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기일 Jan 05. 2021

나흘 뒤의 새해인사 -

-‘저(低)’는 생을 마감하려 합니다.


항상 두려움에 떨며 숨을 쉬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저’라는 이름을 부모에게서 받았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이루어 보기도 했고, 다른 사람에게 선망 어린 시선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정말 기뻐하곤 했습니다. 박수를 치곤 했습니다. 겉으로 티내지는 않지만, 은근한 칭찬의 한 마디를 기대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아이는 조금 일찍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는 세상이라는 사실을, 부모라는 존재, 그리고 수많은 다른 존재들에게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어느 새 성장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성장이 멈춤과 동시에, 주변의 친구들도 하나씩 사라져 갔습니다. 매년 봄 아이를 반기던 새싹은 고개를 내밀지 않았고, 매일 밤 지저귀던 부엉이도 더 이상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하늘의 별들도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습니다.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아이를 찾는 이는 없었습니다.

마음이 시릴 정도로 외로웠던 아이는, 생에 마침표를 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는 넘어가는 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해를 보며, 아이는 죽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태어났습니다.


이번 생의 이름은, ‘나’입니다.


-   365개의 해가 저물었다. 365개의 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존’이다. 

-   생존을 위해서, 세상은 순식간에 변화했다. 이 하나를 위해서, 수많은 인프라가 변화하게 되었다.

-   생존을 위했지만, 우리는 사회적으로 생존할 수 없게 되었다.

-   이 과정에서 우리는 푸른색과 검은색을 맞이하게 된다.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블랙이라는 신조어를.

-   우울증에 걸린 누군가는 끝없는 자기 고뇌의 시간 안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터다. 

-   고뇌의 시간 안에는 수많은 비교의 잣대와 자신을 평가하려는 노력들이 포함이 될 터다.

-   그 과정 안에서, 우리는 ‘저(低)’로 살아가고 있을 테다.

-   밝아오는 해의 여명 아래에서, 우리는 ‘나’로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조그마한 희망을 되새겨 보고 싶다.


2021 – 모두들, ‘저’가 아닌, ‘나’의 한 해를 연주할 수 있도록 : )


작가의 이전글 닭다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