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야 너마저 fake부대를 품고 있었구나
브런치를 시작하고 몇 개의 글을 올린 브린이다.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고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적도 없기 때문에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 다만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오랫동안 자물쇠를 건 개인블로그에 끼적여왔을 뿐이다. 그런데 한 번에 브런치 신청이 통과되었고 몇 개 올리지 않은 글 중에 두 개나 다음 메인에 올라갔다. 운이 매우 좋은 건지 아니면 선택받을만한 글을 쓰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면서도 기분이 좋고 설레었다. '어떤 글을 써야 또 행운이 올까'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찼고 브런치 홈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마치 브런치와 허니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글을 쓴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고 나의 글에 라이킷을 눌러 준 사람들에게 애정이 피어올랐다.
어젯밤 새 글 하나를 올렸다. 사진이 제법 많은 글이어서 사진만 보더라도 적어도 1분은 걸리지 않을까 싶은 글이었는데 발행을 누르고 얼마되지 않아 라이킷 알림이 왔다. 싸한 느낌이 들면서 그제야 그동안 내 글에 라이킷을 누른 분들을 꼼꼼히 훑어보게 되었다. 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안에 라이킷을 눌러 준 분들은 거의 같은 분들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의 브런치 구독자수는 넘사벽의 숫자였다. 이렇게 많은 구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이 브린이가 올린 글을 몸소 찾아와 주셔서 라이킷을 눌러주었다고? 제일 많이 받은 라이킷이라고 해봐야 20개가 최고지만 그래도 댓글은 하나도 없고 구독자수 또한 라이킷에 비해 전혀 없다는 것이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제 글의 구독자가 되어주신 세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브런치 라이킷 자동으로 눌러지나요?'로 구글링을 해보니 브런치 라이킷에도 메크로가 있다는 글이 있었다. 사실 나는 메크로가 뭔지도 모르는 컴맹이라서 그 뜻을 찾아보니 키보드나 마우스 등 단순 반복 기능을 한번 클릭으로 자동 실행하는 프로그램인데 컴퓨터 초보라도 쉽게 배워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유명한 '댓글공작' 사건들이 다 메크로를 이용한 것이라는 걸 이번에서야 알게 되었다. 브런치 라이킷을 눌러주는 알바가 있다는 글도 보였다.
작가라는 호칭을 달고 활동하는 브런치는 글에 대한 진심과 열정이 있는 분들이 모여있는 곳이라서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들과는 글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에도 댓글공작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브런치에 어떤 기대와 얼마큼의 믿음을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라이킷에 대한 글들을 읽으면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브런치에 방 하나 얻게 되었으면서도 내 글이 이곳에 담기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내 글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읽어주는 분들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의 짐이 내려진다. 수준 높은 작가님들이 내 글을 검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이제부터는 쓰고 싶은 글을 가볍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의 알림을 끈다.
꼬리말: 이 글에도 라이킷을 누를까? 그렇다면 제일 먼저 라이킷 하는 작가님은 누구실까? 매 글마다 보이는 그분들을 이 글에서도 볼 수 있을까? so curi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