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에 관해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생리의 원리, 생리통 등) 중에서도 이 영화는 '어떻게 하면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이 피를 잘 처리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초점을 맞춘다. 생리혈을 처리하는 용품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부터 시작해 교육, 정책적으로 위 고민을 함께 고민해줘야 한다는 메시지로까지 나아간다. 어떻게 하면 피를 '잘'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는 좀 더 풀어 말하면 피를 보다 '위생적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어떤 생리용품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그칠 수 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시선과 인프라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보다 나은 생리용품이 상용화되지 못하는 이유, 지하철 의자에 생리혈을 흘린 여성이 '그것도 못 참냐'는 몰상식한 비난을 듣게 된 이유, 어떤 가난한 학생이 생리대를 사지 못해 월경기 일주일 내내 학교에 가지 못한 이유는 모두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와 밀접하게 닿아 있기 때문이다.
13년째 매달 생리를 하고 있는 나도 이 영화를 보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다. 무지의 탓에는 이 영화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부분인 생리의 '비공론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절반이 공통으로 하는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생리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어 있지 않다. 그런 비공론성이 여성이 피를 보다 위생적이고 편리하게 흘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으리라. 생리대 무상 지급 같은 정책이 실현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비공론성으로 인해 생리에 무지한 사람들의 반대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로 반대하는 이들도 많지만 이러한 무지의 영향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고 본다. 나 역시 무상 지급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완전 무상 지급까진 아니더라도 조건적 무상 지급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느끼게 된 부분이 있다. 몇 년 전 뉴욕에서 공공 화장실에 생리대를 무상 비치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한다. 법안의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남성은 화장실에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비누, 휴지 등)이 갖춰져 있는데 여성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것이 "평등"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그렇다. 평등은 남성과 여성의 화장실에 갖춰져 있는 물품의 개수로 따질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을 얻는 데서 오는 만족감의 정도로 따질 일인 것이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경험을 하기 전에 생리가 얼마나 예민하고 불편한 것인지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었다. 생리혈이 세서 이불에 자국이 생기는 경험을 하기 전엔, 생리통이 심해지기 전엔, 남자친구와 관계를 시작하기 전엔, 생리 때가 되면 미리부터 걱정하고 어김없이 예민해지는 친구들에게 공감할 수 없었다. 여자인 나도 그랬지만, 생리가 인류의 절반이 겪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것이 자명한 사실인 이상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원체 주어진 공감능력을 발휘해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옳지 않은 인식이 있다면 바꾸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건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에서 한 인터뷰이가 말했듯 여성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면하고 케어할 필요가 있다. 난 내가 생리로 인해 특별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실은 문제가 있음에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일로 여겨왔던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개선의 여지는 존재한다. 보다 위생적이고 편리하게 피를 흘릴 수 있는 법을 찾는 일. 나의 몸을 위해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평점: 4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