여겨진다. 마치 아이를 낳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말이다. OECD국가 중 유일하게 고아를 해외 수출 하는 나라에서 할 발상은 아니라는 걸 모르니까, 이 땅의 출산율이 0명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얘기를 꺼내면 많이들 그런다. 니가 낙태 할 것도 아닌데. 그러면 나는 보통 그냥 대화를 관둔다. 가끔은 왜 그렇게 생각해? 내가 했을 수도 있지. 라며 빤히 쳐다봐 준다. 그럼 그가 대화를 피한다. 2019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중 약 20%는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다. 생각보다 남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