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5년 9월 21일
무심코 넘긴 한 인스타그램 포스팅에서 9월 21일이면 스트리밍 수가 올라가는 노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바로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 무슨 노래인지 틀어보니, 이건 뭐, 시작하자마자 알겠더라고요. 근데 전혀 몰랐죠, 이 노래 안에 9월 21일 이라는 특정한 일자가 포함된줄. 오늘이 바로 그 9월 21일이니, 오늘의 노동요는 이거다! 하고 계속 들었어요. 룰루랄라 듣다보니 갑자기 드는 생각. 벌써 9월 말이구나.
사실 어제 어렵게 시간을 맞춘 동료들과 함께 동네 바에서 담소 타임을 가졌는데요. 2라운드 주문을 위해 스태프분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보니 바의 풍경이 갑자기 조금 낯설더라고요. 뭐랄까, 이 상황에 있는 '나'의 존재가 갑자기 인식된 느낌이었달까? 술도 조금 들어갔겠다. 묘한 느낌이었어요. 6개월 전만 해도 무엇을 예상해야할지 몰라서 조금은 불안했던 게 아득하게 느껴질 만큼 시간의 흐름이 이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머나먼 타국에서 온 나를 친구이자 동료로 받아들이고 도와주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내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나는 이제 이곳의 일원이구나. 그리고 이곳이 참 많이 익숙해졌구나.
그리고 이 날 조금은 알딸딸해진 상태에서 모두 입을 모아 한 말: time flies so fast. (네, 사실 제가 가장 많이 썼습니다) 수많은 사람들로 와글와글한 펍 안에서 맞이한 평소와는 다른 일요일 새벽. 다운타운을 쭉 가로질러 걸어오며 생각해보니, 이제 딱 일주일 뒤면 제가 독일에 온지 6개월이 되는 날이더군요. 참 많은 것들을 배웠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경험들을 했습니다. 일상에서조차 매일 같이 크고 작은 수많은 선택과 결정들을 했어야 했기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밀도가 높았던 기간이었고, 그 덕분에 이제는 누군가에게 나는 지금 꽤나 더 멋져졌다고,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옙.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에요)
원래 적응력 킹왕짱인 저이지만, 유학이 아닌 해외 생활을 하는건 처음인지라 저 깊숙이 갖고 있던 질문이 있었어요: 이번은 과연 어떨까? 이것도 해낼 수 있을까? 99%의 기대감과 함께 한 1%의 아득함. 항상 조금만 더를 외치며 삶의 경계를 이쪽저쪽 꾸준히 넓히며 살아왔지만, 이번 만큼은 그 1%의 아득함이 조금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일단 학계로 돌아온다는 결정, 쉽지만은 않았고, 딱 한 번 여행한 나라의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도시에 그냥 간다는 것, 지금 생각해보니 참 패기넘치는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해보자. 못 먹어도 고.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잠시 멈춰 생각해보니, 그 결정을 한 게 자랑스럽습니다. 뭐, 다들 아시잖아요. 인생은 기세죠.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어요. 무언가를 시작하고 발전시켜서 이어나가는 지금은 비록 결과를 알 수 없지만, 결과가 어떻든 과정의 현재를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 그 방향성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조금의 ups and downs가 있어도 결국 우리 삶의 그래프는 내 기준 계속 나아지고 성장하는 우상향을 그릴거잖아요, 그쵸? 2025년 9월의 끝자락을 바라보는 21일, 수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부디, 미래의 제가 이 마음을, 이 감각을 잊지 않기를 기원하며 적어봅니다. 뭐가 되었던, 그냥 내 '쪼'대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