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작년 10월 혼자 떠난 규슈 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후인으로 가기 위해 ‘유후인 노모리 열차’를 예약하면서 좌석의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 창가의 풍경이 더 좋은지 예매 전 열심히 서치를 했더랬다.
그리고 마침내 탑승한 기차! 뿌듯하게 좌석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창밖을 구경하며 가는데 점점 갈수록 내가 앉은 쪽은 산 가까이에 붙어 나무만 근접하게 보이는 풍경이 많은 거다.
아차 싶어 고개를 돌려 반대쪽 창을 보니 넓은 강이 기다랗게 이어진 멋진 전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 망했다..’ 며 한참을 아쉬워하던 그때, 기차는 이름 모를 작은 간이역에 정차했고 무심코 바라본 창밖으로 기찻길 너머 작은 상점 앞 할머니 한분이 기차의
낯선이들을 향해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시는 걸 보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따뜻하던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던 것 같다. 그리고 바로 그때, 아쉬웠던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만약 반대쪽에 앉았더라면 이 또한 못 봤을 풍경일 테니까.
이윽고 기차가 다시 움직였고 나는 손을 흔드는 할머니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돌려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다. 살면서 우리는 작던 크던 어떠한 선택을 할 때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재고 따지며 아등바등한다. 그리고 선택을 마친 뒤엔 택하지 않음으로써 얻지 못한 무언가에 또다시 미련을 두며 아쉬워한다. 그렇게 후회만 하다 결국 무엇 하나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인 우리의 인생에서 완벽해야만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마치 기차 좌석처럼 어떤 방향을 택하든 그 선택으로 인해 얻게 되는 것들에 더 집중하면 어떨까 하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면 어떤 길로 가든 그 길에는 오직 그 길이였음에 얻어지는 가치가 있기 마련이니까 더 멋진 전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낯선 여행객들에게 반갑게 손 흔들어주시는 할머니를 우연히 만난 것처럼. 비가 와서 계획했던 자전거를 타지는 못했지만, 안개가 가득 낀 유후인이 너무 신비로워 좋았던 것처럼.
얻지 못한 다른 선택지를 곱씹기보다, 마주하는 가치에 더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하여 완벽하지 않았음에 마주한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순간이 되어 마음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