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다.
2020년 초 이명의 시작과 함께, 잘 안풀리던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하고 있었을 때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어쩌다보니 계속 일할 동력이 생겼더랬다.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도, 나빴던 기억도, 회사의 인수합병 뉴스도 모두 내 일상을 다이나믹하게 만들어 준 이벤트였을 뿐.
대표에게 퇴직 어나운스를 했다.
정기적인 1:1 미팅이 아니라 별도의 미팅을 잡았는데, 대표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인지 업무얘기를 바로 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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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업무 말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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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 않느냐고.
회사에 수많은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중이라, 아쉽지는 않았다.
할 만큼 하고, 줄 만큼 주고, 받을 만큼 받았다는 생각. 제 발로 퇴사하면 위로금 패키지를 받지 못하는 게 많이 아쉽기는 했지만.
일찍 회사를 나왔는데, 배도 고프고 뭔가 나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다.
그래서 들른 파크하얏트 코너스톤.
점심코스와 와인도 한잔 시켰다.
우아하게 먹고 싶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눈물.
평일 점심에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와 혼자 와인마시는 여자, 그것도 펑펑 울고있는 모습은 얼마나 그로테스크했을 것인가. 심지어 눈물이 흥건한 채로 울다가 웃다가 다시 울다가.... 허허허허.
음식을 서빙하던 웨이터는 틀림없이 본 것 같은데, 에이 몰라.
그렇게 한 챕터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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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백수가 될 예정입니다.
이젠 절망의 백수 레이디. 낯설다!
과연 제 앞날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혼돈 속으로 뛰어듭니다.
할 수 있는 것으로는 조금의 그림그리기가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연락주세요.
주위에 그림 그리는 중년여인 1이 있다고 소문도 내주시고요,
싸게 싸게 들여가세요~~ :)
킵고잉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