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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Nov 21. 2022

해고위기, 오늘 내일 합니다 (2)

Week1 - 타노스

새로운 사장이 취임을 한 첫번째 주의 금요일 아침, 전체메일이 날아들었다.


회사는 어려운 상황이고, 새롭게 나아가려 한다고. 이제 우리는 어려운 결정을 하기로 했다고. 한국시간 토요일 새벽에 개인적으로 메일이 갈 거라고 했다. 회사에 남는 사람은 회사 메일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은 (이미 등록되어 있는) 개인 메일로 공지가 갈 것이라고. 올 것이 왔다는 기분이었다. 


이 공지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어서, 어떤 사람은 그냥 자신과 관계없는 해프닝으로, 어떤 사람은 심각하게 사태를 받아들였다. 나의 경우는 후자였다. 내가 해고 리스트에 올라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공지 메일을 받고나서 일본이나 싱가폴, 미국 등 친했던 동료들과 미리 연락을 했다. 


Just in case, I'd like to stay in touch with you. Let's share our personal contact. Thanks for everything that we have shared.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아직 우리에게는 12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그 사이에 컴퓨터에 있던 개인 사진이나, 개인 문서 등은 모두 옮겨둬야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매년 '직원 윤리강령 (Code of conduct)' 비디오 교육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데, 하필 그날은 교육이수 마지막 날이었다.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에서 이런 교육을 듣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제낄까도 했지만, 남아있는 0.0001%의 의무감을 겨우 겨어우 쥐어짜 그 비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어수선한 시기니까, 사소한 걸로 책 잡히지 말자는 생각도 있었다. 직원 윤리강령 교육을 받다가 해고되면 그것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때 갑자기 함께 일하던 카렌에게서 연락이 왔다.

"시작되었나 봐요! 지금 미국 동부쪽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회사 메신저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조금 있다가,

"미국 서부도 사라지고 있어요!!"


이거 무슨 재난 영화인가?

시시각각 타임존을 따라 퍼지는 바이러스 같은 건가.

그러다가 카렌이 말했다.


"어...! 쑥쑥님....

저도 로그아웃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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