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저희가 좀 늦었죠?

글테기에 빠진 두 사람

by 주떼

<<2030년, 지구는 안녕할까?>>

-주떼


안녕 오츠 언니?


오랜만에 글을 써. 게으름으로 무장하고 글을 쓰지 않은 지 한 일주일쯤 되었을까? 하고 브런치에 들어가서 마지막 글을 올린 날짜를 보니 벌서 2주가 지났더라. 2020년이 끝나면 코로나가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2021년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지내던 때도 있었지. 그 대는 시간이 그렇게 가지 않았어.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내니 참 우습게도 빨리 가더라.


요즘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 우리의 삶이 코로나로 인해서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많이 변했지. 사람들이 활동의 자유를 잃고 괴로워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야. 그런데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해도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노동자로서 반가웠어. 재택 너무 좋더라. 8시 30분에 기상해도 지각하지 않으니까.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배달을 많이 시켜 먹어서 전보다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든다고 하는데, 각 나라와 도시들을 연결해 주던 운송수단들이 줄어들면서 대기오염은 또 개선되고 말이야. 참 아이러니하지?


오늘 쿠팡에 들어갔더니 그토록 기다린 품절 상태였던 미밴드 5 물량이 풀렸어. 새로운 기계가 나왔으니 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고민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을 텐데 최근에 언니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노력을 하라는 말이 떠올랐어. 지금 쓰는 것이 고장 난 것도 아닌데……. 물건은 콩알만 한데 포장이 어마무시하게 오니까 택배 몇 개 시키고 나면 쓰레기 통이 꽉 차더라. 요즘은 쓰레기도 돈을 주고 버려야 하는데 돈을 주고 쓰레기를 구매한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 때도 있어.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지 버려도 버려도 원상복구되는 쓰레기 더미에 놀라.


언니는 최근 소비를 줄였다고 했지. 원래도 물건을 잘 사지 않으면서. 택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참 힘든 일이야. 아직도 살지 고민 중이야. 아마 산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건 기부를 할 것 같아. 이렇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새로운 기계가 갖고 싶은 감정이 충돌해. 버리는 것도 잘 하지 못하니 애초에 사지를 말아야 하는데……. 잘 되지는 않아. 그래서 죄책감을 느끼고.


같은 의미에서 고기나 어패류를 먹을 때 종종 죄책감을 느껴. 살아 있던 생명이었을 텐데. 내가 먹으려고 했기 때문에 죽었겠구나. 그런 죄책감이 들면 엄마는 그렇게 위선적으로 굴지 말고 불쌍하면 아예 먹지 말라고 해. 맞는 말이라 뼈가 조금 아파.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실천하기는 막상 쉽지 않은 것 같아. 음식을 내 손으로 해먹지 않으니 외식을 하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이고. 매 끼니를 고기 없이 지내기엔 또 고기에 길들여진 것도 있어서 완전 채식을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 그래서 나만의 룰을 정했지.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고기 없이 먹기. 쓰레기를 줄이는 것보다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갖는 것이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고 기후 변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 더 노력하겠다고 생각을 해.


사실 글을 쓰면서 언니가 나보다 환경보호를 더 잘 실천하고 있을 것 같아서 사실 조금 머쓱하기는 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처럼. 변명하자면 내가 오늘 쇼핑을 하려다 언니 생각이 났기 때문이야. 내가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 또 얼마 전 우리가 좋아했던 백은선 시인의 산문 <우울한 나는 사람이에요>에서 이렇게 지내다가는 2030년까지 지구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10대도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던 그 말이 생각나기도 했어. 조카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짠해지더라고.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사회가 그다지 핑크빛은 아니라 아이들도 그걸 겪었으면 좋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다 누리고 자라 성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질 수 있는데 가지지 못하는 것과 애초에 가질 수 없는 것은 다르니까. 지금 아이들은 우리가 겪었던 마스크 없이 마음껏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 소소한 자유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조금 더 내 욕망을 줄이고 노력을 해볼까 싶어.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을 거지만>>

-오츠


주떼에게


세상에. 오랜만에 브런치를 들어가보고 깜짝 놀랐어. 니가 마지막으로 내게 준 교환일기 속 내용은 마지막 업로드가 2주 전이라고 적혀 있더라. 내가 보는 마지막 업로드 일자는 1달하고도 15일이나 지난 거 있지. 이렇게나 게으름을 피우다니. 정말 미안해. 함께 하기로 결심해놓고도 노력하는 게 쉽지 않구나. 둘이어도 쉽지 않네. (사실 나만 잘하면 될 것 같지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최근에 내가 너한테 자주 해서, 은근히 소비를 지양하라는 압박을 준 것 같아. 사실 이건 내가 요새 노력하고 있는 거라서 더 그래. 새로운 옷을 보면 눈이 돌아가지만 한 템포 쉬고 중고마켓이나 구제옷을 사는 쪽으로 노력을 해보지. 구제옷도 요즘 트렌드에 맞으면서도 깔끔한 옷들이 많더라고. 하지만 새 옷보다는 확실히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해.


환경을 위하는 길을 고민할수록 느껴지는 건, 돈을 모으는 일이랑 비슷하다는 거야. 돈을 모으려면 발품을 팔아서 저렴한 물건을 찾고 좋은 예금 상품을 찾곤 하잖아. 탄소 에너지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도 비슷해. 편한 이동수단보다는 발로 걷고, 일회용품을 쓰는 것보다는 도시락을 준비해서 포장하고. 간단히 고기를 구워먹는 것보다는 야채로 요리해서 먹고. 다 하나하나 품이 드는 일들이더라.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항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요새 퇴행하고 있어. 게으름을 피우고 있지. 텀블러도 챙겨 다니지 못해서 일회용품으로 돌아갔고, 먹지 않던 육식을 다시 대강 시작하게 되었지. 아무거나 일단 배부터 채우잔 마음으로. 이게 다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해볼게.


마음의 여유를 잃은 것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볼까 해. 너도 알다시피 내가 바빴어. 회사일도 그렇고 써야 할 글들도 많았어. 9월에는 마감해야 하는 소설이 3개나 있더라고. 그런데도 하루 이틀씩 글 쓰는 걸 미루다 보니까 아무것도 손 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 글을 미룬 이유는 별 거 없어. 좋은 문장이 써지지가 않기 때문이야. 그런 식으로 써야 할 글들이 쌓여버리고 나니까 처음으로 글을 왜 쓰나. 난 왜 이렇게 쓸데 없이 고통을 받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난 원래 글 쓰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말이야.


좋아해서 잘하고 싶고 그러지 못하다 보니 좋아하는 게 싫어진다. 이 흐름은 최악이더라고. 그래서 지난 주 내내 마음 속으로 내가 글을 왜 쓰려고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봤어. 답이 나오질 않더라. 마음만 더 가라앉았어. 우울증이 찾아온 것 같아. 가을이기 때문이기도 할 거야. 날씨 영향을 잘 받는 타입이거든. 그런 상태로 저번 주엔 부산에 다녀왔어. 계획된 일이어서 전부 다 엎어버릴 수가 없었거든.


시를 쓰는 J를 만났어. J는 최근에 시를 쓰고 있긴 한데, 잘 써지지가 않아서 나한테 보여주고 싶은 시가 없대. 표현력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면서 자기 선배 얘기를 해줬어. J의 선배는 어린 나이에 시로 등단을 했는데, 올 초에 첫 시집이 나왔대. 서점에서 우연히 시집을 발견해서 시집을 펼쳤는데 책 앞머리에 유고시집이라고 적혀 있더래. J도 몰랐대. 사고가 있었다는 걸. J가 그러더라. 지금 쓰는 시들이 유고시집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시집에 실릴만한 시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J에게 아무말도 해주지 못했어. 나도 마찬가지였거든.


뭘 위해 소설을 쓰고 있는 걸까. 아직도 고민이 돼. 그렇다고 소설을 포기하진 않겠지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언니는 '평범한 것'을 피해 소수의 취향을 선택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