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순환에 맞춰 자란 채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농부의 식재료를 찾고 요리하는' 요리사 '경우의 (수)' 님을 sns에서 팔로우 하는데, 어느 날 채소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수업을 연다는 소식을 전해 받았다. 일회성이라 부담도 없고 좋은 기회다 싶어 신청했는데 선착순에 들지 못했고, 그 후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주최 측인 살롱문화 삼삼에서 연락이 왔다. 공석이 생겼다고. 그리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듣게 된 수업! "내가 원하는 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음식뿐 아니라 내가 사용하고 소비하는 모든 것들의 근원과 그것들이 내 몸과 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늘 절감하는데, 이 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그게 참 쉽지 않다. 오늘 수업은 그런 내게 딱 알맞은 수업이었다. 어떤 채소를 소비하고 싶은지, 또 그것을 어떤 시장에서 소비하고 싶은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고, 그와 관련한 기초적이고 유용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다. 이야기 후엔 요리사님이 준비해오신 재료들을 갖고 '채소 초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재료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먹으니 맛도 좋고 기분도 좋았다. 그런 걸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사용하고 소비하는 것들의 근원을 공부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늘 이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엔 12시까지 늘어지게 낮잠을 잤고, 오후엔 필라테스를 했다. 여러모로 '뿌리'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하루였달까.
아 그리고 하나 더 느낀 점. 요리사님이 레시피를 알려주실 때 본인은 평소에 계량을 전혀 하지 않고 맛을 보며 간을 맞춘다고 했는데, 그게 참 좋았다. 최근에 룸메이트님이 힘 없는 내 몸에 근육을 붙이기 위해 운동을 도와주시는데, 한 동작의 횟수나 지속 시간을 크게 구애하지 않으신다. 올바른 자세로 하면서 근육이 자극되는 것을 느끼는 게 훨씬 중요하다면서. 그런 방식의 가르침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요리사님의 철학도 정석을 세워두지 않는다는 점과 재료(운동의 경우 내 근육이 재료?)의 본성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었다. 저 두 가지를 내 삶의 철학으로 여겨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