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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피스N Jun 26. 2018

커플 앱으로 대박친 그가, 또 신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굿피플: VCNC 조성욱 코파운더

"굿피플 직무의 시작"


Intro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포지션에 속한다. 학창시절에는 학생, 입대 하면 군인,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아르바이트생이 된다. 회사생활을 하게 되면 그 안에 복잡 미묘한 의미를 담은 사원, 팀장, 이사 등의 수식어가 붙게 되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담당 직무와의 균형을 이룬다. 커플 앱 비트윈을 서비스하는 VCNC의 조성욱 이사(공동 창업자) 역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여러 포지션의 균형을 이뤄내고 있다. 그는 공동 창업자라는 위치에 있지만 비트윈의 디자인, 기획 등을 담당했다. 이제는 새로운 분야를 구상 중인 Lako : (즐거울 락樂, 호랑이 호虎) ‘즐거운 호랑이’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
 


나는 에디슨과 같은 발명가를 꿈꿨어. 특허를 내서 돈을 벌고자 했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깨닫고 여러 고민을 하던 중, 친누나의 영향으로 디자인분야에 호기심을 느꼈어. 그리고 쉽지 않은 준비과정을 거쳐 디자인 대학에 입학했지. 누나의 후배가 된 거야. (웃음) 그렇게 입학한 학교에서 디자인을 배우면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연극을 하면서 디자인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배웠어. 전혀 다른 분야처럼 느껴지지만 공통된 점이 많았어. 한 사람 인생의 감정을 연기하며 간접 체험하는 것과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용성을 예측하여 디자인한다는 것이 비슷하게 활용되거든.

VCNC의 초기 멤버들은 졸업 준비를 하면서 만났어. 원래는 Value Creators라는, 동아리 성격의 모임이었고 팀에서는 UX 디자이너가 필요했어. 당시에는 UX 디자인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는데, 내가 그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아는, 같은 과 동기의 소개로 그들을 만나게 되었지. (그 동기가 지금의 VCNC의 한지현 매니저야) 졸업 전시준비와 병행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Value Creators 모임을 함께 했어. 그 과정에서 그들과 함께 나도 막연하게 창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 사실 입대 전 한 번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 결과적으로 좋지 못했기에 다시는 그런 고생스런 일들을 겪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며 군대를 다녀왔던 건데, 함께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멤버들과의 합이 잘 맞는 거야. 그래서 다시 한번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지. 그렇게 그들과 함께 7평의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했어. 페이스북과 같은 성장을 꿈꾸며...

듣기로는 초기 서비스가 비트윈이 아니라고 하던데?

전에는 모바일 뉴스와 아이패드를 통한 어린이 동요 책 서비스를 했어.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어. 우리만의 확실한 아이템이 없었던 거지. 그래서 멤버들과 오랜 고민 끝에 인간의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을 디지털 환경에서도 도와주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이를 토대로 커플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생각해냈어. 그렇게 비트윈이 탄생한 거야.


비트윈이 시작하고 나서는 어떤 일을 진행했어?

비트윈 베타 서비스 때부터 4.0버전까지 디자인을 직접하고 디자인과 기획의 정의되지 않은 중간 영역을 채워 넣는 일도 했어. 더불어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획과 프로젝트 매니징을 맡았지. 현재는 비트윈팀에서 나와서 새로운 분야로 나아가기 위한 오랜 고민의 과정에 놓여있어. 쉽게 말해서 비트윈의 탄생 전으로 돌아온 거야.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하면서 디자인과 기획을 포함해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어.


'앞으로 VCNC에서 무엇을 할 건지에 대한 답을 찾는 중이야.’

그럼 그 과정에서는 무엇을 중요시해?

사업 초기에는 개인의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빠르게 진행하려고 했어. 그래야 피드백이나 결과를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되면서는 그 데이터를 가지고 수익화라던가 서비스의 안정성에 더 신경을 쓰게 됐어. 지금은 초기 단계로 돌아왔기에,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 관련 업계 사람도 만나고 시장 파악과 해당 분야의 지식 습득을 중요시해. 이 과정에서는 속도감, 효율성, 그리고 완성도가 골고루 이루어져야 해. 그래야 본인이 믿고 달릴 수 있는 아이템을 찾고 이를 추진해내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니까.



"굿피플 비전"


한때 내 역할에 대한 균형을 잡지 못했어. 공동 창업자라는 위치에 있지만, 내가 무언가를 주면 나 역시도 무언가를 받길 원했거든. ‘공동 창업자라서 받지는 못하나?’는 생각도 했어.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담당 직무와 함께 구성원의 역량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임을 깨달았어. 나의 위치를 인정한 거지. 그래서 VCNC구성원 전체가 성장의 계단을 밟아나가도록 하는 공동 창업자가 되고 싶어.


대표의 위치에 있는 분들은 이 이야기를 정말 공감할 거 같아. 그렇다면, 인간 조성욱으로서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어?

하고 싶은 것이 워낙 많아서 그중 제일 지금 현실과 닿아 있지 않은 이야기만 해볼게.
첫 번째는 다시 연극을 하고 싶어.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즐겁지만, 끝나면 정말 허무해. 근데 이 과정이 내게는 중독이야. 그래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그 중독을 다시 즐기고 싶어.
두 번째는 50대에는 작가 활동을 하고 싶어. 주말에 문득 멍하게 있을 때는 작가 활동을 위한 아이디어 구상을 해. 요즘은 글리치(전자기기가 연산을 하다 생기는 잔상)를 소재로 한 작품에 빠졌어. 기계의 에러에 의해서 발생하는 거지만, 조형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올해 작은 목표가 있다면, 글리치를 주제로 한 개인 전시를 하는 거야.
마지막으로, 달에 한번 가보고 싶어. 별거 아닐 수도, 혹은 너무 허무맹랑할 수도 있지만, 그 공간에서 깨달은 경험은 다양한 지식과 인사이트를 준다고 믿어. 그것을 기반으로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고.

"굿피플 성장"

원래는 혼자 공부하는 성향이 컸어. 하지만 새로운 것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근에는 사람을 많이 만나. 주로 학교 선배님을 찾아봬. 선배님께 인사이트와 여러 조언을 구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내 고민을 좀 들어달라고 한풀이하러 가는 거기기도 해. (웃음) 그러면서 나도 생각 정리를 하고 또 새로 얻는 인사이트를 토대로 키워드를 잡아서 나만의 로직(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논리)을 구축하고 있어.



'최근 사람을 만나면서 얻는 정보가 훨씬 다양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음을 느껴.’


사람으로부터 받는 인사이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한다’는 헬로네이처의 좌종호 운영총괄 이사님의 말이 떠오르네. 그럼 그중에서 어떤 분께 가장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학교 선배이신 카카오 프렌즈의 김민규 팀장님. 그리고 디즈니 코리아의 손주현 이사님, 내가 가지지 않은 성향을 가진 분들이셔. 나는 일할 때, 한 곳만 바라보고 달려나가는 스타일인데 그것을 여유롭게 풀어주면서 시야를 넓게 보라고 조언해주셔. 이는 나 같은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야.

그럼 성장 과정에서 이뤄낸 작업물 중, 어느 것이 기억에 남아?

비트윈 홈에 ‘두들’이라는 기능. 가장 뿌듯했던 작업물이야. 혹시 비트윈 써?

썼었어…(과거형)

(미안하다는 웃음)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같이 연인들에게도 의미를 주는 기념일이 되면 메인 홈 화면이 바뀌는 기능이야.

아! 예전에 봤었어! (다시 한번 과거형)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진행한 작업물이야. 초기에는 사실 없어질 뻔한 위기가 많았어. 어느 한쪽 입장에서는 중점적인 기능이 아니고 개발 리소스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거든. 그래서 디자인 개편마다 이 이야기가 나왔어. 그때마다 난 계속 필요하다고 어필했지. 뚝심을 가진 결과, 좋은 반응들이 나와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어.

그렇다면 반대로 기억에 남는 실패가 있다면?

비트윈 3.0 때 수익화를 하면서 메인 홈 화면 디자인을 스크롤 형태로 바꿨어. 날씨, 메인 화면, 이벤트 등을 순차적으로 배열한 형태야. 당시에 회사의 수익적인 입장에서 고민하던 시기였고, 디자이너와 기획자로서의 사용성 고민보다는 수익 측면을 기대한 나머지 판단이 흐려졌던 거지. 그러다 보니 완성도를 일부 포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고, 좋지 못한 결과를 얻었어. 그래서 비트윈 4.0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3.0 이전의 고객 만족도를 얻기 위해서 기획과 디자인에 더 고민했었던 것 같아.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비트윈에 무엇을 원한다는 것을 배웠지만, 스스로에게는 완벽한 답을 아직은 못 찾았어. 여러 포지션에서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3.0과 4.0의 차이를 볼 수가 없으니까 안타깝네…

사진이라도 따로 보내줄게. (웃음)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게 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해소하는 편이야?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회피형인데, 잠을 자면서 잊어버리거나 요즘 방 탈출 게임에 빠져서 시간이 될 때면 거기서 탈출에만 집중해. (웃음) 또 다른 방법은 정면 돌파형이야. 스트레스받은 내용을 계속 생각해. 원인이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등. 상처 난 부분을 계속 건드리는 거지. 그렇게 자기 전까지 치열하게 생각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해.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도 스트레스가 풀릴 뿐 아니라 머릿속이 뻥 뚫리는 유레카 모멘트가 찾아와.

내가 아침에 머리 감고 세수만 해서 그랬던 거구나… 해봐야겠다! 풀릴 때까지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본인의 장점일 수도 있겠다.

그런 부분도 있는 거 같아. 그리고 디테일이 강해서 한 발짝 앞서가는 편이야. 인사이트도 빨리 얻는 편이고. 그 이유로 공감대를 못 얻을 때가 있지만. (웃음)

"굿피플 소통"

추억이 쌓이면 신뢰가 된다. 예전에 만들었던 말인데 최근 다시 속으로 되뇌는 말이야. 내가 업무적으로 소통할 때 평소와 다르게 차가운 편이거든. 예전에는 이것이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느 순간 관계가 건조해지면서 구성원과의 추억이 쌓이지 않겠다는 것을 깨달았어. 정말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거지. 그 뒤로는 업무 외적으로 사소한 추억도 많이 쌓으려고 노력해. 만약 소통에서 문제점이 생길 때는 먼저 다가가서 커피를 마시자고 해. 인사이트를 빨리 캐치하는 것만큼 소통에서 드러난 내 문제점도 빨리 캐치하거든. (웃음)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쌓기 위해서 개개인과 추억을 쌓으려고 노력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어떻게 소통하는 편이야?

프로젝트의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을 때는 *브레인스토밍법을 사용해. 이 방법의 핵심은 모두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거야. 그것을 기반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예를 들어 비트윈 채팅창의 새로운 기능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해. 한 명이 특이한 모양과 패턴의 말풍선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내 의견을 더해. 그 말풍선을 색칠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든지. 뜬금없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상대방의 의견과 내 의견을 섞다 보면 그 안에서 공통의 필요한 부분과 개인의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해.

*브레인스토밍 : 한 가지 문제를 놓고 여러 사람이 회의를 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방법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데 매우 효과적임 (다음 백과 사전)


좋은 아이템은 농담에서 시작된다는 말도 있으니까. 확실히 커플을 위한 서비스를 하니까 회의도 색다르다. 혹시 커플 앱 서비스를 하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받은 선입견이 있어?

있지. 커플 앱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면 반드시 연애 중이라는 것과 연애를 잘할 거라는 선입견. 사실 나도 요즘 비트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솔로들의 마음도 그래서 많이 공감하는 편이지(씁쓸한 웃음)

"굿피플 보상"

재미있는 친구들과 함께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보상이야. 하루의 절반 가까이 보내는 회사에서 사람들끼리 자극되고 서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구성원이 회사의 꿈을 키워주듯이 회사도 구성원의 꿈을 키워주어야 하고. VCNC에 다니면 함께 일하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다 내가 배울 부분이 많아서 나도 그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 나중에 내가 무엇을 하든, 그들이 무엇을 하든, 우리가 함께 같은 고생했던 사이라면, 나 혼자 행복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이 커가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내 바람이야. 그러려면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라는 논어의 말처럼. 나 자신 그리고 제일 가까운 내 주변부터 챙겨야 하겠지.


공동창업자지만 기획과 디자인을 했기에, 물어볼게. 기획과 디자인을 해보면서 꼭 필요한 환경은 무엇인 거 같아?

초기에는 자유롭게 놀게 내버려 둬야 해. 사람의 억압을 받으면 상상의 문이 일찍 닫힐 거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직무에 관한 책임과 역할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나는 현재 신사업을 준비하기에 자유로움이 보장되어야 해.

끝으로 공동창업자의 입장에서 창업하는 데 필요한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욕심, 끈기, 회복 능력. 우선 창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야겠지? 이는 시기와는 상관없다고 봐. 젊으면 젊음을 무기로, 연륜이 있다면 연륜을 무기로 하면 되니까. 그 대신 하고 싶으면 바로 시작해야 해. 그리고 분명 보상은 따라올 테니 계속해서 노력하는 끈기가 있어야 해. 마지막으로 실패의 시기를 분명히 맞이할 거야. 그때 무한 자신감, 위기대처능력 등 자신만의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 창업자는 이것을 이겨내야만 하는 위치니까.


그는 일과 위치의 균형을 잘 이뤄내는 굿피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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