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 눈이 많이 내린 날.

일기를 씁니다.

by 삼이공

쉬는 날, 그날은 눈이 많이 내렸다.


연락할 사람도 없고, 연락올 사람도 없는 그 시간에 늘상 앉아서 작업하던 책상과 의자에서 벗어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하얀 눈이 비처럼 내리는 그날은 일정 하나 표시되지 않은 심심한 날이었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계획도, 어디로 가야 한다는 목적지도 없이 홀로 찬바람 속을 헤집고 걸었다.

그러다 문득 따뜻한 커피가 생각났다.


마침 거리 한편에 예쁜 카페가 있어서 그리로 들어갔다.

한가한 시간이라 그런지 북적거림 없는 카페에는 손님 몇이 테이블을 잡고 있었고,


문을 닫는 순간, 바깥의 소음은 유리창 너머로 밀려났다.

카페 안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따뜻한 공기와 커피 향이 나의 어깨를 감쌌다. 커피를 주문하고 창가 근처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창밖에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자동차가 지나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부터 내리던 눈은 소나기처럼 내리고 있었다. 어느 시인이 그렇게 말했지. 눈이 시처럼 내린다고.


딱, 그런 감상이었다.


조용히 내리는 눈길 속에서 사람도, 자동차도 제 갈 길을 가고 있었지만, 그 풍경들이 내게는 고요하게 다가왔다.


멍 때린다는 것이 이리 나를 평안하게 해 줄 줄은 그전에는 몰랐었는데...


내가 온전히 쉬고 있다는 감각 속에서 충전되는 느낌, 새롭게 다시 채워지는 느낌이 카페를 가득 채운 커피 향과 함께 나를 기분 좋게 하였다.


커피가 식어갈 무렵,

얼마 되지 않은 짧은 시간들이었지만

영감과 상상과 추억과 기억들 안에

홀로 웃기도 하고,

보고 싶은 이에게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들도 혼자 읊조리며


고요를 누렸던 시간들이었다.


상념에서 깨어 창밖을 보니,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그 속을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바쁘게 오고 갔다.

유리창에 비친 내가 낯설어 보였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아마도 카페에 들어오기 전의 나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도 비워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글을 쓰기로 했어요.

수필형식의 일기를 써볼까 합니다.


소소한 삶이라 특별하거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꾹꾹, 밀어 두고 숨겨둔 그 마음들...,

그게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혹은 후회인지, 죄책감인지...

규정할 수 없는 그 마음들에 작은 환기 구멍을 뚫는 작업이라 생각하며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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