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소재로 한 휴머니즘 드라마가 아니라, 휴먼을 통해 역사를 그린 리얼 역사영화. 검사, 기자, 경찰, 교도관, 대학생... 역사를 만든 주역 하나 하나의 '1987'을 엮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1987'로 나아간다. 이들의 역할은 제각각이라 누구 하나의 힘만으로는 '1987'을 완성할 수 없다. 어떤 이에게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전체 그림이 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화 <1987>은 다양한 주체의 시선을 매끈하고 탄탄하게 엮어 완성도 높은(구멍 없는) '1987'을 그려낸다.
역사를 체험하게끔 만드는 노하우가 대단하다. (가본 적도 없는) 1987년의 서울로 돌아가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사건의 진행 경과를 지켜보는 느낌을 체험했다. 심장이 얼마나 뜨거워지던지. 신과 신, 사람과 사람, 행동과 행동을 연결하는 기예가 가능하게 한 체험이리라 생각한다.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편집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갑자기 늘어지게 편집된 하나의 장면이 용서될 만큼.
평점 4.5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