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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피스N May 28. 2018

매일 아프던 그녀, 4개의 필라테스 센터 CEO가 되다

굿피플 : 앤필라테스/최윤정/대표

‘이번 역은 낙성대역입니다.’

낙성대역이다. 앞에 보이는 출구는 두 개다. 어떤 출구로 나가느냐가 저녁시간을 판가름한다. 8번 출구로 나가면 집이고 1번 출구로 나가면 헬스장으로 간다. 10초간 고민한다. 그리고 10분 후, 굿피플 헌터의 몸에는 힘이 잔뜩 들어간다. 그렇다. 헬스 기구를 사용한다는 소리다.

1번 출구를 선택한 이유는 한 가지다. 회사와 집만으로 하루를 마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무언가 온전히 나를 위해서 쓰는 시간이 없는 거 같다. 아! 그리고 몸의 변화를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그렇게 3년 가까이 1번 출구를 선택 중이다.

이렇듯 사람은 무언가를 할 때 목적이 분명하면, 꾸준히 하게 된다. 오늘 소개할 최윤정 앤필라테스 대표도 운동의 목적이 뚜렷했다. ‘더 이상 아프면 안 되니까.’ 다시 말해 살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중이다. 이 절실함은 10년째 이어졌고, 현재 4개의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한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필라테스지도자로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오늘도 새벽 5시면 일어나 필라테스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를 만났다.


여태까지 다양한 직업을 만나봤지만, 필라테스 강사는 처음 접해.
어떤 일을 하는 거야?

‘바르게 몸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필라테스 강사의 역할이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대부분 한 방향으로만 몸을 써. 지하철에서 몸을 안쪽으로 구부려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봤을 거야. 그게 심해지면 거북목이나 어깨 통증의 증상을 가져.

그래서 우린 관절 별로 몸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드려. 근육을 어떻게 써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는 최대한 수술하지 않고서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



그럼 대부분 몸의 불편함 때문에 센터를 찾아오겠다.

프로그램 시작 전, 회원과 상담을 해. 처음에는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로 고생한다고 하셔. 아니면 처음부터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두기도 해.

이렇듯 회원마다 목적은 다르지만, 결과는 통일돼. 바로 올바른 자세 교정으로 인한 건강한 바디 라인이야. 요즘 애플힙을 가지고자 하는 분들이 많잖아. 이도 엉덩이가 몸의 중심을 잘 잡아주기 때문에 전체 라인이 예뻐 보여.

맞아! 건강한 몸은 가진 분들 보면, 하나같이 곧은 자세더라고.

그 자세를 유지하기에 더 아프다는 소리도 안 나오는 거야.

그럼 본인은 필라테스를 접하기 전에 몸 상태는 어땠어?

걸어 다니는 종합 병원. 예전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야. 어릴 적부터 허리가 안 좋았어. 게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매일 물리치료 받는 것이 일상이었어. 심지어는 자다가 허리가 아파서 운 적도 있어.

결국 대학병원에서 당장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어. 하지만 하루 전날만 하더라도 치유가 될 까라는 고민이 있었어. 아니나 다를까, 경과가 좋지 못했어. 보통 일주일 내에 퇴원하는데, 일 년 동안 다른 일은 못 하고 누워서 요양하며, MRI를 5번이나 찍었거든.

그때 병원의 천장을 바라보는데, 정말 불안했어. 이러다가 장애 등급을 받는 것을 아닐까 하고 말이야……

지금 모습을 봐서는 전혀 상상되지 않아.

그때 병원 원장님이 허리가 아픈 사람은 운동해야 한다며, 필라테스를 소개해주셨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했지.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하던 센터의 원장님께서 필라테스 강사 제안을 하시는 거야. 나를 포함한 주변 모두가 의아해했어.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았거든. 심지어 한 친구는 네가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웃음)

그래서 당연히 안 하겠다고 했지. 근데 센터 인수 제안까지 하시는 거야!!! 왜 사람이 계속 제안을 받으면, 무의식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잖아. 나 역시 그랬어. 통증도 없어지는 것 같고, 돈 주면서 하기보다는 돈을 받으면서 한 번 배워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필라테스 강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어.


필라테스는 재미있었어?

아니. 배우는 동작을 하나도 못했어.

근데 강사에 센터 인수제안까지 받은 거야???신기하다.

그러니까. 제안 주셨던 원장님과 연락이 안 되는데, 하루빨리 뵙고 싶어. (웃음)


지금 센터까지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 엄청 놀라시겠다. 근데 아무리 돈을 받으면서 배워보겠다고 하더라도, 이를 직업으로 하는 결정은 쉽지 않을 텐데.

결정적 포인트가 있어?

당시 나는 아픈 사람이었어. 그래서 평생 운동하지 않으면 더 큰 질병을 앓게 된다는 생각이 깊게 박였던 거 같아. 더불어 필라테스 강사는 책임감이 뒷받침되어야 해. 사람의 몸을 가지고 하는 일이니까. 이 두 가지가 나를 운동에 더 집중하게끔 했어. 그러면 다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으니까.

그만큼 건강에 대한 간절함이 남보다 컸어.

그 간절함으로 강사가 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밟았어?    

공부와 운동을 열심히 했어. 새벽 4~5시에 일어나서는 몸에 대해 공부를 했어. 그리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센터에 가서 2시간씩 운동했고. 그렇게 내 몸의 변화를 직접 보면서 5개의 필라테스 자격증을 취득했지.

그리고 나는 어릴 적부터 운동한 게 아니잖아. 다른 강사분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나만의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앞서 말한 필라테스 자격증 외에도 사회체육과 스포츠사회학을 별도로 공부하면서 운동처방사, 체형관리사, 비만관리사, 타이마사지 등 30개의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했어.

그 노력의 첫 결실은 2013년 7월, 앤필라테스 동탄점 오픈으로 이뤄졌어.

그리고 현재 4개의 호 점을 오픈 했어.
이렇게 될 수 있던 앤필라테스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봐?

앤필라테스는 토탈케어시스템이 이뤄진 곳이야. 왜 음식점도 반찬부터 요리까지 맛난 곳이 있잖아. 그 이유는 요리사의 역량이라고 봐. 이처럼 우린 사람의 몸을 볼 줄 알고, 어떻게 운동해줘야 하는지 잘 아는 강사들이 모였어.

몸은 하나의 부위를 움직이더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다른 부위까지 운동의 효과를 이뤄내. 우린 그 효과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항상 고민해.



그럼 그 경쟁력을 많이 알려야겠지? 요즘은 운동 강사분들이 SNS를 정말 잘 활용하더라.
본인 역시 SNS에 방송 활동까지 하던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

나는 내부적으로는 필라테스 강사와 이를 육성하는 원장이야.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센터의 CEO를 맡고 있어. 필라테스로서 우리 센터를 많이 알려야 하는 역할이지. 이런 외부활동으로 좋은 분들을 만났고, 방송 활동 등의 좋은 기회를 얻었어.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 바로 내부가 탄탄해야 한다는 거야. 매일 사람만 만나러 다니면, 기회는 생길 수 있어. 하지만 그 이상은 가긴 힘들어. 또 다른 기회를 얻기는 힘들다는 거지. 그분들 역시 내 실력을 믿어주고, 기회를 주신 거니까. 그래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사람 관계도 중요시하려고 해.



그러면 해당 기회를 통해서 진행된 결과물 중,
기억에 남는 결과물이 있다면?

‘내 몸이 바로 서야 기업이 바로 선다. 당신의 숨은 1인치를 찾아드립니다’는 내용으로 기업 건강 강의를 해. 기업에서 워크샵을 가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육이나 강의로 프로그램이 구성돼. 근데 내가 강의를 하면 지루한 강의로 굳어진 몸을 전신 스트레칭을 하면서 근력운동까지 하게 되니까 집중력이 200% 향상하게 만들어 드려. (웃음)

사무실에서도 틈틈이 할 수 있는 동작을 알려주기에 굉장히 뜨거운 반응이 보이셔.

그리고 최근 속옷 회사와 필라테스복 업무 협약을 맺었어. 10년간 다양한 필라테스복을 입어 보면서, 어떤 재질과 디자인이 좋은지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생겼어. 이를 가지고 디자인에 참여했고,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야.

스판 재질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구나.    

그럼~운동할 때, 옷은 정말 중요해. 너무 헐렁하면, 운동할 때 몸의 변화를 잘 보지 못해. 조금 타이트 해야 긴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더불어 요즘 SNS에 운동 모습을 공유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때 보이는 운동복의 디자인은 엄청 중요해.



근데 이렇게 바쁘게 활동해도 돼? 어떻게 보면 건강을 찾기 위해서 이 직업을 택한 거잖아.

예전에는 일에 강박관념이 있었어. 그래서 늦게까지 일해도 다음 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열심히 했어. 근데 이렇게 하니까, 또 다른 일에 지장이 생기더라고. 한 번은 무리해서 하다가 발목골절로 두 달을 쉰 적도 있었거든.

이를 계기로 일의 유연성을 배웠어. 이제는 늦게까지 일하면, 다음 날 운동의 강도를 조금 줄여.

앞서 자신의 포지션은 3가지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강사를 육성하는 원장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해.
국제필라테스지도자과정이라고 하던데, 어떤 계기로 시작했어?

혹시 미용실을 가는 기준이 어떻게 돼?

디자이너를 보고 가지.

그럼 그 디자이너가 다른 곳으로 옮기면?

나 역시 옮긴 곳으로 가겠지?

그거야.



갑자기 미용실 이야기를 해놓고, 그거라니…

센터가 좋고 나쁨의 기준은 강사로부터 시작돼. 후줄근한 복장에 땀 냄새 나는 분과 접촉하게 된다면, 계속 수업을 듣고 싶을까? 앞서 말한 디자이너처럼 강사로부터 호감이 생겨야 여기서 운동하고 싶다는 신뢰가 생겨.

그래서 이 호감을 만들고자 지도자(강사) 육성을 시작했어. 여기서 필라테스 강사로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한 과정을 도와주고 있어.

이런 노력을 끝으로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이 시작돼. 근데 최근에 보면 SNS에 더 집중한다는 느낌을 주는 강사분들이 있어.
그래서 필라테스 강사는 비쥬얼적으로만 마케팅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필라테스 강사가 섹시 어필하기 좋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야. 옷이 노출되고 타이트해서 몸매를 과시할 수 있으니까. 근데 난 이를 마케팅할 수 있다면, 하는 게 맞다고 봐. 다만 이를 통해서 오는 회원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실력 향상에도 집중해야겠지. SNS가 일시적으로는 관심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의 관심은 실력에서 얻을 수 있어.


이렇다 보니, 해당 직업을 쉽게 보는 분도 있어. 조금 배워서 센터 오픈하면 되겠다고 말이야.
그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필라테스는 어떻게 알려주냐에 따라서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어. 이는 강사의 역량이기에, 절대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직업이야. 그래서 회원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봐. 이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어.

끝으로 앞으로의 어떤 앤필라테스 강사&원장 혹은 CEO가 되고 싶어?

한때 앤필라테스로 장사를 할 것인지, 기업화를 할 것인지 고민했어. 이에 대한 결정은 후자야. 이게 내가 외부활동에 좀 더 집중했던 이유기도 해. 하지만 무엇이든지 뿌리가 탄탄해야 하기에 내부에서 강사와의 관계나 센터 매출에도 신경 써.
이렇게 내부 강사들이 만족하고, 외부에서는 일하고 싶은 센터를 만들 거야. 장기적으로는 내부 강사들이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그래서 강사 외에도 하나씩의 타이틀이 생기도록 베이스 역할을 하는 원장이자 대표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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