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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피스N Apr 13. 2018

일하기 위해서 속옷을 만지는 그녀의 정체

굿피플 : 주식회사 소울부스터 백지연 웹디자이너

Intro
모르겠다. 설명한다. 더 헷갈린다. 답답한지 A4용지에 그림을 그려준다. 아~~~ 그거!!!
  

이처럼 가끔 말로써 설명하기 힘들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린 그림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이를 사회에서는 직무로 둔 사람이 있다. 바로 디자이너다. 이들은 회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디자인으로 표현하여, 고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를 두고 여성 맞춤 속옷 서비스 소울부스터의 백지연 웹디자이너는 ‘디자인의 완성도는 내부 소통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오늘도 회사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소통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굿피플 직무의 시작"


  

나는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어. 그리고 졸업 후에는 쇼핑몰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 운이 정말 좋았어. 왜냐면 서양화학과로는 취업하기 쉽지 않거든. 그렇게 웹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다방면의 일을 함께했어. 회사의 특성상, 쇼핑몰도 함께 관리해야 했거든. 그 이후로도 신기하게 옮기는 회사마다 디자인 작업 외의 일을 병행하면서 경력을 쌓았어.


소울부스터는 페친(페이스북 친구)의 좋아요 때문에 알게 된 회사야. 당시 포트폴리오를 새로 제작하는 중이었어. 그래서 지원은 했지만, 바로 이직하고자 하는 마음은 크지 않았지. 스타트업에도 크게 관심은 없었고. 하지만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웃음) 대표님께서 신중히 말씀하시는 가운데 속옷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공감되더라고. 왜냐면 나 역시도 그 불편함을 아니까.
 


보통 스타트업 입사 이유가 대표 때문인 경우가 많지.
근데 소울부스터는 왜 지원한 거야?

채용공고가 재미있었어. 포토샵에서 투명을 의미하는 체크 모양이 있어. 거기에 브래지어가 얹혀있고, ‘이걸 보고 불편한 사람은?’이라는 글이 담겨있더라고. 분명 디자이너가 한 건 아니야. 그럼에도 굉장히 센스있다고 생각해서 지원했어. (웃음)

그렇다면 회사에서는 본인을 왜 채용했다고 해?

이 인터뷰 때문에 대놓고 물어본 셈이 됐네. (웃음) 우리 사업은 데이터 기반 사업이야. 그렇다 보니 속옷회사치고는 매우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편이지. 그 부분을 자연스럽게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와중에 인체와 드로잉의 이해도가 높은 디자이너를 선호했던 것 같아. 그리고 회사의 방향성에 자신의 색을 녹여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이는 걸 선호하시는데, 그 기준에 맞았다고 하셨어.

그리고 면접할 때의 케미가 잘 맞았다고 하셨어. 디자이너인데 면접 중에 말이 통한다? 운동도 좋아한다? 그런 점 말이야. 거기에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면접 볼 때 마이너스라는 취미 이야기까지 조금 도움이 된 거 같아. 몸을 쓰는 취미를 가졌으니 몸에 대해 좀 더 알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드린 것 같아. 뭔가 자랑을 늘어놓은 것 같아서 좀 부끄럽네. (웃음)


그렇게 입사한 회사에서 현재 어떤 일을 해?

소울부스터는 여성 속옷 맞춤 서비스야. 그 목적으로는 속옷의 불편함 개선을 두었어. 그래서 바디프로파일이라는 퀴즈를 진행해. 나는 이 과정을 고객이 쉽게 이해하도록 디자인으로 도움 주는 역할을 맡아. 그 외에는 속옷 만드는 일 빼고, 이미지로 보이는 모든 일은 다 하는 거 같은데? (웃음)


거기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나의 역할은 회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거야. 이 부분은 나 혼자만의 결정으로 진행되지 않아. 내부 의견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하지. 그게 안 되면, 아무리 소비자와 잘 소통되더라도 회사의 방향성과는 멀어질 수 있어. 그래서 내부 소통을 가장 중요시해.

"굿피플 비전"


디자이너로서 일을 시작할 때는 작품의 예술성에 충실했어. 그때는 서양화 전공의 색깔이 많이 묻어났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성에 중요도를 높였어. 지금은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회사의 제품을 쉽게 이해시키면서 예뻐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을 할 거야. 그래야 고객도 우리 제품을 찾을 테니까.
 


디자이너의 직무를 가진 분들이 대부분 해당 비전을 가지는 거 같아.

예전에는 디자이너로서 목표가 작업 시간을 맞추는 거였어. 그러다가 오너의 요구 순으로 넘어갔지.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아무리 머리에 주입해도, 창의적 욕구가 올라오더라고. (웃음) 디자이너라면 디자인에 욕심 있는 건 당연하니까. 하지만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서 작업할 때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느꼈어. 그래서 균형을 잘 맞추고 싶다고 말하게 되는 거 같아.


그렇다면 인간 백지연으로서는 어떤 비전을 가져?

일과 취미를 건강하게 오랫동안 가져가고 싶어. 디자이너로서 꾸준히 개발을 이뤄내고, 취미를 통해서 삶의 활력소를 계속 얻어갈 거야. 그러면 해당 비전을 재미있게 이루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봐.

"굿피플 성장"


전 회사에서는 업무에서의 성장이 이뤄지기는 힘들었어. 새로운 디자인을 가지고 가도 반영하기가 쉽지 않았거든. 왜냐면 계속 성공했던 안정된 패턴만을 요구했으니까. 그래서 개인적으로 디자인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많이 봤어. 그리고 다른 작업물에 나의 이미지를 얹혀서 작업했어.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했던 나의 활동이야.
 


지금은 업무에서 성장이 이뤄져?

확실히. 우선 디자인의 난이도가 높아졌어. 기존에는 시계와 헤어 제품과 같은 딱딱한 제품들을 디자인했어. 하지만 속옷은 부드러운 제품이야. 거기에 인물이 함께 들어가고. 그렇다 보니 피부 톤에서부터 심의까지 신경 써야 해.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야. 이처럼 디자인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다 보니, 또 다른 성장을 이뤄내게 돼. 그리고 여태까지 작업한 제품 중, 가장 거리감이 가깝게 느껴져서 작업하면서도 재미있어.


속옷에 대한 공부는 따로 하는 편이야?

그럼! 우리 제품을 이해하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우선 브래지어는 높이, 모양, 박음질의 위치에 따라서 종류가 달라져. 정말 신기하지? 나 역시도 처음에는 멍했어~ (웃음) 그래서 입사 초에는 대표님을 붙잡고 공부했어. 제품 하나하나를 보면서 왜 이렇게 제작됐는지를 파악하면서. 덕분에 브래지어의 모든 것을 알게 됐지! (웃음)

‘내가 속옷의 기능을 알아야 디자인으로도 표현할 수 있어.’


그럼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이뤄낸 작업물 중,
기억에 남는 작업물은 뭐야?

첫 회사가 수출입 판매와 쇼핑몰을 동시에 운영했어. 그때 일본 회사에서 본사로 판매하기 위한 카탈로그를 작업했는데, 대표님께서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해보자고 하셨어. 그래서 제품 판매를 해야 함에도, 디자인 작업을 우선으로 했어. 이미지를 하나 작업하는데 3~4일이 걸린 거 같아. 그렇게 최종 결과물을 전달했고, 해당 작업을 2년간 더 진행하게 됐어. 디자인을 전혀 모르던 나로서는 회화 작업과 디자인 작업을 연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사례야.


반대로 성장하게끔 실패사례가 있다면?

이 역시도 카탈로그 작업에서의 경험이야. 이번엔 다른 회산데,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곳이었어. 그때 일본 회사 제품이 담긴 디자인을 요청받았어. 아무래도 일본 제품이다 보니 분홍색 꽃이 담긴 특유의 아련한 느낌을 살렸지. 그런데 제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해당 제품이 예쁘지 않아서 최대한 안 보이도록 하기로 했었거든. 그리고 담당자께서 제품 4개와 로고만 보이게 수정 요청을 해주시더라고. 정말 이를 꽉 물고 수정했어.

이때 상대가 제작 의도를 물으면 받아칠 수 있어야 함과 사전 기획을 명확히 해야 함을 배웠어. 물론 그분들도 좋은 방향을 위해서 그랬을 거야. 하지만 내가 투자한 시간은 보상받을 수는 없어. 이 사례가 있고 나서는 진행 방향에서도 여러 번 확인 과정을 거쳐.
‘나를 성장하게끔 했을 뿐 아니라, 사전에 좋은 기획을 만들려고 하는 직무적 강점으로 만든 경험이야.’

이처럼 디자인은 재작업이 많이 이루어져.

그렇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해소하는 편이야?

취미로 스윙 댄스를 춰. 배운 지는 4년 됐어. 음악에 맞춰서 파트너와 동작을 이어가는데, 그 시간이 정말 재미있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소통이 이뤄진다고 해야 할까? 정말 색다른 느낌이야. 그리고 30살이 넘으면 어딜 가든 회사 이야기가 나와. 여기서는 모두가 스윙 댄스에 관한 이야기만 해. 그렇게 어렵다던 학구열까지 나오면서. (웃음) 그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3~4시간가량 춤을 춰. 땀 빼면서 스트레스 풀고 집에서는 꿀잠도 자게 하는 취미야.

"굿피플 소통"


우린 정말 소통을 많이 해. 서로가 의견이나 아이디어 던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심지어는 작업 중이더라도 옆에서 하는 얘기에 끼어들기도 해. (웃음) 꼭 업무 시간이 아니더라도, 단톡방을 통해서 끊임없이 정보도 공유하고. 그게 지금은 관계없더라도, 적용할 거리를 찾으려고 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린 이 과정을 즐긴다는 거야. 그래서 농담으로 대화가 시작되어도 자연스럽게 회의로 이어져. 여기서 좋은 결과물들이 나오기도 해.
 


일 얘기라고 생각하지도 않겠다. (웃음) 디자이너는 다른 직무자에게 설득해야 할 때도 있어. 
그때는 어떻게 소통하는 편이야?

아직은 소규모의 조직이다 보니, 대표님과 소통할 때가 많아. 그때는 내 의견을 솔직하게 전달해. 한 번은 제품 색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 대표님께서는 제품을 섹슈얼하게 보이는 것을 싫어하셨어. 하지만 난 분홍색을 써야 한다고 어필했지. 당시 제품을 봤을 때는, 스포티함이 너무 강했거든. 그렇게 의견을 주고받다 보니, 서로가 생각한 분홍색이 달랐던 거야. 하나의 색도 종류가 다양하잖아. 점점 의견을 좁혀갔고, 피부톤에 가까운 핑크색을 사용하기로 했어. 그게 지금의 제품 색상이야. 
‘나는 서로의 의견을 좁히면서 결과물을 내는 과정이 ‘솔직한 밀당’이라고 봐.’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선입견은 없어?

사실 난 디자이너가 가진 편견이 오히려 편해. 책상이 더럽거나, 옷&헤어스타일이 독특해도 디자이너라는 이유로 이해해주시거든. (웃음) 혹시 다른 분들은 뭐라고 답했어?


가장 많이 나온 답이, 디자인 작업을 쉽게 보고 해달라고 한다는 것.

나도 예전에는 저런 요구를 많이 받았어. 근데 이제는 확실하게 물어봐. 금액을 지불할 건지 안 할 건지를 말이야. 나는 거기에 맞춰서 작업하겠다고 해. 그러면 주변에서도 점점 인지하더라고. (웃음) 다음에는 “이거 작업하면 얼마 정도 줘야 해?”라고 질문이 달라져.

"굿피플 보상"


회사의 보상은 휴식, 연봉 등이 있어. 나는 이 보상을 자유롭게 사용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봐. 바로 회사가 내가 얼마나 일하고, 그 일이 도움 되는지를 알아줘야 한다는 것. 그래야 내부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보상을 사용해도 서로가 이해해줄 수 있어.
 


끝으로 웹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것이 있다면 말해줘.

디자이너의 언어가 있듯이, 직무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있어. 이를 빨리 캐치해야 해. 특히 개발자와의 소통이 많을 거야. 조금이라도 개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해. 나는 잠깐이라도 공부했던 것이 개발자와의 소통에 도움 됐어. 이게 이뤄지지 않으면, 진행은 되지 않고 서로의 말만 주고받게 될 거야. 사실, 이 부분은 아직 나도 많이 힘들어.

그리고 해탈의 경지가 되어야 해. 디자이너 직무의 특성상, 재작업 하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매일이 졸업 전시라고 생각하고 하길 바래. (웃음)

마지막으로 좋은 성격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해. 각자 직업마다 특정 성격이 있다고 하더라고.  디자이너 특유의 괴팍함을 들기도 하고, 게으름을 들기도 하고 그 외 다양한 것이 있지. 하지만 어떻게 되었든, 동료들과 웃으면서 일 할 줄 모르면, 그건 좋은 디자이너는 못 되는 것 같아. 특히 사람 관계가 힘들면 프리랜서로 일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관계적으로 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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