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방식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재택근무는 지금까지 이어져, 어느덧 6년 차가 되어가고 있네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어요. 이번 글은 집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모두에게 그렇듯, 저에게도 집은 아주 큰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은 태어나서 12번째로 정착하게 된 공간입니다. 오랜 자취 생활 끝에 마침내 숨을 고를 수 있게 된 곳이죠.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품을 떠나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을 갖기 시작한 순간부터 저는 집이라는 공간에 조금씩 저를 담아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조금씩 돈을 모아 예쁜 가구와 소품을 사고, 집의 크기나 연식에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저의 취향을 담아 애정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어쩌면, 가족도 없던 타지에서 뿌리내릴 곳 하나 없던 제가 두 발을 단단히 붙이고자 했던 본능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면서, 저는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나를 다정히 돌보는 장치로써 작동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문득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집을 가꾼다는 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하나씩 떠올려보았어요.
집을 가꾸면 좋은 이유?
1. 지금의 내 상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어요.
생각보다 집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말없이 반영해요. 바빠서 아무것도 못 챙긴 날은 공간도 어지럽고, 여유가 있는 날엔 정리정돈 하나에도 마음이 담기니까요. 공간을 가꾼다는 건 그 과정 속에서 지금 나의 리듬이 어떤 상태인지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2. 감정을 정리하는데 큰 역할을 해요.
마음이 복잡하고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 청소를 하는 분들 꽤 많으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정리된 공간은 마음에도 여백을 주니까요. 물건이 제자리를 찾을 때, 저의 감정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3. 나에 대한 주체성과 존중을 키워줘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기꺼이 초대하고 싶은 공간으로 가꾸면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주더라고요. ‘내 삶을 내가 존중하고 있구나’라는 작지만 확실한 자기 확신.
4.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이유가 생겨요.
곳곳에 놓아둔 좋아하는 조명, 취향의 가구들, 애정하는 책들, 행복의 순간들이 담긴 사진들. 나만의 스토리가 가득 담긴 그러한 기척들은 혼자 있는 시간에도 따뜻함을 안겨줍니다.
5. 나답게 사는 연습이 돼요.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무드, 조도, 온도로 채워진 공간은 하루하루 나다움을 실천하는 작은 연습장이 된다고 믿어요. 그리고 그 연습들이 쌓여 언제나 나답게 살아갈 힘이 되어주죠.
그래서 저는 생각합니다.
나의 하루 대부분을 머무는 공간을 정성 들여 다룬다는 건, 그 하루를 살아가는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매일 앉는 자리를 편하게 만들고, 눈이 자주 머무는 곳에 좋아하는 물건을 두고, 기분 따라 조도를 바꾸는 작은 행동들. 그건 모두 ‘오늘을 잘 살아내고 싶은 나’에게 보내는 다정한 배려 아닐까요.
예쁘게 꾸미는 걸 넘어서 쓸고, 닦고, 정리하고, 바꿔보는 그 모든 손길은 ‘꾸밈’보다 ‘돌봄’에 가까운 감정일 거예요. 귀찮고 힘들더라도 신경 써서 정돈하는 그 마음. 그건 결국, 나는 대충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자기 선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집을 가꾼다는 건,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다정히 돌보는 연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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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어릴 적 단순히 익숙한 멜로디였던 이 노랫말을 괜스레 흥얼거리게 되는 밤입니다.
모두 좋은 밤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