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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단 Apr 20. 2024

글 두 개로 브런치 작가 신청 한 번에 통과한 후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컴맹이었던 나는 2000년도에 폭풍 검색을 하면서 나만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블로그가 시작되기 한참 전이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내가 기특하기도 하다. 도메인을 구입해서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아이들 성장과정을 하나 둘 기록했다. 그때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는 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엄마가 기록한 그들의 어린 시절을 읽으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고 그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네이버 블로그가 시작되면서 매년 도메인 유지비를 내야 하는 개인 홈페이지를 닫고 블로그로 모든 글을 옮겼다. 그리고 십여 년 동안 꾸준히 블로그에 아이들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는 것이 진리다'라는 말처럼 꾸준히 해오던 기록에 대한 나의 생각이 한순간 바뀌게 되었다.


홈페이지를 제작했던 2000년도에는 시드니에 일 년 스테이를 하고 있었고 그 후 다시 한국으로 갔다가 2002년도에는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 이년 후 막내가 태어났고 개인 홈페이지를 블로그로 옮긴 후에도 육아일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까 시드니에서 한국으로 그리고 다시 캐나다로 삶의 터전이 바뀌는 과정이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진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태어난 막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기록에 대한 의미를 잃게 되었다. 내가 꾸준히 아이들의 하루를 써왔던 목적은 어른이 된 그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글로 읽으면서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되기를 바라서였는데 아뿔싸 캐나다에서 태어난 막내가 한글을 못 읽는다는 사실이 문득 현타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리고 막내와 열 살 터울이라 이미 성인이 된 큰 아이도 엄마가 차곡차곡 모아놓은 자신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이러하니 내가 글을 이어나갈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블로그의 모든 글에 자물쇠를 채우게 되었다. 그렇게 기록하기를 멈춘 지가 십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 아이들 성장과정을 기록해 온 것은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기록'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이들을 위한 기록이 아닌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블로그에 자물쇠를 걸고라도 내 마음을 풀어놓았고 어느 해부터는 신년 목표 일 번이 '꾸준히 글쓰기'였다. 비록 한 달도 못 채우는 작심며칠이 되곤 했었지만 다음 새해 첫날에는 또 다짐을 하곤 했다. 


꾸준히 글쓰기는 이렇게 매년 작심며칠로 끝나는 헛된 결심이 되곤 했지만 '그래도 쓰고 싶다'는 욕구만으로 올해에는 무작정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는데 한 번에 합격하는 행운이 주어졌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고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내가 과연 작가라는 호칭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래서 첫 글을 발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긴 시간 동안 고민을 하다가 최근에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첫 글로 발행했지만 그 글 역시 단순한 기록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기 검열이 심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글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기준이 달라서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 여행 이야기(https://brunch.co.kr/@ofsyh/6)가 생각지도 못한 '다음 메인'에 올라가는 영광을 가졌고 며칠 후 '여행 맛집 베스트 7위' 안에 들었으니 내가 생각하는 만큼 형편없는 글을 쓴 것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어떤 글이며 내가 글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블로그에 기록을 멈춘 후 흘러 보낸 일상이 아쉽다. 이렇게 놓쳐버린 일상 속의 행복을 되찾고 싶고 지나간 나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고 지금의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추구하고 있는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깨닫고 싶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을 풀어내고 마음을 정리한 글이 궁극적으로는 글을 읽는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글이어야 할 것 같다. 이런 글을 술술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루를 글로 마감하는 일상이 되면 좋겠다.


그렇다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권기헌 작가의 '엄마의 글쓰기'에서 이 답을 찾아본다.


'일상에서 스토리를 건지는 일은 평범한 자극을 인지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끝은 뭐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펜을 들고 끼적여보는 것이죠. 이 작은 수고로움이 한 편의 이야기가 되고, 이런 이야기가 쌓이면서 자신만의 생각, 태도, 관점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눈앞의 작은 것에서 시작해 보세요. 때로는 모래알처럼 낱낱이 흩어지더라도 쓰는 걸 멈추지는 마세요. 모든 글감이 달콤한 솜사탕처럼 부풀지는 않으니까요. 그래도 멈추지 말고 계속 쓰세요. 쓰다 보면 스토리가 되고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됩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기록이 아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권기헌' 작가의 조언대로 주변의 모든 것을 글감으로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높이고 처음부터 잘 쓰려는 욕심을 버리고 일단 쓰자. 그리고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의미 있는 글이 되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이렇게 쓰고 또 쓰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작가'라는 호칭이 낯 뜨겁지 않을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나처럼 글쓰기에 용기가 안나는 분들에게 힘이 될 것 같은 명언 세 개를 마지막으로 적어본다.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 재능을 연마하기 전에 뻔뻔함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다.
- 하퍼 리 -

당신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
너보다 더 똑똑하고 우수한 작가들은 많다.
- 닐 게이먼 -

제대로 쓰려 말고, 무조건 써라
- 제임스 서버 -



이 글의 제목에 사용한 이미지는 Pixabay로부터 입수된 CharuTyagi님의 무료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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