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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알려주는 시대, 질문을 잃어버린 사람들

AI시대에 질문을 회복하는 방법

by 감자윤



프롤로그


지난 글에서 나답게 일하는 힘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기준과 과정, 질문과 경험 속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질문이 AI시대에 어떤 힘을 갖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질문 하나가 대화를 멈추게도 하고, 다시 이어가게도 하죠. 때로는 팀의 리스크를 드러내고, 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그 힘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이야기하고,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한 실천적인 방법도 함께 나눠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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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야기한 주제


AI 시대에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은 왜 중요할까요?

AI 시대의 ‘좋은 질문’은 무엇일까요?

질문이 사라질 때, 나의 사고방식이나 일상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요?

개개인이 질문 습관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업무/팀/헙업 관점에서 잃어버린 질문의 힘을 되찾는 실천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I 시대에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은 왜 중요할까요?


(밤열두시)

저는 AI 시대일수록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해요. 답은 부족하지 않잖아요? 검색 한 번, 프롬프트 한 줄이면 쏟아지니까요. 문제는 그 답들이 다 비슷하거나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거예요. 결국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답의 질을 결정하죠. 예전엔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내 생각이 드러났다면, 지금은 질문을 세우는 방식이 곧 그 사람의 깊이를 보여주는 기준이 된 것 같아요. 질문이 서툴면 남의 답을 빌려온 데서 그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면 같은 AI에서도 전혀 다른 통찰을 끌어낼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의 경쟁력은 ‘답을 얼마나 아는가’가 아니라 ‘질문을 얼마나 잘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요.


(감자윤)

저도 업무하면서 질문 하나가 AI 답변의 수준을 크게 바꾼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특히 질문은 오류를 걸러내는 역할도 하더라고요. AI가 정교해졌다 해도 완벽하지는 않잖아요. 실제로 제가 리포트를 부탁했을 때, “정확한 수치가 맞는지” 다시 물어봤더니, 기존 보고서에는 없던 잘못된 데이터를 가져온 경우도 있었거든요. 결국 질문은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속에 숨은 허점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밤열두시)

맞아요. 질문은 답을 얻는 방법을 넘어서 AI의 ‘빈틈’을 드러내는 도구이기도 해요. 그냥 답을 받아들이면 편하지만, 질문을 붙이는 순간 그 답이 내 것이 될 기회가 생기죠. 질문이 없으면 답은 흘러가는 정보일 뿐이지만, 질문이 붙으면 ‘내 생각’으로 전환돼요. 저는 그래서 질문할 때마다 생기는 짧은 멈춤이 좋아요. “정말 그런가?”, “다른 경우라면?” 하고 스스로 묻는 그 순간이, 단순히 답을 소비하는 태도와는 확실히 다르거든요.


(감자윤)

그 멈춤이라는 표현 공감돼요. 질문하려는 순간 생기는 멈춤은 결국 ‘스스로 사고하는 시간’으로 이어지죠. 우리가 예전에 이야기했던 “AI 시대에 나다움을 지키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그 노력의 한 축이 바로 ‘질문하기’라는 점에서요.


(밤열두시)

맞아요. 그런데 저는 질문의 힘이 개인의 사고를 넘어, 관계 속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정말 그럴까?” 하고 던진 질문 하나가 대화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틀어주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회의는 정답을 찾아낸 순간도 있지만, “우리가 이 문제를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을까?”, “우리가 놓친 건 없을까?” 같은 질문이 나왔을 때였어요. 그 질문 덕분에 다들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AI 시대에 좋은 질문은, 답을 얻기 위한 도구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느껴져요. 질문이 있으면 대화가 열리고, 대화가 열리면 그 안에서 나만의 관점도 더 선명해지는 거죠. 어쩌면 지금은 정답보다 질문이 더 사회적인 역할을 하는 시대인지도 몰라요.



AI 시대의 ‘좋은 질문’은 무엇일까요?


(감자윤)

저는 목적과 목표가 분명한 질문이 AI 시대의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AI는 맥락 없이 물어도 그럴듯한 답을 잘 내놓지만,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제 생각이 흔들릴 때가 많더라고요. 되돌아보면 대개 질문 자체가 모호했을 때 그랬던 것 같아요. “AI가 알려주겠지” 하고 넘긴 게 문제였죠. 그래서 저는 좋은 질문이란, 묻기 전에 내가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 스스로 분명히 아는 질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싶어요. 그래야 AI의 답에 휘둘리지 않고,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밤열두시)

질문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생각도 있어요. 꼭 모든 질문이 목적지까지 뚜렷해야만 좋은 질문일까? 가끔은 답을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질문도 있잖아요. “만약 지금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같은 질문은 사실 답을 바로 얻으려는 게 아니라 사고의 틀을 흔드는 역할을 하죠. 저는 이런 질문도 AI 시대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감자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에요. 사실 저도 AI한테 질문하다 보면, 처음엔 뚜렷한 목적이 없었는데 오히려 대답을 들으면서 진짜 궁금했던 게 드러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한가지 더 떠오른 좋은 질문은 사고의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이기도 한 것 같아요. AI가 주는 답은 대체로 내가 이미 가진 관심사나 전제와 맞닿아 있는데,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면 사고가 갇힐 위험이 있죠. 그래서 일부러 반대되는 의견을 찾아보거나 다른 성향의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익숙한 관점에서 벗어나려는 거죠. 질문도 마찬가지예요. “이 생각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이 아이디어가 실패할 근거는 뭐지?” 같은 질문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리스크와 맹점을 드러내준다 생각해요. 그래서 AI 시대의 좋은 질문은 내가 동의하는 답만 확인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반대 시각을 끌어내 사고의 균형을 맞추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밤열두시)

결국 좋은 질문은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목적이 분명해서 답을 검증하고 이끌어내는 질문, 또 하나는 생각과 사고를 확장시키는 질문. 둘 다 AI 시대에 꼭 필요한 질문의 힘 아닐까 싶어요.



질문이 사라질 때, 나의 사고방식이나 일상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요?


(밤열두시)

저는 질문이 사라질 때 생기는 공백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어요. 한 번은 AI가 정리해준 리서치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당시엔 빠르고 편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며칠 뒤 회의에서 “이 자료가 우리 상황에 맞는 이유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나오자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사실 제가 스스로 했어야 할 질문을 건너뛴 거였죠.

그때 깨달았어요. 질문이 없으면 답은 쌓이지만, 사고의 과정은 쌓이지 않는다는 걸요. 정보는 늘어나도 내 생각의 결은 점점 얇아지고, 일상에서도 ‘왜?’라는 멈춤이 사라지니까 하루가 그냥 소비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질문이야말로 사고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해요. AI가 아무리 정교한 답을 주더라도, 질문이 없으면 결국 남는 건 단편적인 정보뿐이더라고요.


(감자윤)

저는 질문이 없다는 건 결국 의심이 사라진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의심은 불편할 수 있지만, “이게 맞을까?”,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라는 작은 의심이 있어야 사고가 확장되고 균형도 잡히잖아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의심이 사라지면 익숙한 루틴만 반복하게 되고, 새로운 시도나 배움은 줄어들어요. 그래서 질문이 없는 삶은 점점 단순화되고,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더 자극적인 것들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흔히 말하는 ‘도파민 중독’ 현상도 이와 연결되어 보이고요.


(밤열두시)

저도 공감해요. 질문이 줄어들면 결국 판단을 미루는 습관이 생기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예전엔 “왜 필요한가?”,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라고 되물었는데, 요즘은 AI 리서치 자료를 근거 삼아 빨리 결론을 내버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속도는 붙지만, 점검해야 할 질문들을 다 생략해버리는 거죠.

일상에서도 비슷했어요.


저는 여행 계획을 짤 때 늘 “내가 진짜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지?”라는 질문을 했는데, 최근엔 AI가 짜준 일정표를 그대로 따라갔거든요. 여행은 편했지만, 돌아와서 느낀 건 ‘내가 선택한 순간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질문이 줄면 결국 ‘내 흔적’도 희미해진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라도 “이 선택에서 내가 얻고 싶은 건 뭘까?” 같은 질문을 메모해두려고 해요.


(감자윤)

또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질문이 줄면 관계도 단절된다고 봐요. 질문은 단순히 내 사고를 넓히는 수단이 아니라, 타인과 연결되는 출발점이잖아요. “넌 어떻게 생각해?”, “왜 그렇게 봤어?”라는 질문이 오가야 관계가 깊어지는데, 질문이 사라지면 대화는 피상적인 정보 교환에 머물러요. 실제로 요즘 젊은 세대가 전화나 대면 대화를 불편해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밤열두시)

맞아요. 저는 여기에 하나 더, 질문이 줄면 자기 언어를 잃는다는 게 가장 두렵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친구들이랑 술자리에서든 회의 중이든 “너 왜 그렇게 생각해?”라는 질문이 나오면, 내 생각을 내 언어로 정리해서 설명하려 했잖아요.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내 기준을 깨닫곤 했죠. 하지만 요즘은 AI가 준 답을 그대로 가져다 쓰다 보니, 막상 이유를 물으면 말문이 막힐 때가 있어요. 답은 아는데, 그게 내 언어로 정리돼 있지 않은 거죠. 결국 질문이 사라지면 생각이 얕아질 뿐 아니라, 나를 설명할 언어까지 희미해지는 것 같아요.


(감자윤)

저도 같은 고민을 했어요. 예전엔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스스로 탐색하며 나를 정의했는데, 요즘은 AI가 취향을 분석해주니까 훨씬 단순해졌죠. 덕분에 설명은 쉬워졌지만, 사실 그게 진짜 나인지 확신이 잘 안 들어요. AI는 나를 몇 가지 범주로 단순화시키니까요. 요즘은 AI가 내 취향을 분석해 찾아주니 설명은 쉬워졌지만, 오히려 표현은 단순해졌어요. 사실 AI가 보여준 내가 정말 ‘진짜 나’인지도 확실치 않죠.


(밤열두시)

맞아요. 결국 질문이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는 ‘자기 탐구’가 멈춘다는 거네요. AI가 정리해준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정작 내가 변화하고 성장할 여지까지 차단해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AI가 분석해준 결과를 볼 때마다 “정말 그런가?”라는 질문을 의도적으로 던지려고 해요. 예를 들어 AI가 “당신은 도전적인 성향입니다”라고 분석하면, “내가 언제 도전적이었지? 어떤 상황에서? 그리고 도전하지 않았던 때는?”이라고 다시 묻는 거죠. 그러면 AI가 놓친 내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결국 AI 시대에는 AI가 준 답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질문하는 습관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AI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내 정체성까지 맡겨버리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감자윤)

단순히 AI가 준 답을 확인하는 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질문을 통해 그 답을 의심하고, 반대되는 사례를 떠올려보고,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데에 우리 대화가 모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개개인이 질문 습관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밤열두시)

저는 비판적으로 사고한다는 게 꼭 AI 답변 자체를 의심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중요한 건 “내가 왜 이 질문을 했는지”, “내가 지금 어떤 답을 원하는지”를 먼저 점검하는 습관이라고 봐요. 예전에 AI에게 “우리 서비스 성장 전략”을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답변은 매끄러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 저는 ‘전략’이 궁금하다기보다 제 불안을 달래줄 정답 같은 말을 원했던 거더라고요. 질문이 흔들렸으니, 답도 피상적일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요즘은 AI에게 묻기 전에 먼저 저한테 물어요. “내가 왜 이걸 알고 싶은 거지?”, “내가 이미 원하는 답을 정해놓고 묻는 건 아닐까?” 하고요. 이 과정이 없으면 AI가 주는 답을 그대로 삼키게 되고, 사고도 얕아지더라고요. 결국 추가 질문은 AI에게만 던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자윤)

“내가 원하는 답을 정해놓고 묻는 건 아닐까?”라는 말에 공감돼요. AI가 고도화될수록 질문의 의도까지 파악하고, 내가 원할 만한 답을 과거 기록을 근거로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느껴요. 그래서 ‘나의 관점과 의도에 편향이 없는지’를 점검하는 질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스스로 점검하는 게 쉽지만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타인과 대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봐요. 동료와 함께 AI 답변을 검토하고 토론하면 편향을 줄일 수 있고, 만약 대화 상대가 없다면 다른 AI 모델이나 도구에 같은 질문을 던져 비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결국 중요한 건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교차 검증하는 습관을 들이는 거죠.


(밤열두시)

저는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답 검증”에만 두지 않아요. 더 중요한 건 내가 놓치고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디자인 아이디어가 필요했을 때, 저는 시간을 아끼겠다고 AI 답을 곧바로 채택했어요. 그런데 동료가 가져온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보자 충격을 받았죠. 그 순간 깨달았어요. 제가 AI의 답을 ‘정답처럼’ 믿는 동안, 스스로 발산할 기회와 시행착오에서 나올 아이디어들을 다 놓쳤다는 걸요. 그래서 요즘은 AI가 제시한 결과를 보더라도 일부러 질문을 덧붙여요. “이 결론이 틀렸다면 그 이유는 뭘까?”, “내가 놓친 전제 조건은 없을까?” 같은 질문이요. 그러면 답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 상황에 맞는 사고 확장을 할 수 있더라고요.


(감자윤)

밤열두시님이 말씀하신 건 결국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훈련’이라고 느껴져요. 저도 동의해요. AI를 활용한 뒤에는 “이번 과정에서 내가 어떤 편협한 생각을 했는가?”, “왜 시행착오가 생겼는가?”를 돌아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게 곧 작은 레슨런(Lesson Learned)이 되는 거니까요.


또 한 가지, 저는 AI에게 답을 받은 뒤 크리티컬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방법을 자주 써요. 예를 들어 실험 설계안을 짠 뒤 “이 설계안을 처음 본 개발자라면 어떤 헛점을 질문 할까?”, “이 가설이 impact 측면에서 취약한 이유는 뭘까?”라고 요청하는 거죠. 그러면 AI가 새로운 질문들을 제시해주고, 저는 그걸 통해 미처 보지 못한 시각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AI를 단순히 답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을 확장하는 파트너로 쓸 때 가치가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밤열두시)

저는 질문이 혼자 던질 때보다 함께 던질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팀 안에서는 질문이 단순히 답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서로의 시야를 넓히는 장치가 되거든요. 협업에서도 정답을 빨리 가져오는 건 효율엔 도움이 되지만, 팀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할 기회를 빼앗기도 해요. 반대로 누군가의 질문 하나가 리스크를 막거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게 해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질문은 개인의 역량에만 맡길 게 아니라, 팀의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회의 초반 5분을 ‘질문만 적는 시간’으로 두거나, 사전에 자료를 공유해 서로 질문을 준비해오도록 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죠. 그렇게 하면 질문이 협업의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업무/팀/헙업 관점에서 잃어버린 질문의 힘을 되찾는 실천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감자윤)

저는 좋은 질문도 리소스가 든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그래서 갑자기 질문을 요구하면 당황해서 오히려 침묵이 흐르기도 하죠. 그래서 우리 팀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끌어내기 위해 사전 준비를 습관화했어요. 회의 전에 반드시 아젠다를 읽고, 관련 질문을 미리 준비해오도록 원칙을 세운 거죠. 이렇게 하면 회의가 훨씬 원활해지고, 질문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해요. 준비된 질문 덕분에 현장에서 즉흥적인 질문도 더 쉽게 이어지고요. 저는 결국 질문의 힘은 즉흥보다는 준비된 습관 속에서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밤열두시)

맞아요. 준비된 질문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저는 질문이 단순히 순간적인 대화로 끝나는 게 아니라 팀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통 회의에서 질문은 답이 오가면 끝나지만, 질문 자체를 기록해두면 시간이 지나 다시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희 팀도 예전에 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을 그냥 넘어간 적이 있었는데, 몇 달 뒤 전혀 다른 프로젝트에서 같은 문제가 다시 등장했을 때 그 질문을 발견했어요. 덕분에 논의를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지 않고, 더 빠르고 깊게 들어갈 수 있었죠.그때 이후로 저는 질문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게 됐어요. 질문은 개인의 역량을 드러내는 순간적 흔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팀 전체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집단지성의 자원이 될 수 있으니까요.


(감자윤)

정말 그렇네요! 질문을 기록하고 관리하면 팀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 크게 공감해요. 답을 내린 질문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의미가 생기니까요. 저희 팀은 실제로 면접 질문을 그렇게 활용하고 있어요. 각 팀에서 “좋았던 질문”을 모아 노션 페이지에 기록해두는데, 새로운 면접을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하나의 방법은 ‘질문만 하는 세션’이에요. 어떤 회사는 프로젝트 개요만 공유한 뒤 “이 프로젝트에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만 묻는 시간을 갖더라고요. 답은 나중에 하고, 질문만 리스트업한 뒤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는 거죠. 우리도 이런 방식을 도입하면 질문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고를 확장시키는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밤열두시)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질문의 힘은 답을 얻는 과정보다, 사람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더 크게 발휘된다고요. 누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관점과 가치관이 그대로 보이잖아요. 예를 들어 어떤 동료는 리스크를 자주 묻고, 또 다른 동료는 가능성을 더 묻더라고요. 이런 차이를 기록하고 공유하면 프로젝트 도구를 넘어서 서로의 사고방식과 강점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죠. 결국 질문은 답을 얻는 도구이자, 중요한 업무의 언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남는 건 답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드러난 각자의 시선과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낸 팀의 색깔 아닐까요?


(감자윤)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질문은 단훈히 답을 얻기 위한 수단을 넘어, 팀의 자산이자 개인의 언어라는 거네요. 질문을 잘 관리하면 축적된 지혜로 이어지고, 동시에 누가 어떤 질문을 했는지를 통해 각자의 관점과 강점이 드러나구요. 따라서 우리는 질문을 "사라지는 말"이 아니라 기록하고, 돌아보고, 공유해야 할 자원으로 다루어야 한다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모인 질문은 답보다 오래 살아남아 결국 팀의 색깔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언어가 될테니까요.



에필로그


길게 이어진 대화를 마치고 나니, 우리가 붙잡고 싶은 단어들이 조금 더 분명해진 것 같아요. 질문, 멈춤, 균형, 언어, 관계, 그리고 탐구. AI가 던져주는 답은 늘 빠르고 정돈돼 있지만, 그 바깥에는 우리가 직접 멈춰 서서 묻고, 스스로 확인하고, 함께 질문해야만 닿을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좋은 질문’은 단순히 답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람을 드러내고, 관계를 열고, 팀의 문화를 만드는 언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답은 금세 낡지만, 질문은 오래 남아 다시 꺼내볼 수 있고, 그 흔적 속에서 우리의 사고와 협업은 조금씩 자라나니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최근에 내가 던진 질문 중,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멈춰 세운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팀이나 동료와 함께한 자리에서, 누군가의 질문 하나가 흐름을 바꿔준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AI 시대에도 잊지 않고 남기고 싶은,*‘나만의 질문하는 습관’은 무엇인가요?



다음 주제


나의 취향은 정말 '나의 것'일까?

우리는 늘 “내 취향”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정말 온전히 나만의 것일까요? OTT 추천, 알고리즘 플레이리스트, 소셜 피드까지. 나의 선택이 사실은 누군가의 설계 안에서 길러진 것일지도 몰라요. 3회차에서는 개인적 취향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디까지가 진짜 ‘나의 선택’인지 함께 탐구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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