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자옥 Oct 09. 2019

쿨하다는 사람들

내 주변에는 유독 쿨한 사람들이 많다. 정확히 말하자면 쿨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는 쿨해서 숨기는 게 없단다. 숨길 줄도 모른단다. 그러면서 감정표현도 거침없이 하고 지적질도 자유분방하게 한다. 머릿속에 필터라는 게 있나 싶다. 생각은 분명 머리에서 나왔을 텐데 왠지 머리를 거치지 않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궁금했다. 말할 때 생각 한번 안 해보나? 이 말을 하면 상처받겠구나 뭐 이런 느낌이 오지 않나? 와도 무시를 하는 건가?



한 모임이 있다. 온통 쿨하다는 사람 천지인. 이 모임에서는 쿨한 말들이 마구 오간다. 옆에서 보기에 아슬아슬하다. 아니나 다를까. 꼭 한 번씩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 내가 그동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쌓인 게 얼마나 많은 줄 아냐는 사람이 나온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나도 섭섭한 게 있단다. 참 신기하다. 자기들은 쿨하다면서. 숨기는 것도 없다면서.  


그중에서도 K는 단연 독보적이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에 담아두는 법이 없다. 

이 모임에 새로 들어온 한 사람이 있었다. 어쩌자고 그랬는지···. 그녀는 보기에도 순둥순둥해 보였다. 여기서 오가는 쿨한 말들을 잘 받아낼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K는 이 순둥녀를 만난 지 몇 번 안되었지만 원래 가까웠던 사이인 냥 편하게 대했다. 금방 말도 놓았다. 그리고 생각도 놓은 듯했다. 


어느 날 K가 치마를 입고 온 순둥녀를 보고 말했다. "몸에 비해 다리가 굵네?" 나는 순간 놀랐다. 그렇지만 이내 K라면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했다. 이런 나와 달리 순둥녀는 꽤 당황한 듯 보였다. 이런 표정도 읽지 못하는 것인지 K는 순둥녀를 보내는 한 마디를 더 했다. "그런 얘기 많이 듣지?" 순둥녀의 멘탈이 날아가는 것이 내 눈에는 보였다. 그녀는 뭐라 답해야 좋을지 급하게 적당한 말을 찾는 듯했다. K는 그제야 눈치를 챘는지 "내가 좀 그렇지?"라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그리고는 또 한마디를 더 했다. "자기가 이해해. 우리 계속 볼 사이잖아."


이해를 하라고 하면 이해가 되는 것인가? 이해가 그렇게 쉬운 것이었던가? 궁금하다. 그 쉬운 이해를 너는 왜 하려고 하지 않는 건지. 왜 이해를 받으려고만 하는 건지. 설령 이해를 했다 치자. 기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기분은.


가끔은 "나는 작은 거에 맘 상하는 사람이야"라며 쿨하지 않은 척 쿨한 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작은 것 하나도 잘 챙겨달라는 얘기인지 말 한마디라도 조심해 달라는 얘기인지.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궁금하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의 신경세포는 예민해서 작은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남들의 신경세포는 한없이 무딘 줄 안다. 자기감정 챙기 듯 남의 감정도 챙기면 참 좋으련만 그런 법이 없다. 가끔은 내가 어떻게 반응을 하나 궁금하기라도 한 듯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골라서 한다. 그래 놓곤 내가 언짢은 내색이라도 하면 뭐 그런 거로 기분 나빠하냐며 오히려 자기가 기분이 더 상한 척을 한다. 너는 작은 거에 맘 상하는 사람이고 나는 큰 거에나 맘 상하는 사람이니? 그래서 그렇게 작은 말들을 함부로 하는 거니? 얼마나 큰 거여야 나도 맘이 상할 수 있는 거니?    


쿨하다는 사람은 자신의 쿨함을 쿨하게 받아주기를 바란다. 참 일방적이다. 받아주지 않으면 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네가 쿨하지 못하게 계속 꽁하고 있으니까 내 마음이 불편하잖아"라며.


네가 보기엔 그런 거 같니?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니? 너란 사람을 어떡하면 좋니···.

너에게 쿨함은 뭐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