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하다 보면 조회 수가 신경 쓰인다. 올린 글에 반응이 적으면 ‘뭐가 문제일까. 이런 얘긴 관심이 없나?’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몇 번은 호기롭게 ‘내가 하고 싶던 얘기니까 신경 쓰지 말자’ 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슬슬 전에 반응이 좋았던 글을 찾아보게 되고 비슷한 글을 다시 올린다. 역시 반응이 좋다. 이후론 그 주제를 더 파게 되고 ‘좋아요’ 수와 댓글이 많아질수록 타인의 반응이 곧 내가 보여줄 나다움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SNS에도 유행이 있다. 반응 좋고 어딘가 새롭다 싶은 피드가 보이면 하루가 무섭게 비슷한 포맷의 영상과 글이 쏟아진다. 영상 속 사람이나 말하는 주체만 다르지, 배경이나 설정, 하는 말은 비슷비슷하다. 한참 매니쳇이 유행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자동으로 DM을 발송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특정 단어를 넣어 댓글을 달면 필요한 정보를 주겠다는 형식으로 많이 사용했다. 단 DM을 받으려면 계정을 팔로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단기간에 사람을 모으기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런 형태의 피드가 늘면서 점점 대수롭지 않은 정보를 주며 팔로우를 유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구독자 혹은 팔로워 몇만의’ 같은 말이 그 사람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시대가 되어서일까. 팔로워 수부터 늘리고 보자는 경향도 적지 않다. 일단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얘기를 꺼내고 어느 정도 팔로워가 생기면 그때 내 얘기를 해도 된다는 전략이다. SNS는 흔히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보면 순서를 고민하게 된다. 나를 표현하다 보면 팔로워는 자연스럽게 붙는다는데, 팔로워부터 늘리고 나를 표현하는 게 영리한 걸까.
나라는 한 사람에게는 여러 면이 있고 여러 생각과 감정이 있다. 하지만 SNS 계정에는 그중 하나만 특정해서 보여주는 일이 많다. 그게 퍼스널 브랜딩의 기본이라고도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한 가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것. 그런 탓에 한 사람이 몇 개씩의 계정을 만들기도 한다. 하나는 책 리뷰만, 다른 하나는 운동, 또 하나는 일상만을 올리는 식으로.
이마저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걸 생각한다. 최근에 나오거나 요즘 핫한 아이템이나 정보 등. 일상 중에선 예쁜 카페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등 정말 일상이라기보다는 일상에서 약간 벗어난 특별한 일상을 올린다. 진짜로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하고 때론 지저분한 일상은 올리지 않는다. 집의 책상 하나만 올리려 해도 불필요한 물건, 보이고 싶지 않거나 눈에 거슬리는 것들은 치우고 화면에는 정리된 모습만 담는다. 선별된 나도 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나다운 건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나를 자유롭게 표현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사회가 원하는 나의 일부만을 표현한 건 아닐까.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연극’에 비유하며, 전면 무대(front stage)와 후면 무대(back stage)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사람들이 공적인 공간에서는 ‘이상적인 자아’를 연기하고, 사적인 공간에서만 진정한 자신을 드러낸다고 보았다. SNS는 극단적인 전면 무대다. 우리는 가장 완벽한 순간을 연출하고, 남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나를 만들어간다.
그런 면에서 SNS는 자유의 수단이기보다는 오히려 구속의 수단인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 이상적인 모습만 보이고 싶어 지니 말이다. 여기에 더해 SNS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삶도 보게 된다. 비교가 나도 모르게 이루어진다. 잘 지내다가도 ‘나 잘못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뭐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뿐인가. 인간관계에서 소통이 중요한 것처럼 SNS 상에서도 소통이 중요하다고 한다. 내 글만 열심히 쓸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글도 읽고 댓글도 남겨야 한다고 한다.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면 나도 그 사람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는 게 ‘예의’라고도 한다. 그렇다고 의미 없는 댓글을 남길 수도 없다. 글을 읽고 맥락에 맞는 댓글을 남겨야 한다. 내 글에 달린 댓글에도 응답해야 한다. 읽었다는 반응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면 한두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내 글에 하트가 눌린 것을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하트는 어떤 의미일까. 정말 글이 좋다는 의미일까. 그저 ‘왔다 갔음’을 알리기 위한 표시일까. 우린 소통 부재가 문제가 아니라 의미 없는 소통의 남발을 통해 소모되는 감정과 에너지가 더 큰 문제는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SNS 상에서의 소통은 때때로 보여주기 위한 것일 때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SNS는 설정된 나다움을 보이는 곳일까. 진정한 나다움보다는 선별한 나를 보이고 진짜 나는 적당히 감추는 곳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SNS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SNS를 사람과 떨어져서 볼 줄 알아야 한다. 자기표현이라지만 어느 정도 다듬고 사람들의 반응을 의식한 모습이라는 것, 전부가 아니라 선택한 부분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SNS에서는 진정성이 없다거나 진정성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보이는 것에서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하는 대신 필요한 정보를 얻고 내게 맞게 해석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 나 또한 전부는 아니지만 보여주기로 선택한 부분에서는 진정성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 테다. 그것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나다움’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