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민달팽이 이야기
수척해진 얼굴로 나타난 김팀장의 아내는 세정에게 앞으로 어째야할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중환자실 면회시간에 만난 김팀장은 퉁퉁 부어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도 바로 뇌출혈의 골든타임에서 수술을 한 덕분에 의식은 있는 상태라는게 다행이었다.
"팀장님, 괜찮을거에요. 얼른 나아서 저희, 자주 가던 돼지김치찌개집에 백반 먹으러 가야죠."
세정이 웃으며 말하자, 김팀장은 손짓을 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날 이후, 세정은 매일 저녁 기도했다. 김팀장이 빨리 회복하게 해달라고. 왜 좋은 사람들은 먼저 못 데려가서 안달인지,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다.
두 달이 지난 후, 아침 출근길에 김팀장으로부터의 전화가 울렸다. 그 날은 세정의 엄마에게도 일이 있어, 세정의 엄마가 세정을 회사까지 차로 데려다 주는 길이었다.
"팀장님, 잘 지내셨어요? 오늘은 몸이 좀 어떠세요?"
"아...어... 오늘... 내가 회사에 늦을것 같..아.."
"네?"
"늦잠을.. 잤어..."
"네?"
"나 대신...."
뚝 끊긴 전화에, 세정은 당황했다. 옆에서 운전을 하던 엄마도 세정에게 무슨일이냐며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팀장님이 갑자기, 회사에 늦을 것 같대"
"팀장님 회사 안나오시잖아?"
"그러니까.. 무슨일이지?"
세정의 엄마는 세정에게, 아빠가 마지막에 간이 많이 상했을 때 찾아왔던 '섬망'증상과 유사한것 같다고 했다.
섬망은 일종의 치매처럼, 기억력이나 인지력에 문제가 생겨서 안하던 행동을 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아빠도 섬망이 왔을 때, 출근 때 입던 경찰복을 가져다달라며 자꾸 옷을 찾아서 엄마와 세정이 한참 곤란을 겪었던 기억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 뒤 김팀장의 와이프로부터 '애들 아빠의 증상이 나빠져서, 자꾸 잊어버리고 기억을 못한다. 전화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세정은 출근길에 눈물이 났다. 올 게 오고 있었다.
섬망이 온다는 건, 간이 너무 많이 상했다는 거니까... 어쩌면 김팀장과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은 게 아닐까, 싶어서 슬퍼졌다.
김팀장의 와이프는 휴직 신청을 위한 서류를 세정에게 보내왔다. 휴직 서류가 접수되자, 최차장은 TF장으로 보직 임명되었다.
TF가 그나마 이정도 돌아가는건 최 차장이 추진력있고, 리더십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들면서도, 김팀장의 빈자리가 바로 메꿔지는 조직의 냉정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세정은 생각했다.
그 사이 세정에게도 번아웃이 찾아왔다. 늘 보이던 김팀장의 빈자리는 컸고, 일의 무게는 버겁게만 느껴졌다. 울적한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날, 늦은 바에 김팀장의 와이프로부터 문자가 왔다.
“대리님, 많이 바쁘시죠.. 주말에 잠깐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애들 아빠가, 대리님을 보고싶어해요.”
“네 갈게요, 사모님. 어디로 가면 될까요?”
“xx병원으로 와주시면 되어요.”
그 한 주가, 세정에게는 너무 길게 느껴졌다.
세정은 엄마를 잡고 매일밤 울었다.
'가고 싶지 않은데, 안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너무 슬퍼' 라며.
세정의 엄마는 김팀장을 원망했다.
'왜 애 마음에 못을 박는다니.. 왜 애한테 자꾸 안보여도 될 모습을 보인다니.... 그래도 그 사람 너무 안됐다...'라며 세정의 엄마도 함께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