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대한 후기는 웹툰 원작을 봤는지 안 봤는지에 대한 전제로 시작된다. 난 후자에 속한다. 원작을 보지 않은 입장에서 원작을 본 사람들이 하는 '중요한 캐릭터가 사라졌다', '에피소드가 달라졌다', '웹툰이 훨씬 낫다' 등의 말에 공감할 바가 없다. 사실 그런 비교를 통해 이 영화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다. 어쨌든 이건 각색을 거쳐 새로 탄생한 독립된 창작물이지 않나. 아쉬운 마음이야 이해가 가지만 '다르다'는 이유로 저평가하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저승에 대한 세계관과 이를 구현한 결과물이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고 말하자, 웹툰을 본 친구는 저승 세계를 설정한 건 주호민 작가의 공이니 그게 영화의 장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흠, 그러면 영화만 본 사람은 자신이 느낀 흥미의 공로를 어디로 돌려야 한단 말인가! 원작자의 공이 큰 것은 인정하지만, 영화는 (웹툰은 하지 않은) 저승 세계를 실사 이미지로 구현하는 작업을 했고, 이 작업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관념적으로 확립되어 있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그려 나타내는지에 따라 보는 이가 납득할 수도,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난 이 영화가 그려낸 저승 세계에 무리 없이 설득됐고, 흥미까지 느꼈다.
스토리는 신선도 면에서 영 떨어지지만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고 본다. 근 몇 년 간 한국상업영화의 맥을 이어온 특수한 형태의 신파에 신물이 났지만, 이번의 경우 조금 다른 신파의 느낌이었다. 익숙한 신파는 뭐냐하면, 웃기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훅 찔러 눈물샘을 터뜨리는 것. <신과함께-죄와 벌>은 '효'라는 신파 포인트를 처음부터 꾸준히 끌고 간다. 이 길로 샜다 저 길로 샜다 마지막에 그저 눈물샘을 터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효의 정서를 들먹이는 식이 아니다. 영화의 전체 스토리를 부모 자식간 사랑으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전반적인 정서가 통일되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신선도는 떨어진다. 효를 다루는 방식이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이 점은 아쉽지만, 이 영화가 빠른 속도로 천만을 훌쩍 넘는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의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효의 정서 때문이었을 거다. 영리한 전략이었다.
평점: 3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