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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n 10. 2018

2018년 6월 8일의 산책

무척 풍성하고 자유로웠던 2018년 6월 8일의 산책!


휴무였지만 아침 일찍 준비를 하고 나왔다. 류이치 사카모토 특별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인기가 많은 전시라 개장 시간에 맞춰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부지런을 떨었다. 시청역에서 전시장까지 약 20분을 걸어가는데 기분이 좋았다. 날이 흐렸지만 새로 산 모자를 쓰고 총총 걸었다.


전시는 지하 1층부터 4층 루프탑까지 좁고 높게 구성되어 있었다. 대중이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해 가장 친숙하게 알고 있는 영화음악 관련 전시로 시작해, 그가 한 실험적 작업들, 그리고 그의 사회운동가로서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전시가 층층이 나타났다. 한 층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일종의 브레이크 타임 역할을 해주는 것이 좋았다. 개관부터 이런 힙한 전시를 기획해내다니. 호기심 반 질시 반의 마음으로 공간 여기저기를 누볐는데, 전시 공간뿐 아니라 상점과 카페도 좋았다.







전시를 다 보고 나니 배가 무지 고팠다. 그때 내 머리를 스치는 단 하나의 음식!

평.양.냉.면! (추릅...)


그 길로 을지면옥에 가서 냉면 한 그릇을 들이켰다. 이전 직장에선 회사 근처에 봉피양이 있어 점심 때 종종 평양냉면을 먹곤 했는데, 요즘은 그러지 못했다. (지금 직장(파주에 위치)은 평양과 가까운데 평양냉면은 어디서 먹을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너무 너무 맛있었다.


배가 불러지니 이제 산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청계천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오래 걸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약 한 시간을 걸었다. 평일 낮의 청계천을 걸어본 게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늘에 자리 잡고 신문을 보는 아저씨, 무언가를 집중해 응시하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남녀, 서로를 꼭 안아주는 어린 아이들과 그 광경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젊은 엄마들, 견학 나온 교복 입은 학생들, 열심히 셔터를 누르며 낯선 서울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람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청계천이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었구나.


한 시간을 걸으니 이젠 약간 피곤해졌다. 얼음을 동동 띄운 아주 시원한 것이 필요했다. 그게 술이면 더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낮에도 영업을 하는 LP바에 가서 하이볼 한 잔을 주문했다.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더 시원한 하이볼을 홀짝홀짝! 아... 초록의 여름날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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