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피플: 와디즈(주) 황인범 비즈니스실 팀장
Intro
회사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한다.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함께 일하다 보면 알 수 있는데, 이때 가장 편한 캐릭터가 ‘츤데레’다. 툴툴거리고 안 해줄 것처럼 하지만 어쨌든 일을 진행하고 뒤끝이 없다. 승낙했음에도 나중에 이런저런 핑계 대는 사람은 정말 열 받는다. 얼마 전 만난 와디즈의 황인범 비즈니스팀장은 전형적인 ‘츤데레’ 다. 일에서는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상대방이 기분이 상한다면 뒤에서 풀어준다. 그가 이러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러지 않으면 뒤끝만 남고 함께 성장하지도 못하니까. 이유 있는 츤데레인 그의 이야기 지금 시작한다.
나는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지만 학업보다는 축구, 연애, 그리고 학군단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 특히 3~4학년 때는 학군단 대표를 맡아서 오직 그 활동에만 매진했지. 그러다 보니 졸업 후 자연스럽게 다양한 대기업에서 면접할 기회를 많이 얻었어. 내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면접을 봤는데 한 기업에서 ‘상사가 늦게 퇴근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큰 이질감을 느꼈어. 그 후로 지금 당장 일을 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대학 시절 한 번도 못해본 대외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에 스펙업에서 인턴 할 수 있는 회사를 찾기 시작했어. 사실 스타트업에 대해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회사가 많은 거야. 그중에서도 자기소개서 & 이력서를 자유로 작성하라는 와디즈가 가장 눈에 띄었어. 그래서 지원했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 (웃음)
내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했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고, 젊은 마인드와 퇴근 시간이 넘으면 컴퓨터가 꺼지고 야근도 승인받아야 할 수 있는 문화를 지향한다고 들었는데 질문 자체가 아이러니하다고 말이야.
와디즈는 군 전역 이틀 전에 휴가 써서 면접을 봤어. 복귀 후 결과를 기다리는데 공지해준 시간이 넘어도 연락이 안 오는 거야. 답답했지. 당시 여기 안 되면, 미국에 갈 생각이었기에 결과를 알아야 했거든. 그래서 연락하니까 대표님과 다시 면접 봐야 할 거 같다고 하더라고. 원래 그런 시스템이냐고 물어보니 내가 처음이래. (웃음) 왜 그런지 궁금하기도 해서 다시 찾아갔지. 사실 그 날이 전역 다음 날이어서 술이 덜 깬 상태였는데, 10분도 되지 않아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어. 대표님께서 내 인생의 꼭짓점이 되는 것들을 다 물어보시더라고. 그렇게 2시간가량 진행 후,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었어.
재미있기보다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어. 대학교와 군대에서 많게는 80명까지 관리했던 내가 입사 후 한 달간은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돼버렸으니까. 각자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나만 그 무기가 없었던 거지. 동료에게 부탁해서 포토샵도 배우고 했지만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일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크라우드펀딩을 하는 회사니까, 내가 직접 펀딩을 운영해보기로 했어. 처음에는 정말 헤매기도 하고 스스로 답답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어. 그 과정에서 직접 펀딩을 해본 컨설턴트라는 무기를 얻었고, 현재는 크라우드펀딩이 필요한 기업을 만나서 컨설팅해.
'이번 달에만 벌써 30개 기업을 만날 정도로 지금은 많은 기업을 상대하고 있어. 팀을 이끄는 팀장의 역할도 병행하면서 말이야.'
내가 만나는 상대는 대표님들이야. 각각의 규모는 차이가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모두 겸손함을 바탕으로 신뢰를 얻으려고 해. 겸손은 쉬울 수도 있지만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아. 내가 필요할 때 커피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후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해. 지속적인 만남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신뢰는 객관적인 피드백을 전달함에서 얻을 수 있다고 보거든. 직접 펀딩 운영을 해봤던 경험이 큰 도움이 돼.
작년 부산디자인페스티벌에 강의를 하러 간 적이 있어. 강의 후, 4시간 동안 참여 중인 부스를 돌았는데, 어떤 분이 ‘와 대박, 와디즈에서 여기까지 오셨어요?’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와디즈를 아시느냐고 여쭤보니, ‘요즘 돈 필요한데, 와디즈를 모르면 안 되죠’라고 하시더라고. 돈을 모으는 데 필요한 서비스가 와디즈라면, 사람들에게 돈이 필요할 때는 나를 찾아오게끔 하고 싶어. 회사 이사님께서 영화투자 일을 14년간 하셔서, 영화 쪽에서는 모르면 간첩이라고 해. 이처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서 돈이 필요할 때 나를 모르면 안 될 정도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
대학교 2학년부터 내 신조가 ‘내 울타리를 사랑하자’야. 한 조직에 들어가면 완전히 몰입해서 이게 일이고 내 삶이다는 주위거든. 쉴 때 잠깐이라도 노트북을 켜고 일하다 보니, 함께 하는 사람이 힘들어는 하는데(웃음) 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왜냐면 현재는 성장 단계를 밟아 나가서 전문성을 키워 나가야 하는 단계니까.
'와디즈라는 울타리를 조금 더 멋지게 만들어서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나는 와디즈의 팀장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려. 그래서 항상 실무와 관리에 대해서 고민을 해. 실무는 트렌드 변화에 따른 활동을 생각하는데, 답이 풀리지 않을 때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고 공유해서 해답을 얻는 편이야. 그 과정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겪은 분들은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분들께 얻은 다양한 방법론을 습득해가면서 성장 중이야.
조직 관리는 내부를 통해서 해답을 얻었어. 나는 변화에 빨리 적응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더라고. 특히나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내가 담당한 일을 다시 전달해줘야 하는 것이 싫었어. 그 고민 때문에 작년 여름 동안은 꽤 긴 시간을 허덕였는데 10년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분께서 큰 깨달음을 주셨어. 커피를 마시면서 ‘왜 외부 사람한테는 잘하면서 내부 사람에게는 그러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정말 뒤통수를 크게 한 방 맞은 기분이 들더라고. 조직 관리를 하려면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팀원 분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큰 포인트를 놓치고 있었던 거지. 그때부터 팀원 개개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어.
‘나는 사람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오만이었고, 이제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면서 진정으로 존중하면서 성장 중이야.’
(주저 없이) 대표님. 왜? 대표님들은 구성원의 눈빛만 봐도 무슨 걱정이 있는지를 아신다고 하잖아. 대표님께서도 내가 고민이 있는 것을 파악하시고 나를 부르셔. 일에 대한 답을 절대 알려주지는 않으시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시지. 가끔은 좀 알려주셨으면 할 때도 있지만…(웃음) 이런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였어. 그래서 나는 여태까지 대표님의 제안에 한 번도 NO라고 답한 적이 없어. 그리고 나 역시 대표님의 눈빛을 보면, 지금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저러고 있으시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웃음) 스타트업에는 대표와 친한 팀장이 있다고 하는데, 나와 대표님이 그런 관계야.
‘나는 대표님을 대표기도 하지만 동료라고 생각해. 그래서 솔직하게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거 같아.’
To. 신혜성 대표님
호텔에서 조찬 하시는 걸 좋아하시는데 조만간 자리 만들겠습니다. 김영란법 선 안에서요.
앞서 말했듯이 브런치에 글을 작성해서 공유해. 우선 글을 쓰면 고민이 적나라하게 정리된다는 장점이 있어. 그럼 내 글을 읽는 상대도 명확한 해답을 내려줄 수 있고. 최근에는 팀장이 왜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을 작성했어. 문득 왜 팀원의 성장을 팀장이 고민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얻는 해답은 모두 성장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 이처럼 나는 고민을 남들과 함께 해결하려고 해. 고민이 풀려야 스트레스도 풀리는 거니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나를 찾아올 수 있도록 포지셔닝하고 싶어. 돈이 필요하면 예전에는 무조건 은행만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만약 크라우드펀딩을 고려한다면 황인범이라는 사람 한 번은 만나야겠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했으면 좋겠어. 물론 이 정도가 되려면 크라우드펀딩을 넘어 더 큰 경제 흐름과 금융 지식을 갖춰야겠지. 그래서 올해는 이쪽으로 꼭 열심히 공부해보려고 해.
직접 펀딩을 해보니까 그 기업의 입장에서 고민하게 돼. 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성과를 이뤄내는 측면에서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라고 봐. 고민할 때는 와디즈의 컨설턴트가 아닌 컨설팅을 요청한 기업의 담당자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냉철하게 이야기할 때도 있어. 그만큼 기업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고.
나는 솔직하고 직설적이게 소통하는 스타일이야. 예를 들어서 팀원들이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달라고 하면, ‘지금도 좋지만 이렇게 해봐도 좋을 거 같아요’라고 하기보다 진짜 내가 느낀 점을 그대로 전달해. 그래서 ‘진짜 별로다’라고 이야기할 때가 많아. 보통 피드백을 작성할 때 쓰고 지움을 반복하는데 나는 절대 그러지 않아. 늘 생각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적어야 상대방도 명확하게 알고 그로 인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거든. 그러다 보면 기분이 상할 때도 있어. 그때는 회사 건물에 위치한 커피숍에 데리고 가서 솔직하게 패를 까. 여기서 말하는 패란,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뜻해. 나는 시간 낭비하는 것을 정말 싫어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음에도 감추고 있으면 ‘나는 패를 갔으니, 너도 솔직하게 말해라’고 해.
‘기분 나쁘다고 하면 나도 이런 이유로 기분 나빴다고 하고, 내가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이유로 그랬다고 한 다음 진심으로 사과해. 그래야 뒤끝이 안 남으니까.’
부 담당자와 소통할 때도 역시 ‘솔직함’이 가장 주된 소통 포인트야. 내가 하는 일이 결국 돈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솔직함은 정말 중요해. 더군다나 크라우드펀딩은 많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행위잖아? 더 많은 사람이 보았을 때, 와디즈 회원이 보았을 때 어떤 감정을 가질지를 유추하면서 피드백해. 물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생긴다면 역시 ‘솔직하게’ 나 또는 우리의 과실을 인정하지. 돈을 매개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쪽에서 신뢰가 없다면 함께 일하기 어려워. 신뢰를 만들기 위한 솔직함. 이것이 포인트라고 보면 될 것 같아.
내 직무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거야. 그만큼 소통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까 요즘 색다른 장소에 큰 관심이 생겼어. 영화관을 가더라도 좋은 영화관을 가거나 독립영화관을 가게 되고 최근에는 정말 괜찮은 찻집을 찾았어. 광화문의 다만프레르라는 찻집인데, 함께 데리고 간 사람들 모두가 극찬한 곳이야. 이처럼 장소를 찾아가는 재미가 생기다 보니,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나 운영하는 대표와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무언가 새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진심 어린 이메일을 써서 보냈는데, 결국 만나서 큰 그림을 함께 그리게 되었어.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종사자들과 만나는 게 나의 가장 큰 바람이야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받은 선입견이 ‘크라우드펀딩은 돈 없는 사람 혹은 기업만 한다는 것’이야. 영화 투자도 하는데 ‘그 영화사는 돈이 없대?’라고 하더라고. 나는 그런 선입견을 가진 사람에게 역으로 돈이 필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어. 돈의 여유가 있더라도 해당 사업에서 써야 할 돈이 필요로 할 수도 있는 거야.
‘크라우드 펀딩은 어려운 사람과 기업만을 돕는 게 아니라는 것을 꼭 깨고 싶어. 크라우드펀딩은 새로운 방식의 자금조달 채널이니까.’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회사가 주는 보상이라고 봐.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일하면서 누군가가 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 대표님께서도 와디즈에서 일하면 누구나 인정해주는 회사라고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 그리고 그 가치가 만들어지면 분명 회사도 성장할 거고 그에 대한 보상은 따라올 거라고 확신해.
나는 일할 때 몰입하는 스타일이라서 몰입도가 높은 사람이었으면 해.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오랜 시간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몰입해야 해. 일에 빠졌는데 왜 빠졌는지를 알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