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4주차 아침 굿모닝~
조프리 레이크와 휘슬러에 다녀온 후 밴쿠버의 다운타운에 정착했습니다. 학교다닐 때, 회사 다닐 때, 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던 나의 벼락치기 DNA.
회사를 그만두고 시간이 많아지니 좀 더 일찍 준비하게 되... 기는 개뿔, 이젠 눈썹에 불이 옮겨붙을 정도가 되어야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초동물적 감각으로 마지노선의 마지막 순간을 잡아챕니다. '지금 안하면 진짜 거리로 나앉어... 큰일난다.. 실시!'
그래서 남들이 벤쿠버 한달살기 준비하면서 몇 달 전에 숙소 예약을 끝내고 오는 반면, 저는 달랑 3박4일 마이크네 집만 예약하고 떠나온 것이죠. 숙소를 안정하는 제가 뭔들 정했을까요? 인생은 나그네길~ 궁즉통의 마음가짐으로 왔다가 진짜로 이리저리 떠돌게 된 나그네입니다. 흑흑.
덕분에 저는 밴쿠버의 다양한 숙소를 몸빵을 해가며 경험하게 되는데요, 한달동안 묵은 6개의 숙소는 대략 이렇습니다.
- 밤에 살인사건 영화 보는 집주인 Mike와 무섭게 지낸 던바의 주택
-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Jenny의 현대적인 신축 아파트. 더 묵고 싶었지만 묵을 수 없었죠.
- 현관문이 고장나 컴플레인 끝에 퇴거한 대학가의 원룸
- UBC 북쪽 해변, 어마어마한 초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유일한 낡은 나무집의 방 한칸
- 쿠폰 숙박으로 득템한 휘슬러 페어몬트
- 다운타운의 1bed 아파트 --> 요기 묵는 중.
아무튼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문제가 발생하려나~ 후후.. 한동안 격조했네. 자, 이제 문제가 터질 때가 됐는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지만 음, 뭐죠... 왜 평화가 이어지죠? 세상에 아무 문제가 없는 숙소가 있다?
있더라고요.
문도 잘 잠기고, 주인은 빠릿빠릿하고, 잔소리 없고, 깨끗하고 교통도 좋은 숙소를 마침내 발견했습니다. 큰 문제라면 내게 완벽한 숙소를 찾자마자 곧 떠나가야 한다는 것이 문제네요. 인생이란~.
숙소는 다운타운 아래 올림픽 빌리지 지하철역에서 도보 5분거리에 있는 곳이었습니다.
다운타운 접근성이 좋고, 다운타운 아파트만큼 비싸진 않고 (그래도 지금까지 숙소중 가장 비쌉니다. 1박 약 300불. 끙... 요즘 다운타운의 아파트는 400불입니다... 허허 미친 집세). 아주 배가 아픈 지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숙소가 마음에 듭니다.
(퇴직금이 얼마나 남았을까.... 땡그랑~ (동전 떨어지는 소리))
이제 곧 떠나야하는 제 숙소를 공개합니다~
이 숙소는 1 베드룸, 1 욕실의 콘도로, 밖에서 보면 컨테이너박스로 만든 조립식 건물처럼 보여요. 뭐랄까... 벽돌 건물이 아니라, 무슨 가건물처럼 보이는 초라해보이는 모습이죠. 그런데 외관의 초라한 느낌이 무색하게 막상 안에 들어오면 아기자기합니다. 심지어 이 컨테이너 빌딩에 벽난로까지 있습니다.
여기식 표현으로 이집의 Hidden Gem은 작게 딸려있는 테라스입니다.
제가 종종 여행기도 쓰고, 일도 하기도 한 작고 귀여운 공간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관찰하는 재미도 있구요.
겉은 초라한데, 안은 아늑한 것은 제가 선호하는 집입니다. 컨테이너에 사는 사람 = 가난하니 훔쳐갈 게 없는 자. 테라스에서 와인 한잔 마시는데, 어쩐지 지나가다가 저를 쳐다보는 사람들 눈빛이 딱히 부러워하는 눈빛이 아니더라니... 아마도 가난뱅이 술꾼으로 보였을듯 합니다. ㅎㅎ
봄에는 집앞 나무에 한가득 벚꽃이 핀다는데, 6월에 이곳에 온 저는 봄의 벚꽃도, 겨울의 벽난로도 즐기진 못했지만, 그 모든걸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날씨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고 창을 보면, 살짝 한숨이 나옵니다.
또야...
또 완벽한 청정 날씨야....
ㅁㅊ... 니들 뭐니 진짜... 후...
다운타운 근처에 왔고 날씨도 좋으니 밴쿠버에 유명하다는 관광지로 나가 보았습니다.
한달이 지나서 구경하는 밴쿠버 다운타운. 이 곳에서 가까운 그랜빌 아일랜드로 나가서 아침을 먹어보기로 합니다. 걸어서도 갈 수 있지만 통통배를 타봅시다. 재미있으니까요. 후후
주말의 그랜빌 아일랜드는 찬란히 빛나는 곳이었어요.
먹을 것도 많고, 눈 돌아가는 미술 재료상, 갤러리, 문구점, 앞치마 가게, 빗자루 가게, 뭐 신기한 가게들이 많네요. 이곳에 에밀리카라는 유명한 미대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예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퍼블릭 마켓에서 음식을 사서 햇빛이 빛나는 밖에서 아침도 먹습니다. 세상이 찬란히 빛나고 있네요.
배도 부르고, 햇볕도 완벽... 행복 뿜뿜~ 해서 걸어오는데 갑자기 저의 왼팔에 알지 못할 뜨거운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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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이런 개새.. 아니 새새끼...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네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회사 그만둘 때 너무너무 고민이 많았는데, 왜 그렇게 오래 고민했을까.
인생인 생각보다 가벼운 것이었는데, 왜 그렇게 무겁게 심각하게 살았을까.
회사 그만두면 지구 망하는 줄 알았는데, 세상은 밝고 평화롭네.
이상,
오늘의 밴쿠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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