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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Jan 26. 2023

[9일동안의 교토 2] PCR 음성을 찾아서

PCR 음성을 찾아서

코로나 확진이 된 것이 12월 둘째주, 그 다음주에 나갈 계획이었다.


코로나 증상은 며칠간의 고열 정도였고, 회복기에 나의 후각을 앗아갔지만, 소문으로 듣던 무시무시한 인후통은 없었기에 잘 회복되었다고 생각했다.


백신 3차까지 맞으면 쉽게 일본에 갈 수 있지만, 코로나에 걸린 나는 백신을 맞을 수가 없었고, 일본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출국 72시간 내의 검사한 PCR 음성 확인서를 내면 된다. 즉, PCR 검사병원을 찾아 검사를 하고, 문서발급 비용까지 더해 약 10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면 된다. 소요시간은 만 하루 정도.


시간이 없는 나는 폭풍검색으로, PCR 당일검사, 당일 증명서 발급이 가능하고, 비용도 65,000원 정도로 저렴한 3개 병원을 찾아냈다. 양재역 근처의 삼광의료재단, 이화의원, 답십리의 씨젠의료재단이 외국 여행용 PCR 문서 발급으로 유명한 병원들이다.


다음은 PCR 음성 확인을 위한 나의 여정.


12월 14일 - 1차 코찔림 (삼광의료재단)


출국 9일전 확진이 되었기에, 7일 격리가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코로나 격리 해제 후 바로 한 검사 결과는 양성. 시간낭비 - 돈낭비 - 코찔림 3단 콤보로 대실망.


이미 일본 교토의 숙소와 항공을 예약해두었고, 위약금이 꽤 많았기 때문에 다음날 한 번 더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출국 하루전날이다.


12월 15일 - 2차 코찔림 (삼광의료재단)


다음날,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하루 정도 지나면 음성으로 변해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날 밤 결과를 기다리던 나는, 다시 코로나 양성 결과지를 받고 울부짖게 된다... 시간낭비 - 돈낭비 - 코찔림 어겐.


신이시여, 왜 저는 격리 해제 이후에도 코로나 양성이란 말입니까!!!?? 양성이 나오고 그 다음날 같은 병원에서 음성을 기대하는 것은 그냥 돈을 갖다바친 거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사람에 따라 코로나 바이러스의 찌꺼기가 남아 양성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감염력은 상실했지만, 이 바이러스가 상당히 오래 가는 경우들이 있다고. 항공은 다행히 조정이 가능했기에, 안전하게 12월 말로 일정을 넉넉히 조정하기로 했다. 물론 숙소는 거의 40만원을 No show 위약금으로 날려야만 했다........


잠깐 코로나 증상에 대해서 덧붙이자면, 나에게 찾아온 코로나 증상이던 멀미, 어지럼증, 두통이 많이 사라졌지만, 유독 후각만은 돌아오지 않았다.


후각이 사라지자 음식을 먹는 재미도 함께 사라졌다. 커피향 없는 커피, 라면냄새 없는 라면은... 그저 쓴 맛의 물, 짠 맛의 국수였을 뿐.


왠지 후각을 회복하는 것과 음성결과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을 것 같은 절박한 느낌이 들었고, 영원히 냄새를 못맡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 나는 재활에 돌입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간장, 참기름, 식초통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재활 훈련(?)을 했다. 이 엄청난 냄새들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때의 좌절감이란. 그것 참 황당하더만.



Q. 위 사진을 설명하시오.
A. 냄새 재활 3종 세트. 간장, 참기름, 식초입니다.


12월 24일 - 3차 코찔림 (삼광의료재단)


코로나 격리 해제 후 11일이 지났다.

잃어버린 후각도 반쯤 돌아오기 시작.

뭔가 몸이 좋아지고 있는 느낌적 느낌.


시간도 훌쩍 지났으니 난 준비되었다!

일본에 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룰라랄라 병원으로 향했다 (왜 난 아무 상관이 없는 한 병원만 고집했던 걸까? 오직 익숙하다는 이유로..)

오후에 가서 검사를 받고 밤에 결과가 나왔길래 별 생각없이 결과를 본 나는 대충격에 빠진다.



'미결정'.



미결정은 뭔가요??!!!!

양성도, 음성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하지만, 오직 음성만 일본 입국이 가능하니, 미결정 = 이코르 = 양성이다. 난 '미결정'이라는 결과가 있다는 건 또 처음 알았다.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1차 위약금에 이어 2차로 호텔 위약금을 모두 날리게 되는 것인가...?


비상이다!

본격적으로 비상대책을 발동했다.


1. 병원을 바꾼다 (이제서야...?)

2. 가글을 사서 입을 헹구고 검사한다. (도움이 될라나?)

3. 코세척 식염수를 사서 코를 세척하고 검사한다. (콧구멍 세척, 말로만 들어본 바로 그것)

4. 세척을 더 열심히 한, 자신있는 콧구멍으로 검사한다 (오른쪽 콧구멍으로 부탁합니다~. 말도 안될라나.)


출국까지는 단 하루.

오전, 오후 각각 다른 병원으로 하루에 2번 트라이.


과연 나는 일본에 갈 수 있을까?

진짜 갈 수 있을까???

혼또니?


코로나 시키,
스미마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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