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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기일 Jun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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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어가다 휴대전화를 꺼냈다. 문득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져, SNS를 켰다. 스크롤을 한번, 두 번 내리다 보니 수많은 사진들이 보였다. 모두 행복해 보였다.


순간 세상이 부러워졌다. 작은 화면 속의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줄줄이 이어지는 사진들은, 너무나도 반짝거려서 살짝 질투가 날 뻔했다. 


일상이 이 작은 네모상자 안의 이미지들처럼 매일매일이 찬란하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며 손가락을 계속 바쁘게 내렸다. 


안 좋은 기억만을 남긴 채 떠나버린, 예전에는 친구였던 사람이 보였다. 여자친구와 열심히 연애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말 사소한 일로 틀어지게 되었지만, 그렇게 나쁜 친구는 아니었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에, 살짝 하트 모양을 손가락으로 터치했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친구가 보였다. 지금은 잠시 학교를 쉬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모양이다. 원래도 사진발을 잘 받는 친구였지만, 멋진 경치와 한데 잘 어우러져 더욱 멋져 보였다. 그래도 예전엔 친했는데, 쓴맛을 목 뒤로 삼켰다. 연락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가버린 것 같아 그냥 위로 올려버렸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진심으로 좋아했던 아이가 화면에 나타났다. 이 아이는 내 마음을 알고 있을까. 몇 날 며칠을 두근거림과 철렁함을 오가며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했던 그 기분을 알고 있을까. 많이 정리하긴 했지만, 아직도 너의 사진을 보면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짓게 된다. 너는 보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행복한 사람이었으니까. 아쉽게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조금 담아 소심하게 하트 모양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 후에도 수많은 사진들이 보였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여전히 행복해 보였다. 행복하지 않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가상의 공간에 내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일단 사진발이 잘 안 받을뿐더러, 반짝이는 일상도 보내지 못하고 있으니까. 누군가를 만나도 사진은 잘 찍지 않는다. 잠시 너무나도 부럽고, 조금은 분한 느낌이 들어 눈물이 난 것 같았다.


이 공간은 행복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싶다고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행복하고 싶다는 소망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나도 반짝이고 있다'라고 표현하고 싶고, 누군가에게서 따뜻한 말과 공감의 말을 듣고 싶다는 작은 욕심을 부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실 알고 있다. 이 사진들이 올라온다고 매일이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을. 모든 사람은 시간 속에서 지내면서 칙칙한 하루와 아기자기한 하루,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하루들 사이에서 정신없게 움직인다는 것을.


그렇게 보니 약간 마음이 아려왔다. 우리는 왜 이렇게 반짝이고 싶어할까. 남들보다 반짝이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 자체로 반짝이고 싶어할까. 


갑자기 내가 예전에 올렸던 단 하나의 사진에 댓글이 달렸다. 잘 지내냐는 단순한 말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와 연결되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따뜻한 대답을 전해주고 싶어 어떤 단어를 사용할까 몇 분 동안 고민했다. 


어쩌면 우리는 따뜻해지고 싶은, 따듯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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