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풍성하고 자유로웠던 2018년 6월 8일의 산책!
휴무였지만 아침 일찍 준비를 하고 나왔다. 류이치 사카모토 특별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인기가 많은 전시라 개장 시간에 맞춰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부지런을 떨었다. 시청역에서 전시장까지 약 20분을 걸어가는데 기분이 좋았다. 날이 흐렸지만 새로 산 모자를 쓰고 총총 걸었다.
전시는 지하 1층부터 4층 루프탑까지 좁고 높게 구성되어 있었다. 대중이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해 가장 친숙하게 알고 있는 영화음악 관련 전시로 시작해, 그가 한 실험적 작업들, 그리고 그의 사회운동가로서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전시가 층층이 나타났다. 한 층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일종의 브레이크 타임 역할을 해주는 것이 좋았다. 개관부터 이런 힙한 전시를 기획해내다니. 호기심 반 질시 반의 마음으로 공간 여기저기를 누볐는데, 전시 공간뿐 아니라 상점과 카페도 좋았다.
전시를 다 보고 나니 배가 무지 고팠다. 그때 내 머리를 스치는 단 하나의 음식!
평.양.냉.면! (추릅...)
그 길로 을지면옥에 가서 냉면 한 그릇을 들이켰다. 이전 직장에선 회사 근처에 봉피양이 있어 점심 때 종종 평양냉면을 먹곤 했는데, 요즘은 그러지 못했다. (지금 직장(파주에 위치)은 평양과 가까운데 평양냉면은 어디서 먹을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너무 너무 맛있었다.
배가 불러지니 이제 산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청계천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오래 걸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약 한 시간을 걸었다. 평일 낮의 청계천을 걸어본 게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늘에 자리 잡고 신문을 보는 아저씨, 무언가를 집중해 응시하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남녀, 서로를 꼭 안아주는 어린 아이들과 그 광경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젊은 엄마들, 견학 나온 교복 입은 학생들, 열심히 셔터를 누르며 낯선 서울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람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청계천이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었구나.
한 시간을 걸으니 이젠 약간 피곤해졌다. 얼음을 동동 띄운 아주 시원한 것이 필요했다. 그게 술이면 더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낮에도 영업을 하는 LP바에 가서 하이볼 한 잔을 주문했다.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더 시원한 하이볼을 홀짝홀짝! 아... 초록의 여름날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