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 대한 집착이 후회를 부른다.
전문가를 맹신한 대가
확실함이라는 허상을 쫒는 우리
우리는 흔히 전문가의 말이면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우리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사고과정이 얼마나 분안전한지 알고 있다. 반면 전문가가 고민 없이 내리는 판단은 그 속내를 알 수 없기에 빈틈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전문가의 예측이 더 정확할 거라 짐작한다.
이렇듯 우리는 성공한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실패한 적이 많은 사람이라도 한두 번의 성공 경험이 있다면 우리의 믿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A라는 사람은 계속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운 좋게 높은 수익률을 받았다. 그리고 그 수익률이 평소 자신의 수익률이라고 말한다. 그걸 본 사람들은 A를 전문가로 믿기 시작한다. 그런데 A는 자신이 어떻게 높은 수익을 올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를 따르는 사람들도 좋은 수익을 얻기 힘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반대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믿음은 유지된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잘 나가던 사람이 사업에서 실패하거나, 폭락한 주식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며 자신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기묘한 이유를 들어가며 합리화한다.
이와는 다르게 느끼기도 하는데, 자신이 믿었던 사람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동안 도움을 많이 받았음에도 한 번의 실패로 모두를 의심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과정은 자신만의 주관적이고 편협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으면 언제나 작동한다. 세상 일에는 '운'이라는 요소가 많이 들어감에도 그 요인은 무시한다. 확실함을 찾고 싶은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확실함이라는 허상을 찾는 것을 멈추기 전까지 이 과정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후회가 삶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이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인 경우가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전문가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 순 있다. 이런 사고는 언제나 다른 선택이 이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실제로는 더 못한 결과를 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결과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성을 믿는 것이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의도와는 달리 정말 피곤한 인생을 살게 된다. 실패는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때마다 다른 선택지에 대한 후회가 남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확실함 대신 불확실함을 받아들여야 하고, 후회가 삶에 도움 되지 않는 이유다.
건강은 스스로 지키자
이와 관련된 사례는 의료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몸이 실제로는 나아지고 있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다. 또 당장으로선 최선의 치료방법임에도 부작용의 위험성이 높다면 의사는 섣불리 치료를 하지 않는다. 대신 환자의 부작용의 위험성이 적고 증상이 즉각적으로 개선되는 치료를 선택한다. 환자의 건강에는 별 도움이 안 되더라도 말이다.
가장 흔한 예는 감기다. 감기를 걸렸을 때처럼 굳이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몸이 온도를 높여서 세균을 죽이려는 자연 치유의 과정이다. 그런데 의사는 단순히 '열'이라는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해열제를 처방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열이 내려가지 않으면 감기가 낫지 않았다고 생각하므로 의사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책이 무조건 좋은 걸까?
마찬가지로 우리가 성공 관련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때론 성공한 사람들 썼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대니얼 카너먼은 '후광 효과'라 부른다. 실제로 자기 계발서들을 읽어보면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우리는 성공한 기업들이 동일한 방법을 사용한 수많은 기업 중 극히 소수라는 점을 간과한다. 이는 실제로 사업의 시기, 산업군, 인맥등의 운이 작용했음에도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출판업계는 이를 꿰고 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하며 성공한 사람들처럼 행동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실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보다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독자들의 기대만 키운다. 이런 기대는 행동을 뒤로 미루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삶은 불확실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삶이 주는 시련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헛된 기대로 낭비하는 돈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선택하지 않은 다른 대안을 생각하며 후회로 삶을 낭비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