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별

1호선 민달팽이 이야기

김팀장을 보러 가던 날,

세정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옷 중 가장 예쁜 옷을 골라서 입고, 예쁘게 화장을 했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했다. 울지 않겠다 다짐했다.

김팀장은 1인실, 호스피스 병실에 있었다.

깡마르고 까만 몸, 부풀어진 배, 빛이 꺼져가는 눈...

세정은 새삼, 간이 나빠져서 생명이 꺼져가는 사람들은 다 같은 모습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위로가 되었던 것 같기도 했다.

우리 아빠만 저렇게, 까맣게 마르는 건 아니었구나, 암세포는 모든 건장한 이들을 저렇게 만드는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1인실에서 고 3인 쌍둥이 아들들은 며칠 뒤의 수능을 앞두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을 보며, 세정은 마음이 더 아팠다. 자연스럽게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김팀장의 손을 잡고 말을 하게 되었다.

"팀장님, 애 많이 쓰셨죠. 이제 쉬셔도 되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팀장님 덕분에, 저희 다 이제 괜찮아요. 아이들도, 사모님도, 다 괜찮을거에요.

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힘껏 살아갈 준비를 하고있어요.

저도 팀장님 덕분에, 다시 세상에 나왔잖아요.

이제 제가 아이들 등을, 세상 밖으로 밀어주는 사람이 될게요.

팀장님, 쉬세요. 너무 감사했어요. 우리.. 또 만나요.

우리 아빠가, 팀장님 좋은 데로 가실 수 있게 마중나갈거에요.

팀장님 성격 좋으시니까, 우리 아빠 손잡고 같이 가세요."

눈물보다, 김팀장에 대한 안쓰러움이, 애틋함이 먼저 피어올랐고, 수척해진 김팀장의 와이프와 그 와중에도 문제집을 풀이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쓰렸다. 김팀장의 와이프는 눈물도 말랐는지, 병원 로비에서 만났을 때 세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애 아빠가 정신을 놓기 전에, 말했었어요. 마지막 모습은 대리님한테 안보여주고 싶다고.

근데.. 또 대리님이 보고싶다고도 했어요.

여러번 생각했어요. 이런 모습을 대리님에게 보여주는게 맞을지....

근데, 애 아빠가 보고싶다고 했던게 생각나서.... 가기 전에, 보고싶어했던 사람들은 한번씩 보고 가라고...'

세정은 병실에서 나와서 공부중인 아이들에게 가져다 줄 간식을 사러 갔다.

다녀오는 길에 병원 지하의 의료기상에서 거즈를 잔뜩 사다 김 팀장의 와이프에게 건넸다.

"사모님, 마음.. 굳게 먹으셔야 해요. 눈이 저렇게 떠져있으면 곧 망막이 상해요.

그럼 진짜 마음아파져요. 거즈로 눈을 가려줘야해요. 입도 벌려져있으니, 목이 상할거에요.

거즈를 물에 적셔서 입에 넣어주시고, 혀가 말리지않게 해주셔야해요."

"... 대리님.. 미안해요. 대리님 아버님도 그렇게 간걸 알면서, 내가 몹쓸짓을 한게 아닌지..."

"아니에요 사모님. 감사해요. 인사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저도, 늘 기도할게요. 무슨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이틀 뒤, 김팀장의 임종이 다가왔다는 연락이 왔다.

임종중이라는 소식에, 세정은 기도했다.

부디, 너무 뒤를 많이 돌아보며 슬퍼하지 말고 좋은 곳으로 나아가기를.

그리고, 김팀장이 세정에게 그랬듯,

세정 역시 김팀장의 아이들을 품어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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