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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가 잘 쓰는 비열한 전략, 스미어 캠페인

by 김자옥

소문은 쉽게 퍼져요. 듣는 사람은 사실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아요. 흥미롭게 듣고 재미 삼아 전하죠. 소문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당사자에겐 이미지가 남고요.


대표적인 게 연예인이죠. 한 번 심어진 이미지는 쉽게 없어지지 않아요. 비록 헛소문이라고 밝혀지더라도요. 그래서 연예인에게 이미지는 생명이라는 말도 많이 하죠.


연예인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소문은 영향이 커요. 좋지 않은 얘기가 돌면 평판과 신뢰는 물론 호감도도 떨어져요. 개인 간 관계에서도 그래요. 어떤 종류든 부정적인 이야기가 퍼지면 아무래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돼요.


소문은 어쩌다 말이 보태지거나 오해로 인해 생기기도 하지만, 누군가가 악의를 갖고 만들기도 해요.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퍼뜨려 누군가의 평판과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스미어 캠페인(Smear Campaign)’이라고 해요.




스미어 캠페인은 본래 정치 캠페인에서 유래한 용어예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관한 거짓 소문을 퍼뜨려 명예와 신뢰도 그리고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전략을 말해요.


대표적으로는 2004년 미국 대선이 있어요. 당시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캠페인 측은 상대측 존 케리(John Kerry)를 비방하는 캠페인을 벌였어요.


존 케리의 군 복무에 관한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그를 국가 안보에 취약한 인물로 묘사했어요. 이는 여론을 선동했고, 결국 부시가 선거에서 승리했어요. 나중에 소문들은 대부분 허위로 판명되었어요.


대선 같은 커다란 사건이 아니더라도 스미어 캠페인은 개인 간에도 일어나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스미어 캠페인으로는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과 앰버 허드의 소송이 있어요.


대략의 사건은 이래요. 2016년 처음 앰버 허드가 조니 뎁에 대해 가정폭력 피해를 주장했어요. 나중에는 성폭력, 신체적 폭력, 정서적 학대까지 주장해 조니 뎁의 이미지는 크게 떨어졌어요.


양측 모두 상대방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재판이 진행되었어요. 법정 공방은 여론에도 다수 공개되었는데 소문과 달리 앰버 허드의 주장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결국 대부분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어요.




스미어 캠페인은 유명인에게만 일어나는 건 아니에요. 우리 일상에도 있어요. 헛소문이 돌아 무리에서 누군가가 따돌려지는 일도 있고, 근거를 알 수 없는 비방으로 안 좋은 이미지가 굳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특히 직장 내에선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이기도 해요.


1. 경쟁자의 업무 능력을 깎아내리거나 작은 결점을 부풀려 말한다.

2. 상대의 성과를 왜곡하거나 공로를 축소하여 말한다.

3. 상대의 전문성을 의심할 만한 소문을 퍼뜨린다.

4. 사생활이나 인간적 성품 등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는 루머를 흘린다.

5. 일부 사실을 악의적으로 조작해 퍼뜨리고 업무상 불리한 입장이 되게 한다.


이때 악의를 갖고 소문을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은 상대에 관한 비방에 그치지 않아요. 자신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죠. 앰버 허드처럼요.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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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누군가는 그에게 완전히 넘어가 앞장서서 소문을 유포하며 주위를 선동해요. 그럼 긴가민가하던 사람도 분위기에 휩쓸려 소문을 믿고 피해자를 경계해요.


<군중심리>에서 귀스타브 르 봉은 이렇게 말해요.


"군중 속의 개인은 미묘한 차이에 신경 쓰지 않고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중간 단계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군중 속에서 감정을 더욱 과장되게 표현한다."


<집단착각>이란 책에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그 속에서 인기 있는 견해와 다른 관점이 배제될 가능성은 더욱 높다”는 대목이 있어요.


사람들은 일부 사실로 전체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요. 많은 사람이 말하면 쉽게 사실로 여기며 감정을 부풀려 표현해요. 감정은 빠르게 주위를 물들여요. 혹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더라도 드러내기 힘든 분위기가 되죠. 속마음은 어떻든 겉으론 대세를 따라요.


피해자의 평판과 이미지는 빠르게 추락하고 사람들은 거리를 둬요. 사회적 고립이 이루어지고 경우에 따라선 승진과 같은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심하게는 실직하는 경우도 있어요. 심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어요. 당혹감, 억울함, 수치심 등은 물론이고 불안과 우울에도 시달려요.




이렇게 상대방에게 심각한 피해를 줌에도 불구하고 스미어 캠페인을 행하는 심리적 요인은 뭘까요? 이는 주로 나르시시즘과 관련이 있어요. 나르시시즘이 과대한 사람을 나르시시스트라고 하는데 그들의 다음과 같은 심리가 작용해요.


1.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

나르시시스트는 내면에 극심한 불안과 수치심 그리고 열등감이 있어요. 그들은 타인을 깎아내림으로써 낮은 자존감을 채우고 상대적 우월감을 얻으려 해요.


2. 통제와 조종

부당한 자기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자신의 결점을 은폐하고자 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사람을 비방하며 분위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요.


더불어, 스미어 캠페인을 통해 그들은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고, 자신이 그 중심에서 서서 상황을 통제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해요. 그러면서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환상을 가져요.


3. 복수심

늘 자신이 옳고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르시시스트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견디지 못해요.

①누군가가 자기주장에 따르지 않거나,

②자신에게 불리한 의견을 내거나,

③자기를 능가해 위협적으로 느껴지거나, 혹은

④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질투가 나는 경우 등.


이런 상황을 그들은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해요. 공격은 반드시 갚아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미어 캠페인이 바로 그 복수인 셈이죠.


4. 권력과 영향력에 대한 환상

타인을 희생해서라도 그들은 자신의 권력과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어 해요. 스미어 캠페인을 통해 그들은 자신이 뭐든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전능감을 느껴요.


스미어 캠페인은 꽤 전략적으로 이루어져요. 피해자가 사실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주변이 나르시시스트에게 많이 넘어간 상태일 때가 많아요. 해명해도 아무도 믿지 않고 오히려 해명할수록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껴요. 이런 이유로 스미어 캠페인은 대응에 어려움이 있어요.




적절한 대응 방법으로는 다음의 것들이 있어요.


1.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 피해야 해요. 특히 공격적인 모습은 주변인들로 하여금 “역시 저게 본모습이었어”하는 반응을 일으켜 역효과를 가져와요. 이럴 때일수록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좋아요. 그런 모습에서 사람들은 다시 생각하게 되거든요.


2. 급하게 해명하려 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해요. 시간이 지나면 결국엔 나르시시스트의 거짓은 드러나게 되어 있고 내가 쌓은 진실은 밝혀질 거거든요.


3. 무엇보다 성실히 업무에 집중하는 게 중요해요. 실력이나 성과로 신뢰를 회복하는 거죠.


4.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만 진심을 전하는 것도 좋아요. 심리적으로 힘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정말로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는 판단을 잘해야 해요.


5. 혹시 모를 법적 대응을 위해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은 모두 모아두는 게 좋아요.


6. 천천히 이직을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이미 돌아선 사람을 되돌리려 노력하는 대신 새로운 곳에서 더 건강한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나을 수 있어요.


7. 내 잘못이 아님을 염두에 두고 흔들리지 말아야 해요. 회사 사람 외 다른 건강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도움이 돼요.


스미어 캠페인은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상대에게 스스로 채우지 못하는 마음의 구멍이 있어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나의 뛰어난 점이 그의 열등감을 자극한 것이니 자책할 필요 없어요. 만약 지금 스미어 캠페인을 당하고 있다면 이참에 인간관계를 점검하고 더욱 단단해지는 기회로 삼으셨으면 해요.


참고 자료

유튜브

Raw Motivations/Three Reasons Why They Smear and What To Do About It

DoctorRamani/The anatomy of a smear campaign

서람TV/나르시시스트가 당신을 모함할 때, 이렇게 대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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