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산후관리사로 제 2의 삶을 찾다.
육아에 힘쓴 전업주부가 다시 경제활동을 위해 세상에 나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2030 못지않게 전문기술과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린다. 세간에서는 이런 여성들을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로 지칭한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임신, 출산, 육아에 전념해 체득한 삶의 경험이다. 이 경험은 어떤 자기소개서나 경력에 비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강점이다. 이를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끌어올려 산후관리사(산모도우미 또는 산후도우미로도 불린다)로서 보란 듯이 경단녀에서 탈출하고, 제2의 삶을 살면서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실제로는 어떨까? 막연한 호기심을 안고, 산후관리사 파견 전문회사인 산모피아가 주최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1차 보수교육 현장에서 주인공들을 만났다. 예상보다 한 자리에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예약자를 보유한 베테랑 산후관리사인지라 일정을 변동하길 몇 차례. 그런 와중에도 생기 넘치게 의욕적으로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는 연륜이 묻어났다.
무엇보다 이들은 인터뷰 내내 인자하면서도 상냥함이 가득한 사랑스러운 엄마들의 모습과 함께, 자신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가사도우미로 혼동했다면 큰 오산이라며 전문 커리어우먼 다운 모습도 보였다.
이제 본론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산후관리사를 둘러싼 여러 이야깃거리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가사도우미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편견 등이 있다. 실제 산후관리사인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Q. 산모피아에 어떻게 입사하게 되었나요?
신현숙 산후관리사
“이전 회사에서 함께 일한 동료의 소개로 입사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한 번 해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업무가 저랑 잘 맞아서 지금은 천직이 됐어요.”
김석채 산후관리사
“처음엔 단순하게 손주도 두 명 키우고 있어서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모집 광고를 보고 찾아갔습니다.(웃음)”
엄기선 산후관리사
“중년이 되면서 보람되고 훗날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찾던 차에 산후관리사를 알게 되었고, 산후조리업계에서 평판이 좋은 산모피아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Q. 입사 전, 고민은 없으셨나요?
신현숙 산후관리사
“산후관리사는 아이만 돌보는 게 아니라 파견 나간 가정의 청소, 식사 준비 등의 일도 합니다. 그래서 ‘가사도우미와 같은 취급을 받지 않을까?’란 고민을 했어요. 같은 이유로 집에서도 반대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깐 갖춰야 할 지식부터 업무까지 가사도우미와 완전히 다른 직업이란 것을 알게 됐죠.”
Q. 산후관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소양이 필요할까요?
김석채 산후관리사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기본이고요,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고 말겠다는 책임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간혹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산모님들이 요청하시는 사항들이 많고, 그중에는 마음 상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때 단순히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여유 있게 넘어갈 수 있는 센스와 경험도 있어야 해요.”
Q. 산후관리사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엄기선 산후관리사
“산후관리사는 산모의 원활한 신체회복을 돕고, 육아에 익숙하지 않은 산모를 대신하여 신생아를 돌봅니다. 물론 산모, 아기 아빠의 식사도 준비하고, 큰 아이가 있다면 돌봐주기도 합니다.”
Q. 일과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김석채 산후관리사
“출퇴근 서비스의 경우에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까지 근무를 합니다. 산모마사지를 포함한 산모케어와 아기를 돌보며 수유와 아기 목욕을 하고 식사 준비, 청소 등을 하고 있습니다. 입주 서비스의 경우는 당연히 하루종일 산모님과 아기와 함께하게 되고요.”
엄기선 산후관리사
“아기가 잠을 못 자면 산모도 같이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아침에 가자마자 아기가 밤에 잠을 잘 잤는지 먼저 물어봐요. 그래서 혹시라도 아기가 잠을 못 잤다면 산모는 쉬게 한 후, 아이를 돌봐요.”
Q. 산후관리사로 일하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김석채 산후관리사
“간혹 산모님들 중 산후 우울증으로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분들이계세요. 그래서 서운할 때도 있지만,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겉으로 절대 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기는 편이에요.”
엄기선 산후관리사
“지금 대표님이 오신 뒤로 급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쉴 틈 없이 일했던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업무 중 1시간 쉬는 시간을 잡아주신 덕분에 업무 환경도 많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업계를 둘러보면 아직도 아쉬운 점이 있죠. 일례로 산후조리원보다 산후관리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뒤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급여나 대우에 차이가 있죠.”
Q. 산모피아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신현숙 산후관리사
“첫째 때 산후조리 서비스를 이용하신 후, 만족하여 둘째 때도 서비스를 신청하신 산모님 가정에 방문한 첫날이었어요.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4살 된 큰 아이가 제 목소리를 기억하는 것처럼 뛰어나와 안기더라고요. 눈물이 핑 도는데 산모님이 큰아이가 낯가림이 심해서 친할머니에게도 안기지 않는데 신기하다는 거예요.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죠.”
김석채 산후관리사
“서비스가 끝이 나고 산모님에게 ‘감사하다’란 말을 들었을 때, 둘째를 낳아 다시 저를 찾아주셔서 집을 방문했는데, 첫째가 예쁘게 잘 자란 모습을 봤을 때입니다.”
Q. 산후관리사란 직업을 정의 내린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신현숙 산후관리사
“산후관리사는 산모님의 몸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자, 우리 아기 인생에 있어 가장 사랑받아야 하는 시기에 충분한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조심스럽지만 그래서 산후관리사는 한 가정을 건강하게 만드는 직업이라고 말합니다.”
김석채 산후관리사
“영원한 동반자입니다. 산후관리사란 직업은 정년이 없으므로, 몸이 따라준다면 언제까지고 할 수 있어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일할 생각이에요.”
엄기선 산후관리사
“산후관리사는 산모가 출산 후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도와주고, 육아에 미흡한 엄마를 대신해 아기에게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 줍니다. 이를 통해 한 가정의 행복을 지키고 있죠.”
Q. 산후관리사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 계신다면?
신현숙 산후관리사
“현재 하는 일의 전문성을 살려 최고의 산후관리사가 된 이후 육아 관련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로 활동하고 싶어요. 만약 강사가 어렵다면 출산을 앞둔 부부에게 제대로 된 산후조리에 대해 알려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현재 국내에서는 산후조리 혹은 육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부부에게 제 지식을 공유하며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요.”
김석채 산후관리사
“지금 일에 매우 만족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으므로 산후관리사로서 맡은바 본분을 다해 성실히 일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인정받는 관리사가 되고 싶습니다.”
엄기선 산후관리사
“산후관리사로 일하며 책을 읽어줄 때마다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행복해요. 그래서 앞으로 나이가 들어 산후관리사로 활동을 못 하게 됐을 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구연동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Q.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 혹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신현숙 산후관리사
“산모님이 산후관리사를 어느 정도 믿느냐에 따라 산후관리사의 기량이 결정된다고 보시면 돼요. 따라서 산후관리사가 아기와 산모를 잘 돌볼 수 있도록 우리들의 자질과 실력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김석채 산후관리사
“초산인 대다수의 산모님은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커요. 이때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산후관리사를 친정엄마라 생각하면서 함께 상의하며 대처해 나가길 바랍니다.”
엄기선 산후관리사
“경력단절로 인해 다음 직업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저와 같이 산모와 미래의 꿈나무인 아가를 돌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