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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기일 Sep 29. 2020

닭다리

닭다리와 닭다리

오늘은 왠지 기분이 산뜻해지는 날이다. 귀여운 구름도 몽실몽실 떠 다닌다. 저런 구름을 보고는 이름을 붙여줄 때가 많다. 방금 몽실구름은 고양이 발바닥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물론 떠나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친구이지만, 이름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붕 떠올랐다.


고양이 발바닥 친구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니, 고양이의 보송보송한 발바닥이 생각났다. 그 촉감을 느껴본 경험은 없다. 그렇지만 너무 만져보고 싶었다. 어떤 촉감일까? 저 위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친구처럼 부드러울까? 그럼 솜사탕 같은 느낌일 것 같아. 아, 한 번만 만져보고 싶다.


하지만 고양이를 집에서 보기는 힘들다. 우리 집은 단독주택인데, 부모님께서 사용하시지 않아 나 혼자서 사용하고 있다. 마당도 있는 근사한 집이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어쨌든 이 곳은 정말로 조용한 곳이다.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울리고, 낮에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외에 기억나는 소리는 얼마 없다. 아, 이만 자야겠다. 혼자서 수다를 떠는 동안 해가 저물어 버렸다.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졸린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가 보니, 평소에 창고에 쓰레기들을 담아 놓는 봉투를 고양이가 헤집어 놓고 있었다. 참담한 광경에 놀라 고양이를 얼른 쫓아냈다. 난장판이 된 창고를 치우고 있는 도중에, 나지막하게 탄식했다. 아, 고양이와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고양이도 분명 배가 고팠기 때문에 창고에 오지 않았을까? 혹시 내가 먹다 버린 참치 캔이라도 찾으려고 그렇게 휘저어 놓은 것은 아닐까? 고양이에게 미안해졌다. 분명히 배가 고팠을 텐데. 눈을 질끈 감고 봉투를 향해 사과를 했다. [미안!] 화해의 의미로 창고에 닭다리 하나를 넣어두기로 했다. 이 주변에서는 닭다리만한 고기를 찾기는 힘들 테니까.


창고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더니, 고양이가 닭다리를 먹고 있었다. 지난번 일이 미안하기도 했고, 먹다가 깜짝 놀라면 체할 것 같아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로, 닭다리 덕분에 우리는 서서히 친해졌다. 이제는 나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았다. 하지만 발바닥을 만지게 해 주지는 않을 것 같아, 이제는 직접 닭다리를 주기로 했다.


[야옹] 일주일 하고도 이틀 째, 닭다리로 씨름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이 아이는 항상 내게 다가와줄 듯 말 듯 행동했다. 아마도 밀고 당기기의 상당한 실력자인 듯했다. 하지만 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야옹] 또다시 일주일, 이제는 내 앞까지 와서 닭다리를 달라는 듯 고개를 까딱인다. 하지만 쉽게 줄 수 없지. 닭다리로 유인해 보았지만, 결국 애꿎은 닭다리만 잃었다.

[야옹] 다음 날, 나는 결심했다. 이제는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이 귀여운 고양이의 발바닥을 만져볼 수 없다니. 너무 슬펐다. 

[야옹] 오늘, 웬일로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난 포기야. 냉장고에서 닭다리 하나를 꺼내 내밀었더니, 손을 닿으면 쓰다듬을 수 있는 거리까지 살금살금 접근했다. 이제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손을 내밀어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야옹!] 기분 좋은 듯 발라당 누워 내 손길을 맞이했다. 조금 놀랐지만, 이내 고양이의 발바닥을 한 번 만져보았다. 말랑말랑했다. 귀여운 감촉 덕분에 나도 기분이 좋아져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 날, 나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야옹!] 오늘도 닭다리가 애교를 부리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미리 준비한 닭다리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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