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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의 관계를 반복하네요

심리 상담실에서 뜻밖의 말을 듣다.

by 김자옥

상담 시간, 선생님에게 물었다.

“전 왜 자꾸 그의 부족한 점에 집착했을까요?”


전 직장 상사는 빈틈이 많았다. 일단 기분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별것도 아닌 일에 버럭 화를 내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은 걸 트집 잡아 짜증 내는 일도 잦았다. 거기에 불성실하기까지. 그런 탓에 사고도 종종 있었다.


밉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료들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다. 난 감정을 갖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부당한 지시를 내리면 퉁명하게 따지고, 엉뚱한 말을 하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무안을 줬다. 실수라도 하면 난 적극적으로 나섰다. 착각하신 것 같다고, 수정하셔야겠다고.


그는 처음 몇 번은 고마움을 표했다. "땡큐. 미처 못 보고 지나쳤네." 회수가 거듭될수록 그에게선 반기지 않는 내색이 보였다. 당연하다. 자기 실수가 아래 직원에 의해 드러나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있을까. 나는 분명 그의 불편함을 알아챘지만 기세를 늦추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의 실수에 더 매달렸다.


그러면서 난 주위에 불만을 토로했다.

“아니, 실수를 언제까지 하는 거야. 정신을 도대체 어디에 두는 거야. 내가 말 안 했으면 또 놓칠 뻔했어.”

"그러니까요. 왜 그런지 몰라요."

친한 후배는 그때마다 동조했다.


슬슬 지겨웠던 걸까. 어느 날은 후배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실수하면 본인이 책임지겠죠.” 난 좀 무안해졌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난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더 집요해졌다.




회사를 나오고도 난 편하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그의 부족함과 미성숙함 내지는 부도덕함을 떠올리며 열을 올렸다. "그때 그 사람이 그랬잖아. 진짜 한심했다니까."

어느 날이었다. 문득 내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상사에 대한 일반적인 분노 이상의 분노를 느끼는 것 아닌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도 화가 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

답을 찾지 못했다. 이 질문은 늘 숙제로 남아있었다.


심리 상담을 시작하고 세 번째 시간이었다. 그간 성장 과정을 얘기하고 선생님과의 대화가 많이 편해진 상태였다. 내내 숙제로 남아있던 상사와의 문제를 꺼냈다. 그러곤 물었다. "전 왜 그랬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미소 띈 얼굴로 말씀하셨다.

“엄마와의 관계를 반복하네요.”


적잖은 충격이었다. 난 엄마와의 관계가 끔찍이 싫었던 사람이었다.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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