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 Jun 10. 2018

2018년 5월 25일의 산책

'자연의 순환에 맞춰 자란 채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농부의 식재료를 찾고 요리하는' 요리사 '경우의 (수)' 님을 sns에서 팔로우 하는데, 어느 날 채소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수업을 연다는 소식을 전해 받았다. 일회성이라 부담도 없고 좋은 기회다 싶어 신청했는데 선착순에 들지 못했고, 그 후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주최 측인 살롱문화 삼삼에서 연락이 왔다. 공석이 생겼다고. 그리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듣게 된 수업! "내가 원하는 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음식뿐 아니라 내가 사용하고 소비하는 모든 것들의 근원과 그것들이 내 몸과 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늘 절감하는데, 이 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그게 참 쉽지 않다. 오늘 수업은 그런 내게 딱 알맞은 수업이었다. 어떤 채소를 소비하고 싶은지, 또 그것을 어떤 시장에서 소비하고 싶은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고, 그와 관련한 기초적이고 유용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다. 이야기 후엔 요리사님이 준비해오신 재료들을 갖고 '채소 초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재료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먹으니 맛도 좋고 기분도 좋았다. 그런 걸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사용하고 소비하는 것들의 근원을 공부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늘 이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엔 12시까지 늘어지게 낮잠을 잤고, 오후엔 필라테스를 했다. 여러모로 '뿌리'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하루였달까.


아 그리고 하나 더 느낀 점. 요리사님이 레시피를 알려주실 때 본인은 평소에 계량을 전혀 하지 않고 맛을 보며 간을 맞춘다고 했는데, 그게 참 좋았다. 최근에 룸메이트님이 힘 없는 내 몸에 근육을 붙이기 위해 운동을 도와주시는데, 한 동작의 횟수나 지속 시간을 크게 구애하지 않으신다. 올바른 자세로 하면서 근육이 자극되는 것을 느끼는 게 훨씬 중요하다면서. 그런 방식의 가르침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요리사님의 철학도 정석을 세워두지 않는다는 점과 재료(운동의 경우 내 근육이 재료?)의 본성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었다. 저 두 가지를 내 삶의 철학으로 여겨도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