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우당탕탕 토네이도처럼 돌아가는 회사 안팍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다가, 다 접고 연말에 여행을 가자고 마음먹었다. 코로나로 3년 정도 외국에 나간 적이 없었는데, 떠나자고 하니 생각나는 곳은 교토였다.
비행시간 짧고,
시차 없고,
안전하고,
엔화는 싸다.
천년고도로 볼 거리도 많고.
연말에 남은 연차를 세어보니, 주말 껴서 대략 9일 일정이 나온다. 이전에 2박3일동안 교토를 여행한 적이 있었고, 그때 본 교토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었다.
- 2018년 가을의 교토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문제는 하나. 어딜 가나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던 것.
어느 정도였냐면 청수사 - 기요미즈데라에 가려고 올라갔다가 내려다본 거리는 이런 모습이었다.
그때 언젠가 시간이 나면 교토로 조금 긴 여행을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조용한 아침과 밤 늦은 산책길은 명소를 다 돌아보고도 시간이 남을 때만 가능하니까.
그리하여 코로나 이후 방문한 첫 여행지, 교토.
일본이 10월부터 무비자로 사람들을 받기 시작했으니 비자는 문제 없고.
가만있자... 일본은 3차 백신까지 맞거나 PCR 검사를 해서 음성확인서를 내야 한다고?
일단 나는 2차까지 백신을 맞았으니까, PCR 검사를 해서 음성확인서를 가져가면 되겠지.
코로나가 전세계를 휩쓰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코로나에 걸린 적 없는 나. 코로나에 걸린 친구들과 실수로 비말을 튀기며 밥을 먹고난 후에도 코로나를 피해갔던 슈퍼 항체 소유자. 코가 찔리는 PCR 검사가 두려울 뿐, 코로나 감염 자체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숙소를 바로 예약했다. 일정 변경 불가가 제일 싸니까 당연히 취소 옵션이 없는 숙소로.
출국 9일 전.
목이 간질간질하다.
그동간 수없이 목이 간질거렸어도 그냥 스쳐가는 감기였을 뿐.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백만분의 일의 확률이라도 호오오옥시나, 공항에서 백도하고 싶지는 않아서 검사를 무성의하게 해봤는데.
곱디 고운 연한 핑크빛 두 줄이 나를 반겨주네.
아하하하하하....
여행 9일전이라고, 코로나 이눔시키야.
나, 교토에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